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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 어머니는 어김없이 자갈치시장으로 나가셨다. 싱싱한 고등어를 사기 위해서였다. 부엌 바닥에 쏟아 놓은 고등어는 어찌나 싱싱하던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이었다. 금방이라도 팔딱거리며 부엌 밖으로 튀어 나갈 듯했다.

굵은 소금을 술술 뿌려 몇 마리는 간 고등어를 만드셨고, 몇 마리는 굵직굵직한 무우를 밑에 깔고 짭쪼름하게 조리기 위한 조림용으로, 또 시큼한 김치나 구수한 시래기를 넣고 찌개를 만들기 위한 찌개용으로 적당하게 토막을 내셨다. 두어 마리 남은 고등어는 된장을 풀어 만드는 고등어 된장탕거리가 되었다.

자반고등어, 고등어조림, 고등어찌개, 고등어 된장탕... 고등어란 생선을 참 질리게도 먹었다. 내 나이 열다섯 살. 부산에서 살았던 그때이니 벌써 2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은 내 어머니의 고등어 된장탕의 역사와 함께 한다.

요즘도 어머니는 오일장에 나가시면 싱싱한 생고등어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 어물전 여기저기를 살피신다. 그러다 혹여 어머니의 눈에 푸른 바다를 닮은, 등이 새파란 고등어를 발견하시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냉큼 사신다. 그날 저녁은 어김없이 고등어 된장탕이 저녁상에 오른다.

고등어는 등푸른 생선의 대표주자이다. 등푸른 생선에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수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EPA와 DHA, 비타민 A, B, B2, B12, D, E, 나아아신, 칼슘 등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그 영양소들은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와 성인병, 각기병, 빈혈, 구루병, 골연화증을 예방하고 저항력을 길러 주며, 세포의 재생을 돕고 노화를 방지하고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해주며 혈압도 떨어뜨린다고 한다.

특히나 비타민 B, B2, B12같은 경우는 생선의 속살보다는 껍질 쪽에 붙어 있는 혈합육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하니 껍질조차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등어에 대해 면면히 살펴보자니 지금껏 내가 먹어온 고등어는 바로 보약이었던 셈이다. 워낙에 없는 살림살이 때문이었을까. 값싸고 영양만점인 싱싱한 고등어를 금쪽같은 새끼들 입으로 넣어 주기 위해 새벽같이 자갈치시장으로 나가셨던 내 어머니.

구수한 된장 풀어 넣고 시래기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여 주시던 내 어머니의 고등어 된장탕. 그건 바로 내 어머니의 자식사랑이었다.

고등어 된장탕!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 김정혜
1. 먼저 싱싱한 고등어를 준비해 내장을 제거한 후. 냄비에 고등어를 넣고 푹 삶는다. 이때 물은 넉넉하게 붓는다. 고등어를 삶은 물로 나중에 된장탕을 끓이게 됨으로 먹을 식구들을 계산하여 물을 넉넉하게 붓도록 한다.

ⓒ 김정혜
2. 된장탕에 들어갈 야채를 준비한다. 시래기, 연근줄기, 깻잎, 홍고추, 풋고추 등. 야채는 그때그때 계절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 또 들깻가루, 고춧가루, 후춧 가루, 마늘, 생강, 된장 등을 준비한다.

ⓒ 김정혜
3. 고등어를 삶는 동안 시래기와 연근줄기를 적당하게 썰고 거기에 마늘과 생강, 고추가루, 된장을 함께 섞어 조물락 조물락거려 놓는다. 이때 시래기와 연근줄기에 된장이 충분히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 김정혜
4. 홍 고추와 풋고추를 곱게 다져 놓고 깻잎도 먹기 좋게 잘라 놓는다.

ⓒ 김정혜
5. 살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삶은 고등어를 건져내 뼈를 발라가며 살을 으깬다. 고등어 살을 곱게 으깨다 보면 큰 고등어 뼈는 저절로 발라 낼 수가 있다. 다 으깬 고등어 살에 후춧가루를 솔솔 뿌려 놓아야 한다. 이는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 김정혜
6. 고등어 뼈를 바르는 사이 고등어 삶은 물에다 된장에 조물락 조물락거려 놓은 시래기와 연근줄기를 넣고 끓인다.

ⓒ 김정혜
7. 시래기와 연근줄기를 넣은 국을 한번 끓이고 나서 으깬 고등어 살을 넣고 다시 함께 끓인다. 한번 끓고 나면 준비한 들깻가루를 서너 숟가락 넣는다.

ⓒ 김정혜
8. 다 끓은 된장탕을 그릇에 담고 다져 놓은 홍고추와 풋고추와 잘라 놓은 깻잎들을 얹으면 고등어 된장탕 완성이다. 이 때 걸쭉한 국물을 좋아한다면 들깻가루를 따로 조금 더 넣어도 무방하다.

혹시 고등어의 비린 맛을 염려할 수도 있겠지만 시래기와 연근줄기에 넣은 된장과 으깬 고등어 살에 솔솔 뿌려 놓은 후춧가루, 그리고 향이 일품인 깻잎이 그 비린 맛을 요술처럼 제거해주니 굳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특히나 요즘 같은 무더위에 이 고등어 된장탕은 아주 좋은 보양식이라 할 수 있겠다. 잘게 으깬 영양덩어리 고등어와 여러 가지 야채들과 된장과 들깻가루가 함께 어우러졌으니 구수하고 얼큰하고 담백한 이 고등어 된장탕이야 말로 보약중의 보약인 것이다.

짐작컨대, 찜통 같은 무더위에 기운 빠져 축축 늘어진 내 식구들! 이 고등어 된장탕으로 불끈 솟는 힘을 그들에게 충분히 불어 넣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우리 집 일품요리'응모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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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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