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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 논란을 빚고 있는 SBS 드라마 <루루공주>
간접광고 논란을 빚고 있는 SBS 드라마 <루루공주> ⓒ SBS
최근 S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루루공주>(권소연 이혜선 극본, 손정현 연출)가 간접광고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모 정수기 회사의 특정 상품을 연상시키는 제목을 비롯해, 드라마에 등장하는 휴대폰과 호텔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제작지원사 4곳 중 한 곳이 정수기 회사이다.

드라마 속의 간접광고 논란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지난해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김의찬 정진영 극본, 이관희 연출)은 드라마 속 배경으로 리조트 회사를 설정해, 협찬사인 모 리조트의 지점을 고스란히 보여줘 시청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해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파리의 연인>(김은숙 강은정 극본, 신우철 연출)도 협찬사의 자동차, 휴대폰 등을 여러 차례 노출시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파리의 연인>은 간접광고와 관련해 사과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지상파 드라마의 간접광고는 몇 해 전부터 방송계의 문제로 부상했지만 방송위는 뾰족한 대안을 못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의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전무하다. 바로 뮤직비디오이다.

지난 3월 전파를 타기 시작해 한동안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던 뮤직비디오 <애니모션>이 이에 속한다. 이효리가 노래하고, 에릭이 랩을 맡아 화제가 됐다. 7분여 짜리 뮤직비디오를 압축한 10여 초짜리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광고를 본 시청자들은 <애니모션>이 광고인지 뮤직비디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광고용 뮤직비디오' 애니모션
'광고용 뮤직비디오' 애니모션 ⓒ 삼성전자
이에 관해 삼성전자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Entertainment Marketing)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즉, '음악, 댄스,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통해 제품을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방식'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광고를 보고 풀버전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애니모션>의 마케팅 방식은 일단은 대성공을 거뒀다.

<애니모션>의 성공 때문인지, 신인가수 임정희의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도 같은 방식으로 뮤직비디오와 광고로 제작돼 전파를 타고 있다.

문제는 '광고용 뮤직비디오' 정도로 규정할 수 있는 <애니모션>이 방송전파를 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상파에서는 이 두 뮤직비디오가 방송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방송의 음악전문 채널에서는 수차례 방송됐다.

방송법 73조는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뮤직비디오가 광고가 아니라고 옹호하는 쪽에서는 '제품의 소개가 없기 때문에 단순한 뮤직비디오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애니모션>에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에서는 동일회사의 MP3 플레이어가 수차례 노출된다. 뿐만 아니라 압축된 광고버전을 본 시청자라면, 이 두 뮤직비디오를 볼 때 특정제품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직접적이지는 아닐지언정 간접적으로 특정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마케팅 기법은 최첨단으로 진화해 방송프로그램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지적에 역행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간접광고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음성적인 간접광고를 양성해, 한류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논리이다.

이는 시청권 훼손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산업계나 방송사업자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광고 위주로 드라마가 구성되면 결국에는 드라마의 질적 저하를 초래해,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을 문광부는 명심해야 한다.

첨단 마케팅 기법에 대응해 시청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관계당국이 힘을 쏟아야 하는 게 우선이다. 방송을 통한 이익창출은 그 다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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