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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공격> 표지
아멜리 노통브의 <공격> 표지 ⓒ 열린책들
아멜리 노통브는 <공격>을 통해 그에 대한 물음에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운운하는 이들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더불어 누구도 추한 외모의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또한 추한 외모의 남자도 추한 외모의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카지모도의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교훈을 얻었던 이들이라면 저자의 펜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좋아할 수는 없을 테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저자는 작정이라도 한 듯 '위선'과 '가식'이라는 단어를 파헤치고 있고 '교훈'과 별도로 현실에서는 저자의 펜 끝이 더욱 힘을 얻는 것을.

난생 처음 거울을 보았을 때 웃고 만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에피판 오토스로 너무나 믿을 수가 없어서 웃어버린 것이다. 너무나 추한 몰골에, 볼품없이 생겼고, 몸 곳곳에는 돌기들이 가득한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던 것이다. 이 남자는 사람들에게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카지모도라고 불린다. 그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모든 사람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끔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추한 남자이니 '카지모도'라는 별명은 이름보다 더 그럴듯하게 남자를 표현해준다.

카지모도는 서른을 앞에 둔 때까지도 사랑을 해본 적도 없고, 성관계를 가져 본 적도 없다. 이유는 뻔하다. 여자들이 카지모도를 피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카지모도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건 말건 카지모도는 눈이 높다. 얼마나 높은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모델들이 유혹한다 해도 꿋꿋이 싫다고 외칠 정도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카지모도는 여성에게 웬만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물론 그가 눈길을 준다 해서 반길 여성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뜻밖의 일이라는 것이 있다. 카지모도에게도 그런 일이 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말해도 될 만한 여인을 만난 것이다. 그 여인은 영화배우 에텔인데 고전따라하기에 의하면 에스판이 꼽추 카지모도이니 에텔은 당연히 미녀 집시 에스메랄라가 된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추한 남자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등장시켰고 우연을 가장해 그들을 만나게 했다. 의도적인 고전따라하기에 의한 것이다.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될까? 결과 또한 고전따라하기일까? 앞서 언급했지만, 또한 저자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드러났지만 저자의 작품에서 '위선'과 '가식'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격>에서도 그렇다. 추남은 미녀의 따뜻한 마음에 반해 그녀를 옆에서 보살핀다. 그러면서 그녀의 도움을 얻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공격하기 위해 '추한 모델'이 되려 한다. 엉뚱하지만 그 작전은 성공하고 카지모도는 있을 수 없지만 세계 최고의 인기를 등에 업은 추한 모델이 된다.

카지모도는 테러를 한다. 아름다움을 운운하는 세상에 대한 테러다. 그는 외모지상주의를 정면에서 반격하려 하고 그때마다 미녀에게서 적극적인 환영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미녀가 멋진 남자에게 반한 것이다. 모든 마음을 다 바쳤건만 미녀는 추남을 외면하고 미남에게 가려 한다.

추남은 미녀에게 실망한다. 그러나 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온갖 말들을 다 바친다. 그 대목들은 마치 고전에서 교훈을 주기 위해 언급된 문구들을 그대로 입으로 읽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미녀는 아주 엉뚱한 반응을 보이며 공격하기 시작한다. 가식의 가면을 벗기는 공격이자 위선의 정체를 밝히는 공격이자 순수를 자처하는 거짓스러운 존재에 대한 공격이다.

물론 그 공격의 대상은 작품에서는 미녀를 포한한 세상에 대한 추남의 공격이자 추남에 대한 미녀의 공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독자들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빅토르 위고식의 카지모도 이야기를 억지로 현실에 끼워 맞추자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다.

<공격>은 이제껏 저자가 보여줬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저자가 보여줬던 인물들의 지적인 수다스러움 등은 여전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이 다르다. 내면을 향했던 펜 끝이 세상을 향했다고 해야 할까? 저자의 펜 끝은 세상을 향하고 있다. <공격>은 내면의 적이 아니라 외면의 적을 향해 정면 돌파 하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한 저자의 의지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여전히 저자의 펜은 사람들의 은밀한 곳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공격>은 여전히 적당하게 시류를 쫓아 따라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깊이 생각하지 않고 버릇처럼 내면의 아름다움을 운운하는 이들이라면 더욱더 저자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열린책들(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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