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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경, 공무원과 경찰, 병원관계자들이 수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밤 10시경, 공무원과 경찰, 병원관계자들이 수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김영호

대구시 달서구 월배정수처리장 근처에서 차에 치인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발견됐으나 결국 생명이 끊어져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발견하고 신고,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관단체의 소극적 협조체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오후 7시 55분경 이를 최초로 발견, 경찰에 신고한 우래구씨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도로 위에 쓰러져 있는 동물의 형상을 보고 혹시 수달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차를 멈추었다"라며 "맨 처음 발견할 당시에는 숨도 쉬고 있었고, 이리저리 뒤척이며 움직였다"라고 밝혔다.

동물은 119 구급차로 후송하지 않는다?

한편 비슷한 시간대에 이 장소를 지나던 이승우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도로 위에 있는 동물이 꼬리 등을 봤을 때 직감적으로 수달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수달 상태를 봤을 때 수달은 숨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119에 신고했지만 "동물은 구급차에 후송되지 않는다"며 "동물보호협회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번호로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여러 군데 통화를 하던 중 습지보전연대 하창수 사무국장의 도움으로 남구에 있는 H동물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발견시간 이후부터 경찰차가 도착,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던, 30여분이 지난 그때는 이미 수달은 숨을 쉬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대구시청 냉동실 보관... 1일 오전 중으로 사인 밝히고 후속조치 할 듯

사망원인이 교통사고로 추정되는 '수달' 수컷
사망원인이 교통사고로 추정되는 '수달' 수컷 ⓒ 김영호
31일 오후 9시경, 남구에 있는 H동물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수달 최초 발견자 이래구씨와 이승우씨를 비롯, 습지보호연대 하창수 사무국장, 대구시 환경정책과 구영수 과장 및 자연생태보전담당 사무관 김창수씨, 그리고 수달을 옮겨 온 경찰들까지.

H병원 관계자는 "심장과 장이 파열된 상황이다"라며 "이 정도 상처라면 생명을 보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밤 10시경에 병원에 도착, 수달의 상태에 대해 사진촬영을 마친 김창수씨는 "2000년 달성습지 보전사업을 위해 이 근처에 생태조사를 했을 때 수달 배설물과 족적 등이 발견되었고, 시민들로부터 끊임없이 제보가 있었다"라며 "향후 수달의 죽은 원인을 밝히고 서류절차를 거쳐 문화재청에 보고서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수달의 사체는 대구시청으로 옮겨져 냉동보관되고 있으며, 오전 중에 대구시 지정 야생동물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난 6월 대구를 관통하는 신천 부근에서 수달 4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발견되었다.

"일찍 병원으로 옮겼다면..."
[인터뷰] 도로 위 수달 최초 발견자 우래구씨

▲ 수달 최초 발견자 우래구씨
H동물병원에서 우래구씨를 만났다. 그는 119에서 조금만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 어떻게 발견했나?
"보험회사에 다닌다. 달성공단에 사고 수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도로 위에 있는 동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꼬리까지 있는 것으로 봐서 직감적으로 수달이라고 생각했다."

-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알려 달라.
"일단 수달을 발견하자 곧바로 차를 세웠다. 비상봉을 들고 이 곳을 지나는 차들이 수달을 피해가도록 방향 안내를 했다. 최초 발견시간이 7시 50분대였고, 수달임을 확인한 채 119에 전화한 것이 8시 8분이었다."

- 119에서 어떻게 응답했는가?
"TV 등을 보면서 119에서 고양이 등을 구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수달은 천년기념물이고 해서, 이 상황에 대해서 119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단 한마디였다. '규정에 의하면 동물은 후송조치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동물보호협회라는 곳에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일요일 밤이어서 그런지, 그곳과 연결되지 않았다."

- 경찰이 도착한 시간은?
"맨 처음에 통화했을 때는 성서관할 경찰서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곳이 지역상 관할이 화원쪽이라고 하면서 화원쪽 관할 경찰서에서 다시 출발했다고 들었다." / 허미옥 기자

덧붙이는 글 |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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