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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 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정치노선의 차이가 크지만, 한나라당은 그 차이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 점에서 두 당은 닮았고 역사성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당을 나누어서 입당하는 것은 1990년 YS 3당 합당으로 빚어진 결과이며 근본원인은 지역주의라고 진단했다.

박형준 의원이 그런 경우다. 박 의원은 87년 민주항쟁 때 거리에 나선 민주화 운동 세대이면서 부산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실현가능성 0%'라며 일축한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의 글을 읽어보니 대통령이 지역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었다"며 "한 나라의 최고집권자가 문제제기를 계속하는데 나몰라라 하는 것은 한국정치에 도움이 안된다"고 정치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지금 지역주의의 뿌리 87년 양김 분열에서 비롯"

동아대 교수(사회학) 출신인 박 의원은 17대 국회 들어 지난 1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해 "상대당, 당내부에서조차 적개심과 감정적인 분노로 인해 소통의 벽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생산적인 정치가 힘든 구조"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 원인으로 '87년 체제'의 한계를 꼽았다. 박 의원은 "1987년 대선에서 양김 분열 뒤 평민당과 민주당으로 분화되었고 지금의 지역주의 뿌리는 거기에서 출발했다"며 "그 때 통합된 민주정부를 건설했다면 3당 합당도 없었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진단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지역주의'를 가장 근본 원인으로 꼽는 노 대통령과 달리 박 의원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진행되지 못한 현대사의 비극이 이분법적 정치구조를 만들어 냈다"며 "거기에 지역주의가 결합해 여러 가지 폐단을 낳고 있다"고 '오로지 지역주의'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대연정 구상에 대해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박 의원은 "어떤 대통령이든 두 가지 욕망이 있다"며 "업적을 통해 역사에 남고 싶어하는 경우와 권력을 어떻게 연장, 재생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노 대통령은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른 부분을 희생해서라도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하는 욕망이 커 보인다"며 "하지만 지역주의를 잘못 제기하면 권력연장의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유의미하다"고 전제한 뒤 "통일, 선진화, 고령화 등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적 과제들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 정치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극단의 두 세력을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라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방법론'을 달리했다.

박 의원은 "지역주의만 따로 떼어 놓고 정치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개헌 논의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개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권력구조, 선거구제 개편 등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지역주의 해결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하는 듯"

박 의원은 노 대통령이 밝힌 '프랑스식 동거정부'에 대해서도 "개헌의 한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통령제는 극단적 대결정치를 부추기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내각과 대통령이 협조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해 대통령제와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방식에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현행 헌법 하에서 가능하다는 노 대통령의 견해와 달리 박 의원은 "단순히 운용의 미를 살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개헌이 이뤄진 다음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도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기술적인 장치"라며 "개헌을 전제로 논의를 하다보면 권력구조에 맞는 선거구제가 어떤 것인지 나올 것"이라고 '선 개헌'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박 의원은 개헌 논의 시기와 관련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내년 5월 지방선거 이후가 되면 바로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합의가 어려워진다"고 조바심을 냈다. 박 의원은 "개헌을 논의하는 단위가 하루 빨리 구성돼 대통령의 문제제기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개헌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는 것은 한가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5∼10년 내에 남북관계 등 한반도가 맞이할 중대 전환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개헌 논의의 시기, 방법 등에 관해 그가 회장으로 있는 '새정치수요모임' 차원의 논의를 거쳐 내부 동의가 이뤄진다면 정치권을 향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과의 인터뷰는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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