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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보여주는 세종조 ‘회례연’의 연주절차를 플래시로 복원한 것이다. 회례연은 임금과 신하가 화합하여 일체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군신통연(君臣通宴)으로서, 자칫 엄숙하기 쉬운 군신관계를 허심탄회하게 해주는 기능을 하는 연회이다.
‘공연장’에서 보여주는 세종조 ‘회례연’의 연주절차를 플래시로 복원한 것이다. 회례연은 임금과 신하가 화합하여 일체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군신통연(君臣通宴)으로서, 자칫 엄숙하기 쉬운 군신관계를 허심탄회하게 해주는 기능을 하는 연회이다. ⓒ 프라스프로덕션

<악학궤범(樂學軌範)>은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유일한 음악지침이 된 악전(樂典)이다. <악학궤범>은 1493년 성종의 명에 따라 예조판서 성현 등이 엮은 음악사전으로 악기 61종, 음악 20여 곡, 춤 30여 종, 의상과 소품 70여 종 등을 망라해 '궤범(본보기가 되는 규범이나 법도)' 의미 그대로 당시 음악을 시행하는 기준서다.

더욱이 <악학궤범>은 음악사뿐 아니라 국어국문학, 전통무용학, 복식사, 의물(공연소품) 연구 등을 총괄하는 중요한 사료로써 국악 전공자를 비롯한 관련 연구자의 필독서로 꼽힌다. 하지만 <악학궤범>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음악이론 등 내용이 난해해 일반인들이 가까이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듯하다. 바로 ‘프라스프로덕션’이 <악학궤범>을 고스란히 디지털로 복원해 난해함을 줄였기 때문이다. ‘디지털 악학궤범’이 그것이다.

<악학궤범>은 음악사, 국어국문학, 전통무용학, 복식사 등 중요한 연구 사료

프라스프로덕션 갈우석 차장은 “우리나라 음악의 맥을 잇는 악규집인 <악학궤범>은 도설로 기록되어 있어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형상화하고 디지털화함으로써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콘텐츠 개발의미를 밝혔다.

<악학궤범>은 음악이론, 악기편성과 연주절차, 악기제작과 연주법, 음악에 따른 춤, 의상과 소품 등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하고 있다. 악기 편에서는 악기 형태, 부분별 치수와 색깔, 재료, 줄 고르는 법, 연주법까지 그림과 더불어 빠짐없이 적고 있고, 춤 편에서는 연주자와 무용수 몇 명이 어떻게 자리하는지, 춤의 절차는 어떠한지 등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악학궤범은 이 같은 <악학궤범> 내용을 ‘연구실’, ‘전시실’, ‘감상실’, ‘공연장’ 등 크게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갈 차장은 구분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연구실은 전문가들이 해설한 음악이론과 주변이야기들로, 전시실은 척도와 색채에 맞춰 복원한 악기, 복식, 의물 등에 대한 해설 내용으로 구성했다. 또한 감상실은 전시실 내용을 토대로 복원한 ‘무용’과 ‘연주형태’에 대한 해설과 동영상을 제공하며, 공연장은 세종 및 성종 때의 연주를 플래시로 제공한다. 나머지 연주들은 해설 및 원천자료 이미지들을 제공해 이해를 도왔다.”

‘디지털 악학궤범’은 이처럼 <악학궤범>에 전하는 악기, 복식, 의물을 척도와 색채에 맞춰 복원, 연주자들에 적용한 다음 무용배치도와 연주형태를 철저하게 고증해서 디지털로 구현했다. 그 외 악보와 음악이론 등 <악학궤범> 대부분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 공연모습을 직접 촬영해 웹에서 보여주는 등 콘텐츠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감상실’에서 보는 ‘금척’. 금척을 전시실에서 복원한 복장 등을 착용하고 구현한 것을 촬영한 동영상이다. ‘금척’은 ‘금으로 만든 자’를 말하며, 금척무를 출 때 사용하는 것이다.
‘감상실’에서 보는 ‘금척’. 금척을 전시실에서 복원한 복장 등을 착용하고 구현한 것을 촬영한 동영상이다. ‘금척’은 ‘금으로 만든 자’를 말하며, 금척무를 출 때 사용하는 것이다. ⓒ 프라스프로덕션

‘감상실’에서 듣는 ‘헌가’. 헌가의 배치도를 전시실에서 복원한 이미지를 토대로 재현한 것이다. ‘헌가’는 ‘등가’와 짝을 이루어 연주하는 아악의 악기 편성법으로, 고려시대 대성악의 도입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등가는 현악기와 노래 중심으로 편성하는 반면, 헌가는 당하악이라고도 하며 관악기와 타악기가 중심이 되는 편성이다.
‘감상실’에서 듣는 ‘헌가’. 헌가의 배치도를 전시실에서 복원한 이미지를 토대로 재현한 것이다. ‘헌가’는 ‘등가’와 짝을 이루어 연주하는 아악의 악기 편성법으로, 고려시대 대성악의 도입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등가는 현악기와 노래 중심으로 편성하는 반면, 헌가는 당하악이라고도 하며 관악기와 타악기가 중심이 되는 편성이다. ⓒ 프라스프로덕션
예악(禮樂)을 중시한 조선 <악학궤범> 디지털복원 의미 크다

갈 차장은 “<악학궤범>은 광범위한 내용으로 구성돼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갖고 있는 연구자와 작업자간 의사소통 문제가 어려웠다”면서도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 음악, 무용, 복식 전문가들의 의견을 여러 번 구해 수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개발 과정은 힘들었지만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콘텐츠개발에는 이숙희(신역 <악학궤범>집필참여/국립국악원 연구원), 박일훈(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역임), 김영숙(성균관대 전통무용 교수/무용 동영상 촬영 및 고증), 송혜진(<한국악기>의 저자/악기관련 감수 및 고증), 고부자(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복식 감수 및 고증)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갈 차장은 콘텐츠 활용방안에 대해서 “관공서와 학교 전자도서관 등에 시청각교재로 제공할 계획인데 현재 개발된 콘텐츠는 기초적인 복원 상태”라고 지적하며 “각 분야별 콘텐츠를 2, 3차로 보완해, 예를 들어 무용 동영상을 집중적으로 연구 복원한 뒤 DVD로 판매하는 등, 콘텐츠의 풍부함을 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음악이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여 핏줄이 뛰게 하고, 정신을 통하도록 하는 것이다."

‘감상실’에서 보는 ‘편종’. 척도 및 색채에 맞춰 복원한 이미지다. 편종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쇠(金)로 만든 타악기의 하나로써, 우리나라에는 고려 예종 11년(1116) 6월에 송(宋)나라로부터 들어왔다. 편종의 형태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6개의 반율(반음)로 이루어진 각 종을 크기는 같고 두께는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제작, 사용했다
‘감상실’에서 보는 ‘편종’. 척도 및 색채에 맞춰 복원한 이미지다. 편종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쇠(金)로 만든 타악기의 하나로써, 우리나라에는 고려 예종 11년(1116) 6월에 송(宋)나라로부터 들어왔다. 편종의 형태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6개의 반율(반음)로 이루어진 각 종을 크기는 같고 두께는 다르게 하는 방법으로 제작, 사용했다 ⓒ 프라스프로덕션
<악학궤범> 서문 중 일부다. 서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조선은 바른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교화해서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여겼고, 음악이 어지러우면 임금의 통치가 그릇된 데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조선은 예악을 중시하고 형벌을 나중에 다스리는 이른바 '예악사상'에 따라 음악을 관장하는 국립기관을 여럿 두었다. <악학궤범> 편찬을 담당한 ‘장악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악기를 만들고 연주자를 길러내고 음악 책을 펴내며 제사나 잔치, 조회 등 왕실과 나라의 여러 행사에 음악을 시행했다.

<악학궤범>이 15세기 목판인쇄를 통해 제작된 음악사전이라면 ‘디지털 악학궤범’은 21세기에 새롭게 탄생한 디지털사전이다. 디지털사전은 목판사전이 전하는 제사, 잔치, 조회를 비롯해 왕실과 나라의 행사에 쓰인 춤을 음악 연주와 함께 보여 주면서 악기, 의상, 무대장치 등 제도, 무용방법, 음악이론 등을 복합적이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악학궤범>이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우리 음악이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관련 문헌과 이론적 정비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에서 참다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문화자료를 바탕으로 개발한 디지털 악학궤범이 그 대접만큼이나 교육과 산업분야 등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사전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 본다.

조선음악의 유일한 지침서, <악학궤범>은 어떤 책?
음악, 무용, 국문학, 복식사, 과학사, 미술사 등 귀중한 자료

▲ ‘연구실’의 음악이론 중 ‘12율명’을 해설해 놓은 것이다. 음악이론은 음률의 생성 방법, 12율, 5성, 악조, 율관 등 음악의 기초 이론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악학궤범(樂學軌範)>은 조선 음악의 유일한 지침이 된 악전(樂典)으로 9권 3책으로 이뤄졌다. 1493년(성종 24) 왕명에 따라 예조판서 성현(成俔)을 비롯하여 무령군(武靈君), 유자광(柳子光), 신말평(申末平), 박곤(朴棍), 김복근(金福根) 등이 엮은 악규집(樂規集)이다.

다음은 ‘디지털 악학궤범’ 개발에 직접 참여했던 이숙희 국립남도국악원 학예연구사가 소개한 <악학궤범> 내용이다.

<악학궤범>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이 문헌의 역사성, 궁중 행사에서 연주하는 음악과 무용의 종류와 내용, 공연에 수반되는 악기와 의물 그리고 복식(형태, 재료, 색채, 규격, 제작방법)까지도 함께 기록해 놓은 내용의 실용성, 그 이전부터 전승되어 오는 전통문화를 내면화 해놓은 문화사적 의의 때문이다.

전 세계 음악사(音樂史)에서 <악학궤범>과 같은 형식과 내용을 갖춘 악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학궤범>의 진면목을 밝히기 위해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계음악사에 <악학궤범> 같은 형식과 내용을 갖춘 악서(樂書) 없다

먼저 음악 부문에서 음악이론과 각 공연에 따른 악대제도, 악기편성, 악기, 악보, 악조, 악곡의 종류, 악곡의 가사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 놓았다. 현재는 ‘궁중’ 혹은 ‘왕실’이라는 실체가 없어졌지만, 그 음악 문화는 전승되고 있다. 따라서 조선조 음악문화를 제대로 전승하기 위해서는 <악학궤범>을 필수적으로 참고해야 하며, 조선시대에도 내내 그렇게 해왔던 일이다.

무용 부문을 살펴보면, 고려시대 정재와 조선초기 새로 창제한 당악정재와 향악정재를 모두 수록해 놓고 있다. 각 춤의 안무도, 무용수들의 등장과 퇴장, 무용의 반주음악, 춤추는 절차, 창사의 종류와 가사, 무용에 사용하는 의물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서 고려시대 정재가 조선초기에 어떻게 전승되었는지, 또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알 수 있다.

국문학과 국어사의 측면에서도 <악학궤범>은 중요한 연구 자료이다. 각종 음악의 가사와 창사의 가사를 통해 15세기 악장(樂章)문학을 연구할 수 있으며, “내 님을 그리와 우니다니 山 접동새난 이슷하요이다”와 같은 고려가요 가사 기록에 사용된 문자는 15세기 한글 연구에 참고 자료가 된다.

<악학궤범>은 복식사의 측면에서도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악학궤범>에는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착용하는 복식을 모두 기록해 놓았고, 직물의 종류, 문양, 색상, 치수를 밝혀 놓았을 뿐 만 아니라 형태를 기록해 놓음으로써 현재도 재현 가능하게 해 놓았다. <악학궤범>은 조선초기 복식사 특히 연주복 변천사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자료이다.

<악학궤범>이 가지는 과학사의 의의는 악기와 의물의 제작 재료, 규격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는 악기 제작에 사용하는 나무의 종류가 오동나무, 밤나무 등 몇 종류로 제한되어 있지만, <악학궤범>에는 약 80여종의 악기재료가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악기 재료를 통해 15세기 당시 수종(樹種)을 파악할 수 있고, 당시 자연환경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또 악기와 의물, 그리고 복식의 치수를 기록해 놓았는데, 악기와 의물에는 영조척, 복식에는 포백척을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척도를 통해 15세기 도량형을 추정할 수 있다.

<악학궤범>의 미술사적 의의는 색채와 문양에서 찾을 수 있다. <악학궤범>에는 악기, 의물, 복식 등의 재료와 색채 등에 대한 설명이 있고 그 형태를 그려놓았다. 악기, 의물, 복식에 사용된 색채는 우리나라 전통 색채 혹은 15세기 색채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악기, 의물, 복식 등에 그려진 문양은 우리나라 전통문양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다만 색채의 경우 명칭만 있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악학궤범>은 음악, 무용, 국문학, 복식사, 과학사, 미술사 등 귀중한 자료

조선조는 예악사상을 사회 문화 제도의 바탕으로 삼았고, ‘고악(古樂)’을 가장 이상적인 음악으로 여겨 주나라 제도를 따라 악제를 따르고자 했으며, 당송(唐宋)의 제도를 수용함으로써 그것을 실현하였다.

그러나 그 음악에 담긴 사상은 ‘중화(中和)사상’이며, 그 원리는 ‘자연’ 혹은 ‘자연의 법칙’이다. 고악이 유교 음악사에서 전범(典範)이 되는 이유는 인간심성을 바르게 하고 사회를 교화하는 공효가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음악 자체가 가지는 가치와 그 음악을 운용한 통치자의 능력, 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중화’는 古樂 즉 교화의 공효가 있는 이상적인 음악이 되게 하는 조건으로서, 음악 그 자체가 중화의 속성이 있으며, 자연을 바탕으로 해야만 중화의 기(氣)를 얻는다. ‘자연’이란 인위적인 것의 반대 개념으로, 첫째는 물질적 의미의 자연이고, 둘째는 이치적 측면의 자연 즉 자연의 법칙 이다. 물질적 자연은 자연물 자체를 의미하고, 이치적 자연은 음양, 5행, 8풍, 8괘, 10간, 12지, 12차, 24절기, 28수 등 자연의 법칙을 의미한다.

<악학궤범>의 음악이론, 음악 무용의 구성원리, 악기, 의물, 복식 등의 형태와 색채 등은 이와 같은 ‘자연’ 혹은 ‘자연의 법칙’이 적용되어 있다. 이와 같이 <악학궤범>은 사상사(思想史) 면에서도 참고해야 할 문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악학궤범>이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기록의 내용과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데 있다.

(자료: 이숙희 국립국악원 연구원 제공)

덧붙이는 글 | 프라스프로덕션 ‘디지털 악학궤범’ 자료 열람
http://www.culturecontent.com -> 문화원형관 -> 디지털 악학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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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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