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가 15일 오전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핵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홍석현 신임 주미대사가 15일 오전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핵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홍석현 주미대사가 25일 저녁 김우식 비서실장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노 대통령은 김우식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의 표명 보고를 받고 "주미대사로서 중요한 시기에 원만하게 업무수행을 해왔는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사표 수리 시기는 주미대사로서 현안처리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며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대사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안기부 불법도청 X-파일 공개에 따른 홍 대사에 대한 여론의 퇴진 압력을 수용하면서도 홍 대사에게 신변을 정리할 시간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홍 대사는 어제 밤 10시30분경에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일로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김 실장은 바로 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홍석현 주미대사가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오늘은 하필이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1년여만에 재개된 날이다.

재외공관장 가운데서도 장관·총리급 인사를 기용하는 핵심 포스트로 간주되는 주미대사가 국내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장 민족의 명운을 좌우할 6자회담이 진행중이고, 한미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홍 대사는 안기부 불법도청 X-파일 공개에 따른 퇴진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25일밤 김우식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주미대사가 지난 2월 15일 부임한 지 5개월여만에 중도사퇴하게 된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책임문제가 거론될 전망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6일 홍 대사 사의 표명과 관련 "때늦은 감이 있다"며 "홍 대사 임명 과정도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아울러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의 병행 추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커 이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가 모두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본인은 물론 홍 회장을 주미대사를 추천한 인물과 인사검증 책임자 그리고 임명권자 등이 모두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퇴 뒤에도 홍 대사의 앞날에는 험난한 여정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홍석현 대사의 발탁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홍 대사는 안기부의 불법도청 녹취록이 처음 언론에 불거진 21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여기 올 때도 내 뜻대로 온 게 아니다"면서 "앞으로도 큰 흐름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주미대사 발탁이 자기 뜻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뜻이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추천설이 정설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지난 1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홍 대사의 발탁은) 철저하게 노무현 대통령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러나 "나는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여 자신이 '중개' 역할을 했음을 암시했다.

홍 대사 본인도 지난 3월 2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비공식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8일 '모 인사'의 제의를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사는 그때 "그쪽 말대로라면 '찾다가 찾다가 내가 거론돼서 생각했다'고 대통령이 그랬다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의 아이디어'라는 점에서는 정 장관의 말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왜 그를 대사로 발탁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홍 대사 발탁을 둘러싸고 갖가지 '설'(說)이 나돌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