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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종중(宗中) 회원 자격을 배제한 관습과 대법원 판례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제기된 소위 `딸들의 반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 공판이 열린 21일 오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내자 청송 심씨 혜령공파 심정숙씨가 만세를 부르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진성철

[3신 : 21일 오후 3시30분]

대법원 "남녀 구분 없이 성년이 되면 종중의 구성원이 돼야 한다"


"가족법 분야에서 양성평등의 실현은 법률의 개정을 통해 이뤄져왔다고 할 수 있는데, 본 판결은 실정법이 아니라 '관습법'의 영역인 종중의 구성원 자격과 관련해 대법원이 우리 법질서 전체에서 지향하고 있는 양성평등의 이념을 근거로 해 종래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하고, 남녀 구분 없이 성년이 되면 종중의 구성원이 돼야 함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종중 지위 확인 사건에 대해 대법관 전원 의견일치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최종 결정하고 이와 같이 판결의 의미에 대해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인해 종중원 구성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향후 종중의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점을 고려해 판례 변경의 효과를 판결 선고 이후의 종중 구성원의 자격과 이와 관련해 새로이 성립되는 법률관계에 때해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판결이 선고된 오늘부터 성년인 여성들은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

다만 대법원은 "판결선고 전에 성년 남자들만을 종원으로 해 종중이 행한 대표자 선임결의, 종중재산의 처분에 관한 결의 등의 법률행위는 그대로 유효하다"며 "본 판결 선고 이후에는 종중에서는 새로이 종원이 된 성년 여성, 즉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 중에서 성년 여성들(딸들)에 대하여도 종중총회 소집통지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

또 "남성들에게만 소집통지를 해 한 종중총회 결의는 장차 그 효력이 문제로 될 수 있다"며 "따라서 개별 종중에서는 본 판결에 따른 적법한 종중 운영을 위해 공동 선조의 후손인 성년 여성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적용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날부터 여성이 종중원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전의 종중 결의에 대해서는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날 사실상 승소한 용인 이씨 출가 여성 5명도 1998년 종중 결정을 뒤엎지는 못해 배분된 재산을 더 받거나 하는 실익은 없게 됐다.

또 재판에 계류중인 10여건의 유사 소송도 당시에는 종중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각' 판결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성년여성이 종중 구성원이라는 점만을 다룬 판결로 이미 결의된 종중 재산 배분에 대해서는 별도 소송을 내도 뒤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응 및 평가] "딸들도 재산, 제사문제 동등한 권리행사 할 수 있어"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20세 이상 성인 남성만 종중 회원으로 인정하고 미성년자와 여성을 배제해온 관습과 대법원 판례를 깬 것이며, 올해 3월 호주제 폐지법안의 통과와 맞물려 양성평등의 이념실현을 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는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고측 대리인을 맡았던 황덕남 변호사는 "여성에 대해 사회적, 법적 권한뿐만 아니라 생활과 문화 속에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할 수 있도록 인정받았다"며 "사회제도가 강화되면서 내적으로 소외됐던 여성들이 이제는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황 변호사는 "상속 문제나 종중 문제와 관련해 아들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깼고, 앞으로는 딸들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현실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또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사실상 여성 지위에 변화를 가져온 호주제도 폐지에 이어 이번 판결도 여성의 자격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재산문제, 제사문제에 있어 딸들도 동등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받을 수 있는 관습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신 : 21일 오후 2시10분]

대법원, '딸들의 반란' 파기환송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2시 용인 이씨 사맹공파 5명, 청송 심씨 혜령공파 3명의 출가여성 등 총 8명이 종친회를 상대로 종중원의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낸 종중 회원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같이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소송을 제기했던 심정숙씨는 "여성의 권리를 되찾아 너무 좋다"며 "여성들 대표가 된 것 같고 그간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것 같아 억울했는데 (이번 판결로) 기쁘다"고 말했다.

또 이원숙씨는 "소송을 시작하면서 제재를 많이 받았다"며 "많이 어려운 가운데 판결이 좋게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딸들의 반란' 대법원 판결 주요 내용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성인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만을 종중(宗中) 회원으로 자격을 인정해온 관습과 수십년 된 판례를 깨고, 13명의 대법관 전원일치된 의견으로 "여성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판례를 내놨다.

다만 재판부는 파기환송 이유에 관해 7인의 다수의견(윤재식·이용우·강신욱·이강국·고현철·김영란·양승태 대법관)과 6인의 별개의견(최종영 대법원장과 유지담·배기원·이규홍·박재윤·김용담 대법관)이 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수의견에 대해 "종중 회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의 관습은 1970년대 이후 사회환경과 국민의식의 변화로 인해 법적 확신이 상당히 약화됐다"며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에서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남녀평등의 원칙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및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종족의 본질상 공동선조의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년이 되면 남녀 구별없이 종원이 돼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와 같이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해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새로운 판례의 적용시점에 대해 "변경된 대법원의 견해는 이 판결 선고 이후에 새로이 성립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만 적용된다고 함이 상당하고 예외적으로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혀 이날 이전의 종친회 운영이나 재산처분 등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6인의 대법관이 판례 변경에 동의하면서 내놓은 별개의견은 "종래 관습법 중 문제가 된 부분은 성년 남성은 모두 가입이 인정되면서도 종중 가입을 원하는 성년 여성을 배제한 점에 있다"며 "따라서 판례는 종중 가입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성년 여성에 한하여 종원으로 인정하는 수준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신 : 21일 오전 11시] '딸들의 반란' 출가 여성도 종중자격 있나?

과연 출가한 여성도 종중(宗中)의 자격을 갖출 수 있을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00년 4월 용인 이씨 사맹공파 33세손으로 출가한 여성 5명이 종중을 상대로 종중 회원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종중 회원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을 21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선고할 예정이다.

이번 출가 여성들의 종원(宗員) 자격 인정 소송은 소위 '딸들의 반란'이라고 불리며, 사건의 시작은 종중이 관리하던 임야 등 부동산 매각 후 재산분배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씨 종중이 지난 19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아파트 건설업체에 팔아 이 돈을 그 해 12월 분배하면서 성년 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을 지급했다. 그러나 성년 여성에게는 3300만원씩, 미성년자와 출가녀 등에게는 1650만원에서 2200만원씩 '재산분배'가 아닌 '증여' 형식으로 차등지급했다.

이에 이씨 등은 '미성년자와 여성이 종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돈을 차등지급한 것과 분배가 아닌 증여의 형태로 지급된 것은 헌법상 남녀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종중 회원 자격을 배제한 관습과 대법원 판례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 '딸들의 반란'을 시도했다. 하지만 하급심인 수원지법과 서울고법에서 이들의 소송은 모두 원고패소 판결로 결론났다.

1, 2심 판결에 불복한 이씨 출가 여성들은 "관습상 종원을 성년 이상 남자로 단정하는 것은 헌법상 남녀평등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자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통상 재판부가 아닌,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또 대법원은 통상 법정에서 변론 없이 서류만 검토해 선고하는 상고심 관례와 달리 2003년 12월 사상 최초로 공개변론을 열고 여성이 종중 회원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유림과 여성 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이때 대법원은 이승관 성균관 전례위원장과 안동대 이덕승 교수 등 양측 대리인과 참고인의 의견을 법정에서 직접 듣는 절차도 마련했다.

당시 원고측은 "종중원에 관한 기존의 관습은 사회 변화에 따른 현재의 관행은 물론 남녀평등을 규정한 우리 헌법 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여성도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종중 회원의 자격을 가져야 하며 종중 재산의 처분시 여성에게도 공평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피고측은 "현행법상 여성은 결혼하면 원칙적으로 남편의 호적에 입적되고 자녀들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며 "출가 여성에게 종중 회원 자격을 인정할 경우 친정 종중의 재산이 남편이 속한 종중으로 넘어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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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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