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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의회 및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정당공천제 도입에 따른 과열·혼탁 선거가 벌써부터 우려되는 가운데 선거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이미 '지방선거에 올인'(다 걸기)'하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제기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복수의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에게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월부터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정책공조를 강조하면서 "청와대가 선도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당·정 협의 때 자연스럽게 당에 '토스'해 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맞춰 당에서 발표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무(政務)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선거 겨냥한 '맞춤형 정책개발 및 당에의 토스 전략' 직접 주문

특히 이와 같은 노 대통령의 정무 개입은 최근 이른바 '민심 청취 16개 시·도 순회간담회' 개최와 관련, 한나라당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김두관 대통령정무특보의 행보와 맞물려 선거법 위반 논란을 더 거세지게 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김두관 정무특보는 19일 SBS 라디오에서 "별정직으로 정당에서 청와대에 온 분들 중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며 "청와대 행정관, 비서관 중에서 (내게) 자문하기에 '늦게 정리하고 가면 힘들다. 1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니 빨리 나가라'고 (조언)했다"고 밝히는 등 청와대 직원들의 지방선거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소관부서별로 입안·추진중인 정책보고를 받으면서 "적절한 시점이 되면 당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하라"고 당부하는가 하면, "컨셉을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시 활용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선거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경제정책수석실에서 입안 추진중인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계획을 보고받으면서 김영주 경제수석에게 "대통령 보고회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이관되는 방안을 검토하라"면서 "지방자치 선거과정에서 좋은 공약으로 제기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라고 지시해 지방선거를 겨냥한 '맞춤형 정책개발 및 당에의 토스 전략'을 직접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해 당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를 주문한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결과적으로 각 지방에서 주도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런 쪽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청와대는 개념만 제시하고 건교부에서 연구중이기 때문에 한참 뒤에 정책 입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참 뒤에'라는 말은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건교부에서 주도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당정협의를 통해 당에 토스한 뒤에 당에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당에 토스한 뒤 당에서 발표하는 형식 취하라"

또한 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 보고에서도 지방정부 복지예산의 감소로 매칭펀드로 되어 있는 중앙정부 예산도 쓰지 못하는 역진현상 등을 거론하며 "이런 문제는 당이 전략적으로 쟁점화하고 이슈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지방선거와 같은 시기에 당이 전략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과 함께 가야 할 정책이므로 (대통령 보고회에) 당이 참여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청와대의 선도적 정책개발 ▲당·정 협의 때 자연스럽게 당에 '토스' ▲지방선거 전략에 맞춰 당에서 발표로 이어지는 '지방선거 맞춤형 3단계 정책추진'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입안·추진하는 '병영문화 개선대책위원회 운영계획'에 대해서도 "당이 주도해 나가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조차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독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종석 NSC 사무차장은 노 대통령에게 "당과 협의한 결과 당에서는 별도의 추진기구를 두고 운영하되 내용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직접 연관된 정무를 챙기는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 등 지지세력을 재규합하고,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현상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정치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라며 "정책으로 나오는 한나라당에 맞서게 하기 위한 대통령의 배려"라고 해명했다. 즉 한나라당의 '정책에는 정책으로 맞서라'는 노 대통령의 대응기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은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비공식 브리핑에서 한번도 브리핑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정책적 배려'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이는 청와대에서도 노 대통령의 지방선거 활용 전략 발언이 외부에 공개되었을 경우 선거개입 및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벌어질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편 노 대통령이 이른바 연정(聯政) 구상을 처음 꺼낸 지난 6월(당·정·청 11인 회의)에서부터 그동안 손을 놓았던 '정무'(政務)에 직접 개입하고 나선 이와 같은 정황증거는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지역구도 해체'와 '지방선거 승리'라는 장단기 목표를 갖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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