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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김석진씨 가족과 함께.
지난 9일 김석진씨 가족과 함께. ⓒ 박미경
전화로 약속한 어느 음식점에 도착하니 김석진씨가 미리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김석진씨 가족과의 만남은 반가운 일이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습니다. 대상은 다르지만 각자 오랜 세월 함께 투쟁하고 있고, 해고자의 삶이 어떠한지 그 사정을 너무도 잘 아는 동지의 끈끈한 정 때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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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씨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방문하곤 속으로 조금 놀랐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엔 절약 정신이 짙게 배어 있고, 상상했던 모습보다 빠듯하게 사는 듯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사택 아파트는 남편이 결혼 전, 대출로 구입했는데 대출금을 갚자마자 해고되어 난감했다고 합니다. 3년 넘게 시어머니 병 수발하는 동안 외출 한번 못하고 막막한 생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저는 김석진씨의 아내 한미선씨가 우러러 보였습니다.

컴퓨터는 누군가가 준 것이고, 텔레비전(요즘 보기 힘든 제품)과 장식장은 주워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새는 안 쓰는 물건 있으면 이웃에서 먼저 전화를 준다며 한미선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가족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석진씨는 대화도중 자신도 모르게 여러 번 '체'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저는 웃으며 '혹시, 비염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김석진씨는 박일수 열사 투쟁 때 경비에게 가슴을 폭행 당한 적이 있는데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갑상선에 팔, 다리가 떨리고 치아도 이상이 있는 아내도 아픈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내색을 안 했기에 몰랐는데, 오랜 해고자 생활로 다들 건강에 적신호가 생기나 봅니다.

김석진씨는 오는 22일에 대법원 선고가 있습니다. 힘들어도 언제나 환한 미소를 가득 띠고, 밝은 얼굴로 살아가는 김석진씨 가족들의 참혹한 세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대법원의 양심과 상식을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대자보와 피플타임즈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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