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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감자의 변신! 할머니표 감자 튀김
하지감자의 변신! 할머니표 감자 튀김 ⓒ 이승열
'먹는 것에 목숨걸지 않고 가볍게 배만 채우면 된다'는 것이 평상시 음식에 대한 내 지론이다. 그럼 나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즘 유행하는 '출산드라 식'으로 말하면 '비쩍 곯은 은혜를 입지 못한 불쌍한 인생' 쯤 된다.

음식을 잘 만들지도 못하는, 더욱이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아 매일 반성하고 사는 막내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내가 만난 어른들 중 단연 최고다. 대부분 주위 사람들을 보면 결혼 후 시댁 음식에 적응하느라 무척 고생을 하는데, 난 그와 정반대였다.

한량인 아버지를 대신해 모든 농사일을 관장했던 엄마는 먹고 사는 것에 치여 음식을 제대로 만들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작이며 짚으로 불을 지피는 재래식 아궁이뿐이었으니 말이다. 간식이래봐야 쑥개떡, 삶은 감자, 겨우 내내 사람도 먹고 돼지도 함께 먹었던 물고구마뿐이었다. 그때 질린 고구마를 난 지금도 먹지 않는다. 집을 떠나기 전 중3때까지 먹은 고구마의 양이 웬만한 사람 평생 먹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결혼 후 시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날 황홀하게 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를 함께 섞어 상상도 못한 독특한 맛을 내는 것, 음식 만드는 것이 노동이 아니라 행복한 유희처럼 즐기는 것. 난 결혼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냥 옆에서 기꺼이 조수 노릇만 한다.

불고기를 익힌 후 냉이를 살짝 넣은 전골, 오이로 국물 낸 열무김치, 불고기와 어우러진 오이볶음. 세상에 오이를 익혀 먹을 생각을 하다니, 그 기발함이 신기하고 아삭아삭한 오이에 배인 불고기 맛 또한 더 신기하다.

여름이 오면, 감자가 지천인 하지가 지나면, 아이는 은근히 압력을 넣기 시작한다.

"엄마, 슈퍼에서 사는 것 말고 할머니가 해주는 감자 튀김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여긴 아파트라 말릴 장소가 없어 안 돼."
"할머니도 아파트인데 여름마다 만들어 주시잖아. 우리 옥상 문 항상 열려 있는데."
"엄마 출근한 사이에 비 오면 걷을 사람 없잖아."

손자의 텔레파시가 할머니께 그대로 전달되었나 보다. 출장 길 본가에 들렀던 남편의 손에 '할머니표 감자 튀김'이 들려 있다. 먹기만 하면 되는 완성된 것 한 봉지, 튀기기만 하면 되는 말린 것 한 봉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쨍쨍한 여름 해가 세상의 모든 습기를 날려 버릴 것 같은 날. 등줄기의 골을 타고 땀이 줄줄 흐르는 가마솥 더위가 한창인 날, 채반을 받쳐 들고 옥상을 오르내려 보자.

어머니께 전수 받은 감자 튀김 만드는 법

1. 감자를 가능한 한 얇게 썬다(난 슬라이스 칼을 이용하고 어머니는 무쇠칼을 쓰신다).
2. 끓는 물에 적당하게 소금으로 간을 한다(언제나 이 적당량이 문제이다).
3. 2)번의 끓는 물에 1)번의 감자를 익힌다.
4. 3)번의 감자를 바짝 말린다. 햇살 좋은 날 하루에 말리는 것이 좋다. 며칠에 걸쳐 말리면 튀긴 후에 색깔이 희지 않고 약한 갈색이 된다.
5. 말린 감자를 먹을 만큼씩 약간의 기름에 튀긴 후 설탕을 솔솔 뿌리면 끝.

소금물에 삶아 하루 종일 말린다. 말리는 기간이 짧을수록 품질이 좋은 감자 튀김이 만들어 진다.
소금물에 삶아 하루 종일 말린다. 말리는 기간이 짧을수록 품질이 좋은 감자 튀김이 만들어 진다. ⓒ 이승열

세 조각에서 다섯 조각 정도를 기름에 담궜다 재빨리 건지면 된다.
세 조각에서 다섯 조각 정도를 기름에 담궜다 재빨리 건지면 된다. ⓒ 이승열

철망을 이용해 튀기면 더 간편하다. 약간의 기름에 3초 정도면 튀기면 된다.
철망을 이용해 튀기면 더 간편하다. 약간의 기름에 3초 정도면 튀기면 된다. ⓒ 이승열

약간의 기름에 살짝 튀긴 후 설탕을 솔솔 뿌리면 끝! 우리 가족 모두 단맛을 즐긴다.
약간의 기름에 살짝 튀긴 후 설탕을 솔솔 뿌리면 끝! 우리 가족 모두 단맛을 즐긴다. ⓒ 이승열

한번 도전해 보세요. 깨끗한 기름에 담백한 맛, 값싼 재료. 간식은 물론 여름철 시원한 맥주 안주로도 아주 좋답니다. 집에서 만든 감자 튀김에 한 번 입맛 붙잡히면 절대로 파는 것을 먹을 수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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