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뭐, 저리 무책임한 작자가 다 있는가!”

차예량은 분이 가시지 않은 채 서우신을 뒤로 하고 소리를 질러대었다. 차예량은 계화와 함께 서우신을 설득해 남한산성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할 작정이었지만 막상 의도는 완전히 빗나간 셈이었다. 장판수와 최효일, 차충량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허둥대는 병사들을 정돈하기에 바빴다.

“이곳에 목책을 세워라! 이곳으로 몽고군의 기병이 들어올 수 있느니라!”
“갑자기 어디서 나무를 구해 목책을 만든데유?”

남한산성 주위는 청의 대군이 주둔했던 터라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 쓸 만한 나무 등걸 하나 구하는 것도 빠르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사이 척후병이 달려와 몽고병들이 가까이 왔음을 알렸다.

“놈들에게 정찰을 허용해서는 아니 되오! 궁수들로 스무 명씩 짝을 이루어 정찰을 하기 위해 근처에 다가서는 몽고병들을 일단 저지하는 한편 저 언덕을 잘 방비해야 하오!”

차충량의 말에 장판수가 병사들을 가려 뽑기 위해 뛰어 나갔고 최효일이 포수들을 이끌고 이미 진지를 꾸리고 있는 언덕으로 달려갔다.

“조선군이 벌써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몽고군의 진영에서는 보얀이 인상을 찡그리며 멀리서 웅성거리는 조선군의 진지를 바라보며 근처의 지형을 탐방했다.

“일단 저 언덕을 장악해야 적을 바라볼 수 있느니라. 병사들을 보내어 언덕을 차지하라.”

천 여 명의 병사를 언덕으로 보낸 보얀은 병사들에게 진지를 꾸리라는 명을 내릴 사이도 없이 급히 조선군의 태세를 시험하기 위해 오백여 병사들에게 방패를 들려 앞으로 내어 보내었다.

포수들과 함께 헐떡이며 언덕으로 달려온 최효일은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언덕으로 밀고 올라오는 몽고병들을 앞에 두고 당황해하는 병사들을 정돈시키기에 바빴다.

“이거 적의 수가 많습니다!”

젊은 군관의 말에 최효일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당황하지 마라! 적은 이제 막 이곳으로 왔기에 매우 지쳐 있다! 침착하게 열과 오를 맞추어 적을 맞이하라!”

몽고군은 언덕위에 조선군이 이미 태세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 한 듯 방패조차 없이 좁은 길을 따라 어수선하게 언덕길로 들어섰다. 몽고군이 완전히 눈앞에 드러나자 최효일은 병사들에게 함성을 지르도록 명했다.

“와아!”

놀란 몽고군은 서둘러 대오를 갖추느라 혼란스러워졌고 그 위로 일제히 조선군의 총탄이 쏟아졌다. 몽고군은 조선군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수십명의 사상자를 남기고 언덕 아래로 쫓겨 내려가고 말았다.

“총소리가 아닌가?”

보얀은 병사들을 내보낸 언덕 쪽을 바라보며 어두운 표정으로 읊조렸다. 하지만 표정이 어두워 진 것은 보얀만이 아니었다.

“종사관 나으리! 화약이 부족합니다!”

한 사람당 서너 발의 총탄을 쏘았을 뿐인데도 언덕위로 올라선 조선군의 화약이 동이 나버린 것이었다. 몽고병이 또 다시 올라올 것을 염려한 최효일은 병사들을 보내어 화약을 가져 올 것을 명했다. 잠시 후 돌아온 병사들은 약간의 화약만을 가지고 와 최효일에게 고했다.

“진중에 화약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나마도 사정이 긴박하다고 아뢰어 겨우 가져온 것입니다.”

최효일은 애꿎은 병사들에게 크게 화를 내었다.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곳인데 어찌 화약을 아낀단 말이냐! 내가 직접 내려가 보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