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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록차 뮤지엄 '오! 설록'
설록차 뮤지엄 '오! 설록' ⓒ 강지이
가까이에서 본 차밭의 풍경
가까이에서 본 차밭의 풍경 ⓒ 강지이
제주의 토질과 바람, 수분이 많은 공기 등이 녹차를 가꾸기에 적합한 환경 조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해남 지방에 녹차 밭이 많은데 그것 또한 천혜의 자연 조건 덕분에 형성된 농업 문화일 것이다. 현재 제주의 서광다원은 총면적 21만평 규모의 대규모 차밭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차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녹차 박물관 앞에는 밭 사이로 드라이브길이 나 있어 이 길을 따라 가다가 차를 잠시 세우고 차나무들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도 있다. 차의 새순을 따서 입 속에 넣어 보면 쌉싸름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그 개운함은 녹차 한 잔의 맛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박물관에서는 금방 딴 녹차잎을 말려 신선도를 유지한 녹차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저렴한 가격(2000원)에 판매한다.

차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차의 종류들
차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차의 종류들 ⓒ 강지이
전망대에서 바라 본 차밭의 전경
전망대에서 바라 본 차밭의 전경 ⓒ 강지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제주에 이와 같은 대규모 차밭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보성 녹차만 유명했지 제주에 대단지 녹차밭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형 마트의 녹차 매장에 가 보면 '한라산' 이라는 로고가 들어간 제주산 녹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제주도민들은 대기업의 이와 같은 대규모 차 재배에 불만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녹차를 손으로 일일이 따는 작업 때문에 주변 인력을 활용하여 농촌 지대 실업난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긍정적 의견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이 거대한 부지를 사 들여 차 산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주민들도 꽤 있다.

특히 녹차 재배를 간편하게 하기 위하여 주변에 뿌린 제초제들은 땅의 기운을 잃게 하고 생태계 파괴에 영향을 준다. 차밭으로 걸어 내려가 보면 누렇게 말라 죽은 풀 옆으로 싱싱하게 자라는 녹차 나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규모로 재배하다 보니 손쉽게 수확을 하고 편리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천연의 기호 식품'으로 인정받는 녹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임이 틀림없다. 주변에 제초제가 뿌려진 녹차를 '무공해 녹차'라고 칭하기엔 부끄러움이 더 많다. 한라산의 맑은 정기를 머금었다는 녹차의 광고가 무색할 정도다.

녹차밭 옆으로 누렇게 말라죽은 풀들
녹차밭 옆으로 누렇게 말라죽은 풀들 ⓒ 강지이
짙푸른 차나무들과 대조적인 누런 풀들
짙푸른 차나무들과 대조적인 누런 풀들 ⓒ 강지이
어떠한 먹거리든 대규모로 재배할 경우 고유의 자연성은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로 직접 재배하여 키운 차가 비싸기는 하지만 그 가격만큼 자연은 보존되고 인위적인 가공은 덜하다. 지리산 주변에서 소규모 차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하여 순수 자연산 차를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바른 먹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대기업의 농장 경영 방식도 조금은 바뀔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그저 이윤 창출에 급급하여 자연을 훼손하는 일에 앞장선다면 그 음식과 훼손된 공기가 자신의 몸을 해치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다.

제주에 가면 설록차 뮤지엄 '오! 설록'을 한번 방문해 보자. 차를 가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픈 농장 경영의 산업화를 느낄 수 있는 곳. 가는 길은 제주시에서 서부 산업도로를 타고 가다가 동광 표지판에서 우회전 하여 계속 직진하면 된다.

가는 길에 만나는 짙푸른 목초지와 뒹구는 마소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차밭의 장관은 여름날 여행객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것이다. 그 푸름을 눈에 담으며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온다면 제주 여행이 그저 '관광 여행'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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