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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장례예식장에 마련된 음독 자살한 김양의 빈소. 그는 "업주의 협박과 선불금 때문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고 음독자살을 기도, 7일만에 사망했다.
광주의 한 장례예식장에 마련된 음독 자살한 김양의 빈소. 그는 "업주의 협박과 선불금 때문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고 음독자살을 기도, 7일만에 사망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김씨 "업주 감금·협박... 더이상 희망 없었다"

성매매 관련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장성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김씨는 광주지역 쉼터 등 관계자들에게 자살하게 된 동기 등을 밝혔다. 김씨는 구술이 힘들어 거의 필담을 통해 증언했다.

이날 면담에서 김씨는 "지난 6월 11일 업소를 탈출하자 업주가 남자친구를 협박했고, 남자친구의 어쩔 수 없는 유인에 광양의 한 모텔로 갔다"며 "모텔에 들어가자 업주가 곧바로 들이닥쳐 자기 집으로 끌고가 감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업주는 핸드폰을 빼앗아 연락을 두절시켰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업주는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집에 감금시켜 두고 무서운 협박과 강압에 의해 '월 2백만원씩 총 2800만원을 갚겠다'는 공증서를 써 주었다"면서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한데다가 업주가 외할머니를 찾아가 돈을 갚지않으면 법적으로 고발하겠다고 위협해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죽으면 아무 고통도 없을 것 같아서 죽고싶었다, 그런데 지금이라도 큰 병원으로 옮길 수 있으면 옮겨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보호관찰소 순천지소 등에 따르면 김씨는 전북지역 한 업소에서 일하던 중 경찰 단속에 걸려 지난 2월부터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김씨는 보호처분 이후에도 성매매를 하다 지난 6월 11일 업소(다방)에서 도망나와 상담을 요청하면서 "보호처분을 빌미로 업주가 빚독촉을 해와 성매매를 계속하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9년부터 업주 ㅇ씨와 알게됐고 지난 2004년 12월 ㅇ씨가 광양시내에 다방을 개업하자 이 다방에서 일해왔다.

김씨는 장성 외할머니 댁에서 생활하던 중 지난달 27일 업주에게 끌러갔다가 강제로 공증서를 작성한 후 2일 외할머니 댁에서 음독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이다.

공대위 "업주 즉각구속 엄정처벌 해야"

김씨의 죽음에 대해 광주전남지역 성폭력상담소·성매매 쉼터·전남지역 YMCA·다시함께선터 등 20여개 단체들은 "성매매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불행한 사건"이라며 성매매특별법 강화 등을 촉구했다.

이들 20여개 단체들은 9일부터 대책회의를 열고 '광양 성매매 피해여성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구성, 11일 오전 광주 한 장례예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공동대표 강정희·이순심)는 기자회견을 통해 "김양을 죽음으로 몰로 간 악덕업주를 일벌백계하고 성매매특별법의 강력한 시행과 강화를 통해 더 이상 김양과 같은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업주 즉각 구속과 엄벌, 재산몰수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 강화 ▲선불금 무효에 대한 공익광고 시행 등을 촉구했다.

강정희 공대위 공동대표는 "순천보호관찰소와 긴밀한 협조속에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김양이 안정을 찾도록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런데 업주로부터의 중압감으로 죽음을 선택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11일 오전 한 장례예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주에 대한 구속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김씨의 장례식이 있었다.
공대위는 11일 오전 한 장례예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주에 대한 구속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김씨의 장례식이 있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경찰, 본격 수사 나서... 업주 상대로 감금 여부 등 조사

한편 김양의 음독자살 사건과 관련 전남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김양의 남자친구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미 마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6일 김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이날 경찰은 곧바로 장성의 한 병원에서 치료중이던 김씨를 찾아가 진술을 확보했다. 또 경찰은 7일 광양에 경찰을 급파해 김씨의 남자친구와 성구매자 2명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여경기동수사대 한 관계자는 "남자친구를 조사한 결과, 그는 '업주의 협박때문에 김양을 광양으로 유인하게 됐다'고 진술했다"면서 "김양이 임의로 작성한 수첩을 확보했고 김양의 진술이 아주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는 만큼 업주에 대한 신병처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주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혐의사실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다"면서도 "긴급체포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주는 성매매·알선, 감금 및 협박,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있다.

한편 김양의 가족들은 음독 자살 등에 대해 "할 말 없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으며, 경찰은 성구매자 2명이 성구매를 시인함에 따라 이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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