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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굼부리 분화구를 오르는 길
산굼부리 분화구를 오르는 길 ⓒ 강지이

돌담길 너머로 보이는 초목 지대와 오름들
돌담길 너머로 보이는 초목 지대와 오름들 ⓒ 강지이
매표소 입구를 지나 돌담 길을 오르다 보면 짙푸른 교래리 송당 목장과 옹기종기 펼쳐진 오름들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 온다. 이 풍경은 봄부터 여름 사이에 산굼부리를 찾아야 만날 수 있다. 특히 흐린 날에 이곳을 찾으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회색빛 하늘과 그 아래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겸허한 자연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은 소와 말을 방목하기 위한 넓디넓은 초원이 특징적이다. 푸른 목장이 눈앞에 쫘악 펼쳐진 광경은 산굼부리에 오르는 내내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수 백 개에 달한다는 제주도 오름이 나란히 나란히 놓여 있는 풍경 또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볼거리 중에 하나이다.

교래리 송당 목장의 풍경
교래리 송당 목장의 풍경 ⓒ 강지이

삼나무로 목장의 경계를 둘러 놓았다
삼나무로 목장의 경계를 둘러 놓았다 ⓒ 강지이

흐린 하늘 아래 고개를 숙인 자연
흐린 하늘 아래 고개를 숙인 자연 ⓒ 강지이
흐린 날에 찾는 산굼부리 분화구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깊게 패인 구멍 속으로 빨려 들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운이 좋으면 그 구멍에서 안개가 피어 오르는 신비로운 장면을 만날 수도 있다. 특히 흐릿한 날 오전에 이곳을 찾으면 안개와 분화구가 어우러져 신비로운 숨소리를 내는 듯한 풍경을 얻게 된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분화구라는 것만으로도 신비감을 주는데, 빨려들 것만 같은 그 커다란 구멍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산 안개는 마치 태초의 신성함을 전하는 듯 하다. 산굼부리는 수많은 제주도 오름 중에 하나인 만큼 언덕처럼 되어 있어 꼭대기에 오르면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 온다. 두 팔을 펼치고 분화구를 향해 서 있노라면 세상이 내 것만 같고 가슴이 벅차 오른다.

산굼부리 분화구의 움푹 패인 모습
산굼부리 분화구의 움푹 패인 모습 ⓒ 강지이
제주도에는 참 독특한 풍경들이 많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게 펼쳐진 목장도 그렇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듯 모여 있는 오름들도 그렇다. 산굼부리에 오르면 이런 독특한 풍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단 운이 나빠 안개가 심하게 낀 날에 이곳을 찾는다면 희부연 하늘만 만날 것이다.

더불어 검은색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돌담이 줄을 지어 있는 제주도 특유의 돌담 문화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신기하게도 산굼부리 언덕에 묘지들이 있어 묘지 둘레를 현무암 돌담으로 만들어 놓았다. 제주도민들이 ‘송이’라고 부르는 붉은색의 가벼운 화산 자갈들도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장식한다.

분화구 옆으로 난 산책로를 걸어도 좋다
분화구 옆으로 난 산책로를 걸어도 좋다 ⓒ 강지이

무덤을 돌담으로 둘러 놓은 독특한 풍경
무덤을 돌담으로 둘러 놓은 독특한 풍경 ⓒ 강지이
흐린 날에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면 산굼부리 분화구를 찾아가 보자. 태초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곳, 자연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곳,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맞고 싶은 곳이 바로 이곳, 산굼부리 분화구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주말(7월 2일~3일) 여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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