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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
박승 한국은행 총재. ⓒ 권우성
부동산 투기 과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7일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정부의 통화정책 방향이 부동산 문제보다는 경기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 자칫 침체된 경기가 더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이같은 경기인식을 그대로 나타냈다.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한국은행 기자실로 내려온 박 총재는 "현 시점에서 통화신용정책은 부동산문제보다 경기회복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운용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금통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서 "현 단계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면에서 직접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는 지금 정부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박 총재는 말했다. 8월말로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보고,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한달전 '한은 인내하고 있다'고 했다가, 지금은 '경기회복 중요'로 방향 선회

하지만 바로 한달전까지만 해도, 박 총재는 부동산 투기 문제에 대해 '한은이 인내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었다. 당시 그는 한은법까지 거론하면서, "한은이 필요한 경우 금융기관 대출의 최고한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통위원들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정부 대책이 준비중이고, 유가와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올라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기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다음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맞춰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온다. 정부 대책에 힘을 더욱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금통위 결정 전에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금리인상 반대의견을 낸 것도 이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독립성이 크게 후퇴하고, 신뢰에 금이 갈 것이라는 비판도 함께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총리 금리인상 반대 의견은 와전됐을 것"

이밖에 현 경기전망에 대해, 박 총재는 "지금 우리 경제는 밑바닥에서 구조조정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경기 또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증요법적인 단기대응책으로 무리하게 경기부양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인내심을 갖고 구조조정 노력과 단기경기부양 정책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다만 한은이 발표한 것처럼 우리 경제는 하반기부터 회복단계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가계부분의 소득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체감경기의 회복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최근 한덕수 경제 부총리의 금리인상 반대 발언에 대해서도, 박 총재는 "사실과 다를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 부총리에 대한 보도도 사실과 전혀 다를 것이며 언론이나 일부 풍문 등에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부총리는 한은의 결정을 매우 존중해 주는 사람이며 절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보도 등은 와전됐을 것이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콜 금리를 연 3.25%로 현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콜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3.50%에서 3.25%로 0.25% 포인트 내린 후 8개월째 동결됐다.

다음은 박승 총재의 통화정책방향 발표 내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와 같이 하반기부터 우리경제는 회복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계부문의 소득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체감경기의 회복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당장의 경기회복에 대한 걸림돌은 기름값과 부동산 가격이다. 기름값은 올해들어 지난해보다 약 40% 올라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약 0.8%포인트 끌어내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올해 성장률은 3.8%가 아닌 4.6%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금통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 문제는 지금 정부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면에서 직접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금통위의 뜻을 모았다.

다시 말해 현 시점에서 통화신용정책은 부동산문제보다 경기회복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운용을 해야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지금 우리경제는 밑바닥에서 구조조정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경기 또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는 과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증요법적인 단기대응책으로 무리하게 경기부양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내심을 갖고 구조조정 노력과 단기 경기부양정책의 조화를 추구하는 게 좋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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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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