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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우식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우식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청와대
청와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달 27일 서울대가 발표한 '2008학년도 입학전형 기본 방향'과 관련 "몇몇 대학을 위해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이 이렇게 농락당해도 좋은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더라도, 노 대통령은 이른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의 비중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대 2008학년도 입학전형에 대해 "적당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면서 "정말 한 번 결단을 내리고 가야 한다"고 말해 '극약처방'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중고등학교에서 이른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 맞는 창의적 교육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면서 "우수한 학생을 편하게 뽑아 일류대학을 쉽게 유지하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교육정책을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해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요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직설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또 이와 같은 지시에 앞서 "교육부가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서울대의 입시요강 발표에 '무사안일'한 자세를 보인 교육부에 대해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학들은 본고사로 가는데 우리(정부)는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면서 "'아니다'라는 보고서 한 장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교육부의 '탁상행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대에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성균관대, 서강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현재 고교 1년생부터 적용되는 2008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사실상 변형된 본고사 형태인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잇따라 도입키로 해 '본고사 부활' 논란이 확산되었다.

따라서 6일 정부·여당이 '통합형 논술'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요강을 정부의 교육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본고사 부활' 시도로 규정하고, 서울대에 대한 예산 감축, 법학대학원 제외 등 행정·재정적 제재와 함께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 정책'의 법제화를 검토하기로 한 배경에는 노 대통령의 '극약처방' 주문이 있었던 것이다.

'3불 정책' 법제화 검토 배경에는 노 대통령의 '극약처방' 주문이 있었던 것

실제로 노 대통령의 '극약처방' 주문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국·영·수 위주의 지필시험이 아니어서 본고사로 보기 힘들다"며 통합교과형 논술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테면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대학들이 최근 발표하는 2008학년도 이후 입학전형에는 고교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을 높여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많이 포함됐다"며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형 선발시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며, 타 대학도 이 같은 사례가 많은데 언론 보도에서는 이런 내용이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어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인식은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한 마디로 대학입시 요강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인식이 180도 바뀐 셈이다.

물론 '극약처방 주문생산'에 대한 '예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비서진에게 불쑥 "지난주에 제일 좋은 뉴스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또 제일 나쁜 뉴스는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는 답이 안나오자 "지난주에 청와대에서 나간 소식 중에는 김병준 정책실장 인터뷰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이 "지난 주에 제일 나쁜 뉴스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한 것은 대학별로 논술고사를 본고사처럼 출제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특히 "교육문제는 부동산과 나란히 우리 사회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앞으로 관련된 보고를 직접 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좋은 뉴스'라고 거명한 김병준 실장 인터뷰 내용의 골자는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어 정책의 확실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방개혁에 대해서도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프랑스식 법제화'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교육정책과 부동산정책에 대한 '헌법처럼 견고한 법제화'를 지지한 셈이다. 그러고 보면, 노 대통령의 '연정'(聯政) 발언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개혁의 법제화가 제대로 안되는 것에 대한 불안초조 심리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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