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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근대적 자주국가를 선포했던 원구단의 붕괴 위험성을 지적한 지 3개월이 지난 후에도 서울시가 늑장 대응을 하고 있어 문화유산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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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연대는 지난 4월 초 국가사적 157호로 지정된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원구단을 조사해 지반침하로 인해 난간석, 바닥석 등이 쓰러지고 있는 현장을 고발한 바 있다.

문화유산연대가 지난 4월초 처음으로 원구단 훼손 위험성을 고발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문화유산연대가 지난 4월초 처음으로 원구단 훼손 위험성을 고발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 문화유산연대
서울시 중구청은 2월경 해빙기에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쓰러짐 현상을 막기 위해 철제구조물로 임시조치를 했다. 당시 서울시 문화재과 김태경씨는 해빙기에 얼었던 토양이 녹으면서 기울림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현지 확인 후 문제가 발견되면 긴급보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유산연대는 원구단 훼손 우려를 지적한 지 3개월만인 지난 4일 현지를 방문했다. 확인 결과, 난간석 기울임 현상 등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마련은커녕 책정된 보수공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신위를 모신 황궁우 계단에 틈이 벌어지고 있고 난간석의 뒤틀림도 가속화되고 있어 위험한 상태임을 말해준다.
신위를 모신 황궁우 계단에 틈이 벌어지고 있고 난간석의 뒤틀림도 가속화되고 있어 위험한 상태임을 말해준다. ⓒ 문화유산연대
황궁우 앞은 잡풀이 자라고 있고 지반침하로 인한 뒤틀림으로 주변 판석은 깨져나가고 있었다. 지난 4월 확인한 때보다 난간석의 틀어짐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었고 황궁우 계단 여러 곳에서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화유산연대는 원구단 난간석과 박석 등의 기울림과 뒤틀림 현상이 단순히 해빙기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총체적인 원인을 분석한 뒤 복원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김성한 문화유산연대 사무처장은 "보수공사 실시보다 우선 원구단의 상황이 건축물 등으로 인한 지지력 부족이나 지반약화 등에 의한 것인지 조사한 뒤 수리보수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서울시는 구청에 책임을 떠넘긴 채 문화재 훼손을 방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이전 원구단 보수공사를 위해 7천만원(국비 4900만원, 지방비 2100만원)을 책정해 놓았지만 집행하지 않았다. 서울시 문화재과 김미영씨는 "중구청에서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며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데 중구청에서 아직 조사를 하고 있는지 예산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청 공원녹지과 박춘복씨는 "일반공사라면 빨리 허가를 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문화재 보수공사는 허가 절차가 까다롭다"면서 "5일 설계용역 낙찰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보수공사가 집행되지 못한 것은 설계조서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몇 차례 현지 방문을 실시해 책임을 다했다는 설명이었다.

원구단 일대의 지반은 매우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1998년 원구단 지하상가 공사를 하기 위해 현장 실측 및 설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지하공사 당시에도 (원구단 일대의) 지반에 약했다"면서 "당시 문화재영향성검토 심의는 '영향이 없다'고 심의되어 공사를 착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가사적 1백미터 이내에서 공사 등 개발행위시 문화재 담당부서에 영향성검토의뢰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서울시는 2000년 9월 삼성생명보험 소유였던 원구단 앞 부지를 135억 9700만원에 매입해 광장을 조성했다. 원구단과 2m 거리였다. 서울시와 중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원구단 공원을 조성하면서 사실상 문화재영향평가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난간석을 지탱하고 있는 지반석들의 뒤틀림이 심각하다. 건축가,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이 일대 지반이 약한데도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상가 허가를 내주면서 사실상 문화재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난간석을 지탱하고 있는 지반석들의 뒤틀림이 심각하다. 건축가,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이 일대 지반이 약한데도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상가 허가를 내주면서 사실상 문화재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문화유산연대
원구단의 훼손상태가 지하상가 공사와 원구단 공원 조성 등으로 인한 지반침하때문이라는 추정에 힘을 싣는 매목이다. 특히 장마철로 접어든 시점이어서 원구단의 훼손 가능성은 높기만 하다.

서울시·중구청의 주장에 대해 문화재청에 확인한 결과, 보수공사 협조요청 공문은 지난달 29일에서야 발송되었고 서류미비로 인해 검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구청에서 발송한 보수공사는 '황궁우 난간 보수 및 신위판 복원 검토 의뢰'였고 서울시가 밝혔던 '긴급 보수공사'도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중구청이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것.

원구단 광장의 인공폭포와 뒤편 조선호텔속에 파묻힌 곳에 근대적 자주국가를 선포했던 원구단이 자리하고 있다.
원구단 광장의 인공폭포와 뒤편 조선호텔속에 파묻힌 곳에 근대적 자주국가를 선포했던 원구단이 자리하고 있다. ⓒ 문화유산연대
문화재청 사적과 정석씨는 "국가사적 보수공사는 자치단체에서 설계를 해서 서울시를 경유, 문화재청에 신청을 하면 일주일 내에 검토해서 회신을 해준다"며 "(서울시 중구청에서) 환궁우 신위판 복원설계도를 별도 송부하겠다고 했는데 설계도를 보내지 않아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중구청에서 서류가 올라오는 대로 검토해 조속히 내려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한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긴급보수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시하지 않고 중구청의 예산 미집행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라며 "서울시는 황궁우 보수를 위해서 별도 예산을 마련해 문화유산 보존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원구단은 을미사변으로 신변위협을 느낀 고종황제가 1896년 정동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한 뒤 1년여간 나라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마치고 경운궁(덕수궁)으로 이어한 뒤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자주적 근대국가인 대한제국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장소다.

덧붙이는 글 | 문화유산연대(http://www.koreanheritage.or.kr/) 웹진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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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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