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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연
"아직 대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순항하고 있죠."
손정숙 디자인스톰 대표의 짧은 대답 속에 <아이언키드>가 걸어온 지난 5년간의 성과가 그대로 녹아 있다.

국산 3D애니메이션 <아이언키드>는 올 초 유럽인 비알비 인터내셔널사를 통해 130만 달러의 투자를 받고 유럽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연 지 수달 만에 최근 미국 망가엔터테인먼트에서 150만 달러를 투자받아 미국시장으로의 정식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전통적인 인기 소재인 '로봇 판타지'에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무협액션'이라는 흥행코드를 적절히 접목, 100여종이 넘는 다양한 능력의 로봇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참신함에 세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손 대표는 이번 투자가 비단 '외국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일', '우리 애니메이션이 해외 TV를 통해 방영되는 일'에 그치는 차원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만든 작품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세계적인 차원으로서 인정받은 것이며, 아울러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저력 또한 보일 수 있을 기회라고 자신한다.

또한 그는 <아이언키드>가 디자인스톰의 데뷔작으로서, 대다수 처녀작들에 쏟아지는 선입견들 또한 무난히 뛰어넘고 있음을 강조한다. 앞서 "아직은 검증 안 된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 스타프로젝트의 선정작(2004)이 된 사실"은, <아이언키드>가 갖는 우수한 작품성을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 디자인스톰
1999년도 삼성 내 사내 벤처에서 시작된 디자인스톰은, 손 대표의 말을 빌자면 "확실한 비전과 맨파워, 직원들이 함께하는 추진력"으로 <아이언키드>의 '질긴' 생명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영화제작은 물론 OSMU(One Source Multi Use)를 활용한 다양한 머천다이징까지 착착 진행되어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장수하는 글로벌 프로퍼티'로 만들어갈 것이란 각오다.

올 하반기 KBS를 통한 국내 방영을 필두로, 내년 유럽과 미국에서의 방영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언키드>가 지난 5년간 다져온 '필승의 권법'을 선보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화려한 데모영상으로 시작해 얄궂은 운명인 양 스러져가는 수많은 작품들 속에 진득한 행보로 세계 속에 우뚝 서는 '우리것' <아이언키드>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다음은 손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올 초 비알비엔터테인먼트의 130만 달러에 이어 이번 망가엔터테인먼트의 150만 달러 유치까지, <아이언키드>가 정말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체 제작한 영화를 가지고 미국시장에 나가는 것이야말로 국내 3D스튜디오들의 꿈일 것입니다. <아이언키드>를 처음 기획하면서 생각하게 된 방향도 우리가 기획하고 제작했을 때 전세계의 관심을 받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왜냐하면 자본 때문에 섣불리 아이디어를 공개했다간 메이저 업체들에 아이디어만 뺏길 우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어떤 아이디어를 들고 공동제작이나 공동투자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아이언키드>의 경우는 조금 다르죠. 통상적으로 투자나 배급망 등의 사실상의 판을 다 짜놓고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아이언키드>는 그 반대였습니다. 말하자면 '이름 없는 스튜디오'의 데뷔작인 터라 외부는 외부대로 검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겠지만 저희로서도 아이디어 자체를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여겼고, 사실상 위험부담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기도 힘들었던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또 다른 시리즈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최근에 폭스의 <로봇>이라는 영화를 봐도 그렇죠. 그것을 보면 누가 오리지널인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물론 방향은 다르지만요.

<아이언키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한국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디어에서 제작까지 모두 우리 손으로 합니다.

해외 투자배급사들은 단지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상품가능성을 가늠하고 파트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비알비인터내셔널이나 이번 망가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경우는 단지 '얼마가 투자가 된다', '어디에 배급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기획력, 우리의 창작력, 우리의 제작력이 오롯이 우리만의 힘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손정숙 대표는 누구?

1989년 한국교원대학교 수학교육과 졸업
199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응용수학과 졸업
1991년~1993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1993년~1995년 삼성SDS, 연구원
1995년~1996년 삼성디자인연구원(IDS) / 미국 ACCD, 연구원
1997년~1999년 삼성SDS 사내 벤처(디자인스톰), 소사장
1999년~현재 ㈜디자인스톰 대표이사
- 사실 이번 망가엔터테인먼트의 투자로 <아이언키드>는 미국시장에 진출하게 됩니다. 지난번 비알비인터내셔널 때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아이언키드>가 진정 글로벌한 프로퍼티가 되어가는 데 있어 미국은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미국시장 자체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현재 미국시장이 전세계 엔터테인먼트를 주도해나가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큽니다. 미국시장의 배급망이 <아이언키드>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 작품이 전세계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 작품은 2004년도 스타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선정 사실 자체만도 <아이언키드>의 '외로운 시작'에 힘이 됐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입니다. 만약 <아이언키드>가 어느 누가 봐도 성공작이라 인정받을 만한 위치에 서게 된다면 그 주요한 성공요인에는 틀림없이 스타프로젝트가 들어갈 겁니다. 스타프로젝트는 이 작품에 돛대를 달아주었고, 이 긴 항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습니다.

국내 많은 투자가들조차도 한국 주도의 창작물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입니다. '해외에 배급이 되면' 또는 '해외 투자가 되면' 그 다음 단계에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작품을 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어떤 작품의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뒷받침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스타프로젝트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더욱 더 잘해서 우리 같은 수혜자들이 계속해서 나와 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 디자인스톰
- 의욕적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진행이 잘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굉장히 어렵죠(웃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고지가 저긴데' 하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분명히 비전이 있고, 그 비전이 현실화될 것이라 믿으며 달려온 것이지요.

저희가 가령 픽사처럼 제작경험도 있고 명성도 있는 곳이라면 시나리오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돈이 들어오겠지만 데뷔작을 하는 스튜디오에게 사실 그런 것은 꿈같은 얘기입니다. 우리 스튜디오의 가능성과 작품의 가능성 모두를 다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믿고 함께해준 공동제작사 대원 C&A홀딩스나 MVP창투 등의 파트너들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 이렇듯 <아이언키드>가 국내외로 널리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시다시피 저희가 선택한 장르는 '로봇 무협 액션물'입니다. 이는 전세계 어느 시장에 내놔도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것으로, 특히 서구에서는 더욱 이색적으로 느낄 만한 이야깃거리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사람이 등장하는 무협물들은 많지만 이처럼 '상품화'에 접목된 무협물이란 사실상 없었습니다.

중국의 무협이나 일본의 판타지 등 양쪽의 영향을 고루 받는 우리나라는 그러한 이야기를 더욱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내놨을 때도 아이디어나 전체적인 컨셉트가 일단 참신하고, 국내에서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도 주효했다고 봅니다.

영상을 만들 때는 작품성과 상품성을 모두가 중요한데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줄 만한 소재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사람이 등장하는 것보다는 상품성이 있는 로봇이란 아이템, 그중에서도 3D로봇무협물은 요즘의 격투기나 액션물을 좋아하는 흐름과도 맞아떨어지고 있죠."

- <아이언키드>가 내다보는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사실 처음부터 <아이언키드>의 스토리나 전체적인 구조에는 영화가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TV로 먼저 시작하게 된 것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첫 진입은 TV가 될 것이고, 두 번째는 DVD, 궁극적으로 영화로까지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물론 완구는 물론 캐릭터, 머천다이징, 라이선스 등의 사업도 더불어 진행될 것입니다.

<아이언키드>는 올 하반기에 KBS를 통해 국내방송을 시작하고, 유럽이나 미국은 내년 봄이나 가을 정도에 시작하게 될 예정입니다. 해외 방송 무렵과 때를 같이 해 내년 초쯤 영화기획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 홍지연
- 문화콘텐츠 분야의 CEO로 활동하면서 우리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이나 저력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셨을 텐데요. 그것이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을 것도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동물적 감각으로 '이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디자인스톰이 처음, 사내 벤처 형태에서 1999년도에 분사, 웹에이전시로 시작하게 되면서 IT와 CT가 시너지를 발휘하며 함께 갈 수 있는 모델이 뭐가 있을까 하고 사실 고민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창사 초기, 일단 그 두 가지 사업을 끌고 나가면서 계속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정말로 우리 문화상품의 성공 증후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홍상수, 임권택 감독 등이 만든 우리의 좋은 영화들이 해외에서 널리 인정을 받고,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한류 붐을 조성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두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일들입니다.

문화상품에 있어 대기업이 투자와 마케팅을 가지고 세계로 뻗어간다면 우리 중소기업은 실제 아이디어와 문화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생산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동물적인 감각'으로는 우리나라가, 우리 민족 자체가 이 생산자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고요(웃음). 저도 그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비록 한 귀퉁이라도 '세계시장이라는 큰 파이'를 노리자고 생각했죠. <아이언키드>는 디자인스톰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출사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데뷔작 다음에는 계속 '히트곡'들을 내야죠(웃음). 일단 데뷔작이 히트를 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아이언키드>를 잘 프로모션하고 관리해나갈 예정입니다. 아울러 일본이나 중국쪽과 계속 배급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으니 유럽과 미국시장 진출에 이어 조만간 아시아시장에 대한 반가운 소식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언키드>는 지금까지 저희 디자인스톰 전체 직원들이 흘린 땀과 열정의 산물이며, 아울러 디자인스톰이 본격적으로 펼치는 문화콘텐츠 사업의 시작입니다. 그 시작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 CT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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