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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며느리 도통하기>
책 <며느리 도통하기> ⓒ 일체정신문화사
아줌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 때 가장 많은 화제 거리는 무엇일까? 나도 이제 겨우 7개월 차의 초보 아줌마이지만 아줌마들에게는 공통 화제가 있다는 사실에 적극 동감한다.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교육과 부동산 이야기, 그리고 자식 이야기를 빼놓으면 아줌마들은 별 할 말이 없는 듯 보인다.

이 책 <며느리 도통하기>는 온갖 아줌마들의 수다를 모아 놓은 책이다. 지긋지긋한 명절, 부담스러운 시댁 식구들, 결혼 생활의 어려움, 남편의 무심함 등등 아줌마가 처할 수 있는 힘든 상황들이 다양한 실례로 제시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왠지 '나만 힘든 게 아니잖아' 하는 위안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가족 제도에 얽매여 있는 한, 모든 결혼한 여성은 '시댁'이나 '남편'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국에서처럼 좀더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추구하기보다 가족 개념과 친지 개념이 매우 강한 곳이 바로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꿈꾸며 산다. 이 세상에 불행해지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더 행복하게 살 거라는 기대를 안고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몇 년을 살다 보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조금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었는데…'하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어쩌면 결혼 생활은 지독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연애 시절 멋있게만 보이던 남편은 아무 데서나 방귀를 뽕뽕 뀌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내 집 한 칸 마련하고자 쓰고 싶은 것도 참으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도 심심찮게 생긴다."


이렇게 시작하는 책의 첫머리는 이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는 '자신의 마음에 달린 문제'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상황이 쉬워지기도 하고 또 힘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시댁 식구들과의 자리에서 혼자 맛있게 갈비를 먹다가 시어머니에게 핀잔을 들은 하영씨. 그녀는 시어머니가 야속해 베개를 적셔 가며 울지만 어느 날 친구 아들이 자신의 아이가 먹는 치킨을 다 뺏어먹는 것을 보고 얄밉게 생각하다가 깨닫는다. 자신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시어머니의 마음이 자기 안에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기 자식에 대한 치우친 사랑은 모든 엄마의 공통된 본능이며 그로 인해 남의 자식은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도 나중에 자기 자식만 귀하다고 며느리 가슴에 못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스스로 깨우친다.

이렇게 깨닫고 나면 시어머니의 말이나 행동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시어머니는 그저 아들을 사랑하는 한 여자일 뿐인 것이다. 그 이해는 바로 고부 간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된다. 나도 한 인간이고 시어머니도 한 인간일진대, 모든 인간이 지닌 선과 악의 요소를 나와 시어머니 모두 갖고 있을 것 아닌가.

'신경 쓰이는 생신상'이라는 제목의 글은 시부모님 생신이 돌아오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며느리들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외식을 싫어하셔서 생신상을 차려야 하는데 음식 솜씨가 없어서 걱정을 한다든가, 선물 고르기가 힘들어 돈을 드렸더니 그것도 달가워하시지 않아 속이 상했다든가, 생신상 차리는 문제로 시누이나 동서로부터 섭섭한 소리를 들었다든가 하는 문제는 어떤 며느리나 겪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시어머니나 시누이, 동서, 남편 모두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이 나와 비슷하게 생각해 주기만을 바란다면 그것이 바로 내 속에 내재된 이기심일 것이다. 책의 내용처럼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살아오신 방식이 있고 그것을 인정해 드리면 그만인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매사에 따지고 있으니 속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며느리로서의 삶에 '도통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가 기본이 된다. 나를 도와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보다 상대를 위해 무엇을 해 줄까를 먼저 생각하고, 내가 필요한 것은 어느 기분 좋은 날 웃는 얼굴로 얘기를 꺼내 보는 것. 이 책에서 권하는 며느리, 아내로서의 삶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며느리도 인간인지라, 책에서 권장하는 그런 말과 행동, 생각들이 쉬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마음 속의 악마가 미움과 이기심, 원망과 불만이라는 동반자들을 데리고 나와 상대를 미워하게도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부드럽게 다스려 보자. 그러면 내가 얽힌 이 인연의 끈들을 미워하지 않고, 한 세상의 아름다운 연줄로 너그러이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며느리 도통하기

차혜숙 지음, 일체정신문화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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