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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럼에 참가한 많은 학자들과 시민기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 참가한 많은 학자들과 시민기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 정호갑
표현 욕구와 민주화

사람에게는 자기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비밀이라는 것이 지켜지기가 힘들다. 자기만 아는 것, 자기만 겪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사람이 지닌 근본 욕구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이야기가 이를 잘 말해 준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 욕구가 광복 이후 40여년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막혀 있었다. 자기를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감추려고 하였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 때 자기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오마이뉴스>가 건드려 주었다. 마치 기다렸던 듯이 표현 욕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문민정부로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는 햇볕정책으로 그동안 우리를 얽어매었던 용공이라는 낱말이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 참여정부에 들어서서는 힘으로 지탱했던 권력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기에 <오마이뉴스>가 등장하였다. 민주화로 강해진 표현 욕구를 <오마이뉴스>가 풀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막힌 것이 뚫리기 시작하면서 솟아나오는 그 힘을 누가 막을 수 있었겠는가? <오마이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것을 <오마이뉴스>는 제대로 읽었다.

이번 포럼에서 유원진 시민기자가 지적하였듯이 <오마이뉴스>의 '개혁과 진보'라는 뚜렷한 편집 방향도 <오마이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개혁과 진보는 두 걸음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앞서나가는 개혁이고 진보였다. 그러하였기에 한편으로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도 오늘날 <오마이뉴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덧붙여 인터넷 보급과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이라기보다는 곁다리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신문이 서구 민주 국가에서는 <오마이뉴스>와 같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은 그들은 이미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여러 길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이 일방적이기보다는 대화를 통한 양방향의 삶이기에 굳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발표가 마친 뒤 쉬는 시간에도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발표가 마친 뒤 쉬는 시간에도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 정호갑
또 일본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인터넷 신문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민주화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서 켄 다케우치(일본 인터넷 매체인 '잔잔' 대표)는 개인보다는 다수 의견을 따르는 일본인의 국민성을 이야기하였지만 그것은 일본인의 의식 수준이 아직 민주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말과 다름없다. 민주는 개인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성공의 의미

이러한 <오마이뉴스>의 성공은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인재를 끌어내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춧돌로 삼았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번 포럼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하는 것을 곁에서 들어보면 모두 "대단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였다.

포럼에 연사로 초청된 시민기자들은 일주일에 한편씩 그것도 3년 이상 꾸준히 기사를 써왔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기 전까지는 그들은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직장에 충실하게 다니거나, 동네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거나, 가정주부이거나,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자기가 겪고 보고 들은 이야기를 풀어내어 우리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주인공으로 나섰다.

그들이 뉴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뀌면서 우리 사회는 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뒤바뀜이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시민기자의 눈을 피할 수 있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동안 가려졌던 것이 밖으로 나오고, 잘못된 것들이 바로 잡히고, 허황된 권위가 무너졌다. 사실 참여정부도 바로 이 힘으로 탄생하였다.

<오마이뉴스>가 꽃을 피우기 위해

<오마이뉴스>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렸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하였다. 흔히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아마추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참여정부 인사가 그렇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들은 아마추어라는 말을 신선함이나 풋풋함보다는 서투름을 꼬집어 말하는 데 쓰고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의 인사는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니 어떠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아마추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언론 기자들에게서 전문성을 느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전문성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잣대가 무엇인가? 또 누가 아마추어를 말하는가?

포럼에 참가한 26개국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모여 "모든 시민은 기자다"고 외치고 있다.
포럼에 참가한 26개국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모여 "모든 시민은 기자다"고 외치고 있다. ⓒ 정호갑
역사가 변하였다. 뉴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된 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소위 전문가들이 말하는 뉴스의 도식화 된 틀도 이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바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오마이뉴스>가 내세운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외침은 매우 적절하다.

시민기자는 늘 자기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찾는다.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시민기자들에게 이제 신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오마이뉴스>가 꽃을 피울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다. 인터넷의 기본은 속도다. 이 속도를 <오마이뉴스>는 제대로 파악하여야 한다. 속도는 빠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도 있지만 쉽게 흩어지게 할 수도 있다. 누리꾼들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오마이뉴스>가 잊어서는 안 된다.

<오마이뉴스>는 또 한번 변해야 한다. 변죽을 섣불리 건드리기보다는 앞날의 변화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 <오마이뉴스> 탄생 때와 같은 - 혜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린 뿌리에서 꽃이 필 것이다. '세계시민기자포럼 2005'의 폐막식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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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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