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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찻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향순씨(오른쪽). 많이 닮지 않았나요?
며느리와 찻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향순씨(오른쪽). 많이 닮지 않았나요? ⓒ 정종인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사회적 충돌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연로한 나이에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는커녕,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선봉중대 중대장'처럼 활력 넘치는 노후를 보내고 있는 '멋진 할머니'가 인생의 참의미를 전파하고 있다.

전북 정읍 정읍고와 정읍사공원 사이에 전통찻집 '달하노피곰도다샤'을 운영하는 이향순(65) 여사가 주인공.

손자들의 재롱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주장하는 이 여사의 즐거운 인생을 취재하는 일도 신나는 일이었다. 서브 메뉴로 내놓은 '산삼 스토리'도 흥미롭다.

이향순 여사가 운영하는 전통찻집. 자연산 더덕이나 복분자가 없으면 개점휴업할 정도다.
이향순 여사가 운영하는 전통찻집. 자연산 더덕이나 복분자가 없으면 개점휴업할 정도다. ⓒ 정종인
"영감님이 캐온 산삼 먹고 행복한 노후 보냅니다"

'즐거운 인생' 걱정도 근심도 내려놓고 사는 인생은 여유롭다. 여기에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자신의 반려자가 함께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가한 주말 오후. 정읍중학교와 정읍사 사이에 위치한 '달하노피곰도다샤'라는 친숙한 백제가요 '정읍사'의 후렴구를 간판으로 내건 전통찻집을 찾았다. 절친한 선배의 안내로 처음 방문한 전통찻집이 맘에 들어 가족과 함께 자연산 '더덕즙'을 먹으러 방문한 것.

평소 자주 다니던 길가 찻집이었지만 전통주점이라는 선입견에 문턱을 넘지 못한 게 사실. 먼저 이 카페에 들어서면 그윽한 차향이 배어있어 친숙함을 더한다. 질서정연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찻잔세트는 물론 전통국악기와 골동품 등이 '청동거울'처럼 지나온 추억을 간직한 채 세월을 노래한다.

자연산 더덕이 없으면 '개점휴업'

연중 단골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 찻집은 자연산 더덕이나 야생 복분자 등 양질의 재료가 떨어지면 차를 내놓지 않는다. 그만큼 손님들과의 신뢰를 우선시하는 이 여사의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여사는 남편인 고칠규(69)씨의 절대적인 후원으로 이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고씨는 건강관리를 위해 취미로 삼은 등산이 이제는 어엿한 부업이 됐다.

어찌 보면 프로 심마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전문 산악인도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고씨가 지난해 일을 내고 말았다. 지난해 여름 고씨는 명산으로 알려진 모처에서 40∼60년산 산삼을 25뿌리나 거머쥐는 횡재를 했다.

"제일 좋은 놈(?)은 내가 먹어버렸제."

평소 재화에 대한 욕심이 없는 이 여사 부부는 아들 며느리는 물론 사돈들까지 공평하게 나눠먹었다. 며느리는 임신 중이어서 사돈마님(?)에게 산삼을 기증할 정도로 후덕한 인심을 간직하고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온갖 골동품들이 세월을 노래하고 있죠
내부에 들어서면 온갖 골동품들이 세월을 노래하고 있죠 ⓒ 정종인

배드민턴 구력, 생활체육대표로 활약

이 여사는 배드민턴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복스러운' 며느리까지 얻었다. 정읍 제일고 체육관에서 민턴클럽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장민아(35) 코치가 이씨의 며느리다. 자신을 지도하는 아리따운 코치를 아들인 고현기(38·민턴스포츠사 대표)씨의 반려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배드민턴에 입문한 장 코치는 배드민턴 명문인 성심여고와 전북대를 거치는 동안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다. 시어머니인 이씨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노련한 경기 운영'과 '섬세한 세기'라고 답한 장 코치는 독일오픈 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강명원, 정정영, 유연성(이상 원광대) 등을 길러낸 '명조련사'다.

며느리인 장 코치에 비해 이씨의 구력도 손색이 없다. 올해 65세인 이씨는 도민체전 배드민턴(생활체육) 부분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송설현씨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우승 단골손님'이 될 정도로 베테랑이다. 특히 이씨는 혼합복식 경기에서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50대부로 뛸 정도로 파워와 체력을 겸비하고 있다.

욕심내지 않는 무소유의 삶

인터뷰 도중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달변가인 이씨는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하며 '무소유'의 삶에 대해 강조하곤 했다.

"평온한 가정을 이끌며 고관대작은 아니지만 자식농사 그런대로 잘 지어놓고 손주들의 재롱을 벗삼아 사는 인생이 최고 아닌겨."

6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청춘의 자유'를 누리고 사는 이향순 여사의 아름다운 노년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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