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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동덕여대 총장이 장기화되고 있는 학내 분규사태 해결을 위한 묘수 찾기에 고민하고 있다.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이 장기화되고 있는 학내 분규사태 해결을 위한 묘수 찾기에 고민하고 있다. ⓒ 진용석
손봉호 총장은 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학내 분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늦어도 이 달 안으로 대학 정상화를 위한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퇴진보다는 "학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학생과 직원,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며 분규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 총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손 총장은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이른바 '실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며 직접 나서서 업무를 챙기고 꼬인 실타래를 풀 것"이라고 말해 대타협 가능성을 높였다.

손 총장이 구상하고 있는 타협안에는 ▲사립학교법 개정 뒤 대학운영위원회 구성 ▲한시적으로 총장 자문기구를 통한 구성원들의 대학 운영 참여 보장 ▲2006학년도 등록금 책정 시 총학생회 의견 반영 ▲학생 자치활동 확대를 위한 예산 지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조의 파업에 대한 불징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손봉호 총장은 "직원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생각"이라며 노조의 파업과 관련한 '징계하지 않음'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지만 노조의 파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이는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한새해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과 등록금 동결, 대학운영위 구성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열 이틀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한새해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과 등록금 동결, 대학운영위 구성 등을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열 이틀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진용석
그는 특히 총학생회 등의 대학운영위원회 구성 요구와 관련 "정관에 따르면 직원, 학생, 교수가 참여하는 의결·심의기구 구성은 불가능하고 총장을 자문할 수 있는 기구 구성만 가능하다"며 "그래서 사립학교법이 바뀌어 의결기구인 대학운영위 구성이 허락되면 그때 가서 설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총장은 또 "2005년도 사업을 결산해서 부당하게 등록금을 올렸다고 판단되면 내년도 등록금을 책정할 때 반드시 이 부분을 감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총학생회장에 대해 극단적인 행동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설득하고 있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학생처장 등이 비상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노조에 대해서도 손 총장은 "원칙적으로 노조 활동의 목적이 근로조건 및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인 만큼 노조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손 총장은 "노조 활동이 학교가 불편해 할 정도에 그쳐야지 문을 닫게 하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노조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서는 자제를 당부했다.

총학생회 직원노조 "타협안 나오면 논의...대토론회 제안"

이에 대해 총학생회와 직원노조에서는 구체적인 타협안이 제시되면 논의 기구를 통해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우근 직원노조 위원장은 "이른바 '실세'들이 물러난다면 요구안을 수정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혀 총장의 행보에 모처럼 힘을 실었다. 하지만 유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단순히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2003년도 민주화 대투쟁을 완성하려는 것"이라며 "대학운영위 구성과 직원들의 의사결정기구 참여 보장 요구는 양보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유 위원장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 "학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건소 운영 등 최소한의 조치는 취하고 있다"며 "특히 인사·손괴사고 발생이 예측되면 즉각 조합원을 투입하여 업무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장이 원하면 언제라도 만나 대화를 통해 파업을 마무리짓겠다"고 덧붙였다.

유우근 동덕여대 직원노조 위원장이 13일 오전 학내에서 독선행정 종식과 단협쟁취를 위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직원노조는 이후 릴레이 삭발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유우근 동덕여대 직원노조 위원장이 13일 오전 학내에서 독선행정 종식과 단협쟁취를 위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직원노조는 이후 릴레이 삭발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 진용석
열 이틀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한새해 총학생회장도 "자문기구이든 의결기구이든 총학생회가 신뢰할 수 있도록 총장이 확답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어떤 기구가 되었든 주요 보직자들끼리 모여 논의하고 결정한 다음 통보하는 형식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가 원하는 것은 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구성원들이 같은 자리에 모여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는 수평적 기구를 말하는 것"이라며 "기왕이면 그 시기를 앞당겨 사학법 개정과 같은 법제화 이전에 우리 스스로 대학운영위를 꾸려보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잘못을 인정했으면 즉각 시정해야지 왜 내년으로 미루냐"며 등록금 인상분에 대한 환불을 거듭 요구했다.

한편 직원노조와 총학생회는 학내 사태의 빠른 해결을 위해 모든 동덕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 것을 학교 당국에 제안해놓고 있다.

64일째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동덕여대 분규 사태의 해결 실마리는 ▲대학운영위 구성 ▲등록금 동결 ▲인사 및 징계위원회 노동조합 참여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 범위 ▲노동조합 전임을 둘러싼 갈등을 구성원들이 어떻게 지혜롭게 푸느냐에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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