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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 4살이니 아기 티가 날만도 한데 제법 의젓합니다.
“나, 정말 나왔어. 손잡고 걸어가는 거 못 봤냐?”
저는 너무 귀여워 “흠흠” 헛웃음을 내 봅니다.
‘녀석! 어른들과 며칠 촬영장에서 지내더니 말투가 어른처럼 되었네’
지난주 나흘간이나 유치원에 나오지 못하고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하루 이틀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오랫동안 안 나와서 연락을 해 봤더니 곧바로 텔레비전에 나오니 보라고 학부모님이 이야길 했습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평소와는 전혀 다른 옛날 평민으로 분장한 모습이 잘 어울렸습니다. '원판불변의 법칙'이라더니 남루한 옷차림으로 꾸몄는데도 귀엽기만 합니다.
유치원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어린이 옷 모델을 하고 왔다느니 어린이 프로그램 녹화를 하고 왔노라고 이야기 하는 아이를 가끔 보게 됩니다. 좋은 경험이라 잘 하고 오라고 하지만, 그런 경험이 어른의 욕심을 채우는 방편이 되거나 아이들의 생활에 결코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촬영장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이순신이요.”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경찰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다소 생뚱맞은 답을 했지만, 그 작은 가슴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이 싹트고 있는 건 아닐까요. 촬영을 다녀 온 아이를 보며, 이순신을 꿈꾸는 아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자기 신발도 제대로 신기 힘들어 하는 유치원생이 이순신의 애국심을 알기는 할까요? 애국심을 떠나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일만으로도 나라의 힘이 될 것입니다. 아주 커다란 힘이.
“씩씩하게 자라거라. 작은 이순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