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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기념 국제학술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기념 국제학술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년만에 '같은 행사'에서 만나 깍듯한 예우와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 긴밀한 관계와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당시는 북한측에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 등 북측 대표단 7명이 참석해 공개토론에 직접 참석했다.

올해 5주년 기념 학술대회는 북한식 용어로 '꺾어진 해'(5년 혹은 10년 단위)이기는 하지만, 6·15 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가 평양에서 열리기 때문에 북한측에서는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지 하룻만인 13일 오전에 시차 적응도 채 안된 상태에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과 나란히 호텔 2층의 회의장에 동시 입장해 축사를 통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은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어온 반세기 분단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고 우리 겨레가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고 6·15 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6·15 공동선언의 성과를 열거하면서 "이처럼 큰 업적을 이뤄내시고, 평생을 남북 화해협력에 헌신해오신 김 전 대통령님께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6·15 공동선언이 없었다면 과연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겠는가,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할 때 그 역사적 의미는 정말 크다 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인 2003년 6·15 공동선언 3주년 때만 해도 노 대통령은 6월 15일에 아무런 기념행사도 갖지 않은 채 청와대 참모들과 '우중 골프'를 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는 "내일부터 평양에서는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가 열리고, 내주에는 남북 장관급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말해 남북 대화와 당사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남북한이 민족문제 해결의 당사자임을 천명한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고, 북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민족공조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왔다"면서 "이제 남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의 '북핵 해결 우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북핵 해결 및 남북 대화 병행'론에 기우는 듯한 모습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 내외는 개회식 전에 20여분간 김 전 대통령 내외와 건강과 한미 정상회담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도 노 대통령은 "미국 다녀온 뒤 편히 쉬셨나요"라고 안부를 묻는 김 전 대통령에게 "괜찮습니다"라면서 "어제 훌륭한 훈장을 받은 것을 각별히 축하드린다"고 말해 전날 독일 정부로부터 '일등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은 것에 대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 "미국 방문이 잘 된 것 같다"는 축하 인사를 받고는 "김 대통령께서 준비를 잘해놓으시고, 각별히 배려해주신 덕"이라고 사의를 표시했으며, 김 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하고 얘기하면서 분위기가 좋았다면서요"라고 관심을 나타내자 "말보다는 분위기가 중요한 건데 전달할 방법이 없다"고 말해 북측에 직접 분위기를 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도 이날 노 대통령 축사 뒤에 가진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진전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이 국사 다망하신 가운데 참석해 주신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해 마지않는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께서 6월 11일 워싱턴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합의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였다"고 전제하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그 동안 일부에서 제기된 우려도 불식한 성과 있는 회담이었다"면서 "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와 노고에 대해 국민과 더불어 감사드린다"고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주년 기념 학술대회 때만 해도 기조연설을 서서 했으나 이날은 "제가 다리가 불편해 앉아서 말씀드린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한 뒤에 앉아서 기조연설을 했으나 연설 중간에 몇 차례 목이 잠기고 기침을 해 노 대통령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또한 어제 거행된 독일 대십자 공로훈장 수여식 및 6·15 정상회담 5주년 기념 만찬 등의 행사 때문에 무리한 탓인지 이날 기력이 쇠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연설을 경청한 후 퇴장하는 노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상 아래로 내려가 노 대통령 내외를 행사장 입구까지 배웅하는 정성을 보였다.

노 대통령이 퇴장한 뒤로 구스마오 대통령, 첸치첸 중국 전부총리, 도널드 그렉 코리아 소사이티 회장, 슈베처 독일 전 장관(통일 당시 외무차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영상 메시지) 순으로 연설이 이어졌으며, 김 전 대통령은 개회식 폐막후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문희상·김혜경·한화갑 4당 대표와 잠시 환담을 가진 뒤에 행사장을 떠났다.

굳이 2년 전과 비교해 의미를 부여하면, 북핵 위기가 불러온 '한미공조'와 '민족공조' 병행 해법에 대한 김대중-노무현 전·현직 대통령의 공감대가 '찰떡공조'로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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