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많은 단오맞이 행사 중에 충주의 단오 행사를 예로 드는 이유는 이 행사만이 단오절의 정형을 유지하고 있어서는 아니다. 이 행사의 기획 및 준비, 진행 과정 모두가 지방 시민축제의 건강한 모델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적 지방분권화는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지만 문화의 지방분권화는 아직도 아득한 것이 사실인 마당에, 행사 준비 단계부터 띄엄띄엄 전해 들었지만 민예총 충주지부가 행사에 대비하는 방법과 대응하는 시각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단오 맞이를 비롯해서 전국에서는 수많은 시민축제가 열리고 있고 그때마다 해당 관청에선 적지 않은 예산을 쓴다. 그러나 그 축제가 과연 소비하는 예산만큼의 효과를 내는가 하는 것은 의문이다.
또 많은 축제는 원래 표방하던 축제 의도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차기 지자체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의 표밭 관리 연장선상에서 행사 규모가 결정되고 치러지는 것을 웬만한 국민은 다 안다.
또 대부분의 축제장이 소형트럭에 조리 장비를 완벽히 갖춘 이동 포장마차들의 점령지가 되어버려 축제 본연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곳도 많다. 행사장이 공식적인 장터가 되는 데에는 행사 주최측과 상인들의 적당한 합의가 있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알차게 진행된 충주의 단오축제
개인도 10억 모으기 펀드를 놀랍게 생각지 않는 판에 불과 560만원(충주시 300만원, 충북도 260만원 지원)이란 작은 예산으로, 행사를 보러 온 연인원 약 2000여명의 충주 시민이 하루 종일 즐거웠다면 그야말로 매우 효율적이 예산 집행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바탕엔 충주지부 회원을 중심으로 한 60여명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일부 충주 시민은 예정된 행사 시간인 오후 2시 30분이 되기 서너 시간 전부터 관아공원에 도착해 기다리던 모습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단오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11년째 이 행사를 계속했다는 민예총 충주지부 측의 노력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단오하면 먼저 생각나는 '그네'가 안 보여 주최 측에 물으니, 그네를 설치하려면 중장비를 동원하는 등 지원금 전액을 다 쏟아야 할 판이라 아쉽지만 포기했다고 한다.
천주교 박해의 역사 현장이기도 한 충주관아에서 치맛자락을 뒤로 날리며 창공을 치닫는 그네가 있었으면 시민이 참여하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도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네를 생략해서 절약된 예산이 다른 곳에 쓰여서 '단옷날 그네뛰기'만큼의 추억과 즐거움을 충주시민들에게 줄지는 의문이다.
적은 투자, 높은 효율
기자가 직접 참관한 충주시 단오 대동제의 예를 들며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민축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지만,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지방의 몇몇 단오축제가 상인들의 상업 공간화 한 것도, 결국은 부락 단위의 즐거운 명절이던 단오를 비롯한 지방 축제들이 지나치게 대형화하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이기도 할 것이다.
매년 적은 예산으로도 시민들을 위한 행사를 알차게 이어가는 민예총 충주지부의 단오 행사는, 적은 투자 금액에 비해 높은 효율을 내는 좋은 예로 보인다.
전국의 많은 시민축제행사들이 규모의 확장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무엇이 시민들에게 즐겁게 다가가는 일인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저예산 고효율이면서 시민들에게 즐겁게 다가가는 축제의 좋은 모델인 충주시의 단오 맞이 행사는 지자체 시민축제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돈이 많이 들어가야만 좋은 행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