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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 애기택견왕 겨루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시합에 임하고 있다.
초등학생부 애기택견왕 겨루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시합에 임하고 있다. ⓒ 서정일
애기택견왕 선발전에 출전한 아이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포대기에 애를 업고 길을 나섰다. 단오축제의 일환으로 전남택견명인전이 열린다기에 부랴부랴 달려왔다. 행여 아들네미가 아빠와 엄마가 안 보이면 기가 죽어 제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할까봐 상사댐 정상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우리 민족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택견의 전국민생활화는 택견 가족 모두의 소명이며 그러한 일을 직접 행하는 택견가족 여러분은 자긍심을 가져도 되리라 생각합니다."이동팔 대회장의 인사말이다.

지난 6월 11일 토요일, 단오를 맞이하여 전라남도 택견협회는 순천시 상사댐 정상 휴게공원에서 제2회 택견 명인전을 개최했다. 초등학생을 포함 총 60여명이 대회에 참가하여 각축을 벌였는데 애기 택견왕 선발전은 부모들의 열띤 응원전에 힘입어 그 열기가 뜨거웠다.

판정패한 붉은 옷을 입은 애기택견왕 선발전에 출전한 한 어린이가 아빠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판정패한 붉은 옷을 입은 애기택견왕 선발전에 출전한 한 어린이가 아빠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서정일
'청띠 승' 아빠의 가슴이 그렇게 넓어 보이고 따뜻했다는 것을 오늘 처음 느꼈을 것이다. 붉은 옷을 입은 애기 택견 선수, 판정이 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이미 시합도중에 상대편에게 얼굴을 가격 당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 아빠를 향해 걸어가는 순간부터 펑펑 눈물을 흘린다.

필자의 카메라 앵글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그래 그렇게 성장하는 거야. 그래 그렇게 부모의 소중함도 느껴보는 거야." 반드시 승부를 가려야 하는 게 스포츠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오늘 택견 시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갑자기 덩치들이 커진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팔 동작과 다리동작이 연결된다. 중고등부 택견왕 시합에 이어 벌어진 명인전, 허공을 가르는 발차기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다. 흐느적거리듯 딴죽기술을 걸고 오금 질을 해댄다. 승부는 순식간에 갈리고 시합마당엔 다시 평온이 찾아온다.

명인이 탄생했다. 낚시걸이로 승부가 갈렸다. 광양시 전수관 소속 류경호(20)군, 상장을 받아든다. 자랑스럽게 깃발을 휘저으며 명인임을 알린다. 손기술과 발기술 모두 고루 갖춘 명실상부한 택견의 고수로 등극한 것.

중고등부 택견왕 시합은 빠른 몸놀림으로 박진감이 넘친다.
중고등부 택견왕 시합은 빠른 몸놀림으로 박진감이 넘친다. ⓒ 서정일
이어서 우리가락 한마당이 펼쳐진다. 꽹과리 장구 징을 든 우리문화연구소(소장 양향진)의 회원들, 신명나는 우리소리로 열기 가득했던 시합마당을 식힌다. 흡사 대지를 적시는 단비 마냥 그들은 우리가락을 연주하여 시합마당 곳곳에 시원스럽게 뿌려놓는다.

그 속에서 한마음 한마당을 이루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구경꾼들. 그 곳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어울림 속엔 모두가 승자다. 한참동안 풍물은 계속되고 어둑해질 무렵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두들 자리를 뜬다.

"열심히 택견을 지켜나가겠습니다." 공인6단인 택견협회 김영규 전문이사는 되새기며 다짐하듯 힘주어 말한다. 그가 우리문화와 택견을 그 누구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을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지키고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하기에 '지켜나가겠습니다'라고 그가 다짐했지만 그 말은 고스란히 우리 모두의 가슴에 앙금 되어 내려앉는다.

택견명인으로 등극한 광양전수관 소속 류경호(사진 오른쪽 두번째)군, 메달과 상장 그리고 깃발을 수상한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택견명인으로 등극한 광양전수관 소속 류경호(사진 오른쪽 두번째)군, 메달과 상장 그리고 깃발을 수상한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서정일

택견은 어떤 운동인가


택견은 우리 민족이 오랜 옛날부터 발달 시켜온 맨손 무예다.

왕과 귀족은 물론 서민들까지 즐겼던 무예. 일제시대에 금지되어 쇠퇴하였다가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76호로 지정되었고 1984년부터 대한택견협회가 중심이 되어 대중보급이 시작되었다.

1998년 국민생활체육종목, 2002년부터 대한체육회 가맹종목으로 채택,
전문체육의 반열에 올랐다. 택견의 기술은 신체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마치 강이 흐르듯 구름이 떠가듯 순리적이고 자유자재로, 공격기 중심의 매우 적극적 형태다. 경기에서는 상대를 다치지 않도록 철저히 배려하여 민족의 이념인 상생공영의 철학을 체득할 수 있다.

또한 독특한 기합소리와 호흡을 함께하는 간단한 기본동작 연습만으로도, 하단전에 기를 축적할 수 있어 생명력이 보양되고 활동력이 증강된다. / 서정일

덧붙이는 글 | 우리문화인 택견의 전승발전에 힘쓰는 그들의 노고에 머리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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