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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하우스
사랑. 사랑은 무얼까. 어떤 정답을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오지만 늘 그 답을 알 수 없다. 여러 가지 말들로 정의 내려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그 빛깔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서 종잡을 수 없는 놈이 바로 '사랑'이다.

그런데도 나는 늘 사랑에 목을 맨다.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믿는다.- 믿고 싶은 맘이 간절한 거겠지-나 같은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츠치히토나리. 참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이다.

어디서 들어봤지 하는 사람을 위해 말하자면 <냉정과 열정사이>의 블루 편을 집필한 일본 작가이다. 아직까지 히토나리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선 크게 빛을 보진 못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소설가, 칼럼리스트, 음악가 등으로 활동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조금 벅찬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 마련. 그러나 이 사람은 나 같은 부류이다. 이미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쓴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이란 작품에서 자신의 사랑관을 피력한 바 있다.

"어렸을 적부터 사랑의 반대말이 죽음인 줄 알았다."

그만큼 이 사람도 사랑에 목을 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 사랑에 대해 얼마나 잘 쓰겠는가. 이번에 소개할 작품 <사랑을 주세요>는 사랑을 하는 방식, 사랑을 받는 방식, 나아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로 세상을 버리려는 여자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아로 육아원에서 자랐지만 당차고 정직하게 삶에 도전하는 젊은 리리카와 그녀를 이끌어주는 등불 역할을 하는 모토지로의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문장으로 전개된다.

절대 대면(對面)하지 않을 것, 진실만을 이야기할 것,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 말 것. 자신을 버린 사회를 경멸하며 세상을 떠나려 했던 도쿄의 18세 고아 소녀 리리카와, 역시 고아원 출신으로 북녘 항도 하코다테에서 양모(養母)에 대한 사랑으로 힘겨운 삶을 부지하는 23세 청년 모토지로. 이 둘은 서로 편지로 교류하며 점점 사랑을 나누게 된다.

육아원에서 생활하는 리리카는 어느 날 생면부지의 모토지로에게 편지를 받는다. 모토지로는 리리카와 같은 육아원 출신으로 리리카와 마음을 나누는 펜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제안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갖고 있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고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리리카에게 모토지로는 진정 어린 사랑으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모토지로의 편지가 갑자기 뚝 끊기고 리리카는 겉봉에 적힌 주소 하나를 달랑 들고 모토지로를 찾아 나선다.

이런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리리카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 때문에 사랑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행복한 부부가 낳은 천사 같은 아기들로부터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랑의 본질을 느끼고 싶어’ 보육교사로 살아간다. 그런 사이 모토지로의 편지로 인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모토지로는 편지에서 불치병 시한부 인생과 사랑하게 됐다고 서술한다. 리리카는 삶을 긍정하고 깊은 정을 쏟아주는 그의 연애담을 읽고 질투심을 통제하려 애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조금도 배우지 못했던 리리카는 부정(父情)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극악한 복수심이란 양단의 감정에서 혼돈을 겪다 학부형과 불륜을 저지른다. 자신의 치부까지 토로한 그녀에게, 모토지로는 ‘사랑이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 사랑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사람들 사이로 나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봐’라고 다독인다. 어느덧 그녀는 그의 꾸지람마저 보챌 정도로 모토지로에게 의존하게 된다.

모토지로에게
간밤에 묵었던 여관의 주인 내외분이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 괴로운 일 같은 거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거라구.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더니 주인아저씨가 웃으면서 세상일이란 죄다 마음먹기 나름이래. 마치 모토를 만난 느낌이었어. 물론 주인아저씨는 모토와는 달리 오십을 훌쩍 넘은 분이지.

"아가씨, 괴로움이란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봐. 그러면 내 속에서 괴로움은 사라지고 모든 게 기쁨으로 변할 테니까."

여관을 떠나올 때 다짐하듯 그런 얘기를 해주셨지. 여관 문을 열고 나서면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햇빛을 온몸에 받는 순간, 약간 과장일지는 모르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아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어.

오키나와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더니 내 몸 안에 분명하게 폐가 있다는 실감이 나. '나는 살아 있다. 좀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마음껏, 느긋하게 즐기고 싶어.
리리카
(p.184)


이 작품은 앞서 말했지만 사랑하는 방식과 사랑 받는 방식에 대해 몰랐던 한 여자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사랑 중에 이런 사랑도 있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편지를 통해 서로의 솔직함 감정을 교류하는 사이 2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모토지로에게서 일방적으로 편지가 끊기고 그에 리리카는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뜻밖에 반전도 숨어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지겨움을 느낄 겨를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작품 <사랑을 주세요>는 진짜 사랑을 갈구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어떤 환상을 주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모토지로의 존재가 그리운 나였고, 또 리리카가 안쓰러운 나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다. 소설 속에선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한 츠지 히토나리의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이 땅 위에 사랑의 반대말이 죽음이라는 생각에 공감을 하는 분들이 <사랑을 주세요>를 읽어주길 바란다.

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북하우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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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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