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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 가영이가 먹기 전에 앵두를 보여주고
둘째 딸 가영이가 먹기 전에 앵두를 보여주고 ⓒ 추연만

앵두
앵두 ⓒ 추연만
빨간 앵두가 촘촘히 달린 나무가 옆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7년을 같은 동네에 살아도 옆집 앵두나무를 본 건 올 해가 처음이다.

탱글탱글한 빨간 앵두는 오가는 눈길을 머물게 할 뿐 아니라 특이한 맛으로 구경꾼의 입안을 침으로 가득 고이게 한다. 눈치를 살피며 슬쩍 한 알 따 먹으며 말을 붙인다.

“할머니, 앵두가 다 익어 땅에 떨어지려는데 안 땁니까?”
“먹을 사람이 있어야지. 요즘 어린애들은 앵두 맛을 모르나봐.”

한 알씩 따 입에 넣은 앵두 맛은 ‘새콤달콤’ 그 자체였다. 시골서 자란 이들은 앵두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앵두나무는 고향마을에 한 집 건너 한 나무씩 있을 만큼 많이 있었고 물가에 심은 ‘물앵두’는 알도 굵고 맛도 더 달콤해 동네 아이들은 먼저 따먹을 나무로 ‘찜’하곤 했다.

촘촘하게 달린 탱글탱글한 앵두
촘촘하게 달린 탱글탱글한 앵두 ⓒ 추연만

앵두나무
앵두나무 ⓒ 추연만
군것질이 여의치 않던 그 시절엔 앵두와 더불어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아이들 간식거리로 인기가 높았다. 오디는 앵두보다 달콤한 맛이 강해 초여름 뽕밭엔 아이들 소리가 떠들썩하다. 오디 따먹기에 열중하던 아이들이 옆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일제히 웃음보가 터진다. 새까만 뽕나무 열매 액이 흘러 입 주위는 온통 보라색으로 뒤덮이기 때문.

새콤한 맛은 입맛을 돋우는 성질이 있어 초여름 아이들은 밥을 더 많이 찾는다고 어른들이 말씀을 하신다. 보리를 수확하는 때, 쌀이 귀한 탓에 보리밥이 자주 밥상에 올라 친구들은 밥투정을 했던 기억에 요즘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말을 나누곤 한다.

이와 함께 시골아이들은 앵두와 오디에 이어 줄 딸기가 익는 걸 알아 또 간식거리를 찾아 들로 산으로 나간다. 이에 떠들썩한 목소리가 사라져 마을은 고요해지고 오뉴월 햇볕은 곡식을 더 잘 여물게 한다.

달콤한 오디 맛을 보러 손님(?)이 왔네
달콤한 오디 맛을 보러 손님(?)이 왔네 ⓒ 추연만

뽕나무에 열린 열매를 '오디'라 부른다고?
뽕나무에 열린 열매를 '오디'라 부른다고? ⓒ 추연만

뱀이 나올 철이라 조심하라고 '뱀 딸기'?
뱀이 나올 철이라 조심하라고 '뱀 딸기'? ⓒ 추연만

하얀 찔레꽃. 새순을 먹기도 했다.
하얀 찔레꽃. 새순을 먹기도 했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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