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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하회탈, 자원재생업에 종사하는 정상규씨
광주의 하회탈, 자원재생업에 종사하는 정상규씨 ⓒ 최향동

그와 나는 정당에서 만났다. 생활정치를 표방하며 스스로 참여하고 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데 전반적으로 동의했던 사람들이 모여 부담 없이 의견을 교환하며 끈끈한 우애를 다졌다.

그 무렵 진짜 생활정치를 실천적으로 해보자는 제의가 있었고, 그 제안에 따라 우리들은 '편안한해우소'라는 이름으로 독거노인들의 불편한 화장실을 편리한 좌변기로 바꿔주는 봉사를 계획했다.

참여자들이 1만원씩 자발적으로 낸 기금으로 세련되고 편안한 해우소를 만들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설치해주었다. 인터넷봉사동호회를 통해 그들이 지금까지 공사한 '편안한 해우소'는 현재(2005년5월) 15호에 이른다.

봉사활동의 정체성은 익명성

그는 '편안한 해우소'(cafe.daum.net/lovehaewooso)의 총무를 맡고 있다. 그동안 이 인터넷 동호회의 선행은 소리 소문 없이 알려져 TV와 신문 등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모습을 TV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그는 카메라가 보이거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몸을 숨긴다. 그는 해우소 공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자리에도 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가장 묵묵히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동료들의 중평이다.

방송기피증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봉사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 진정한 의미가 퇴색된다"며 "나는 해우소 활동을 통해 내 자신의 행복 찾기를 하고 있으며 익명성이 내가 추구하는 봉사활동의 정체성"이라고 못 박았다.

'편안한 해우소' 공사를 하고있는 나눔의 총각전도사,정상규
'편안한 해우소' 공사를 하고있는 나눔의 총각전도사,정상규 ⓒ 최향동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순간 안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골목의 쓰레기를 줍고 있고 남들이 보지 못한 곳에 수리할 것이 있으면 몰래 찾아가 수리를 했다. 그런 그의 요즘 최대 관심은 '과학기술분야'이다. 과학부국(科學富國)이 그의 정치지론이다. 그는 요즘 황우석신드롬의 신봉자이다.

고물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나눔의 총각전도사

"요즘 청소년들의 꿈이 탤런트니 가수니 해서 속이 좀 상합니다. 부국강병의 진정한 길은 과학기술에 있고, 그 종사자들의 빛난 업적이 사회의 스타로 대접받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이 것이 그의 세계관이다. 그런 그의 고향은 전남무안이다. 무안군 망운면 톱머리. 지금의 무안공항 근처이다. 반농반어 집안의 3남 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잠시 일을 하다 군대를 다녀왔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90년대 중반쯤에 광주로 안착했다. 그리고 IMF 무렵에 지금의 천직이 된 '자원재생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조금 멀다 싶으면 주운 고물자전거를 타고 약속장소로 향한다. 그래서 약속시간에 다소 늦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의 낙관적인 생활과 여유로움이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아직 총각이다. 올해 나이 41살.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 적임자가 없다"며 "꼭 나이의 중압감에 따라서 결혼해야 되느냐?"고 반문하며 나이를 먹어도 인연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는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듯하다. 작은 전셋집에 살면서 그는 최근에 거금(?) 3천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중고집게차를 샀다. 그 차를 사고 매우 행복해 하는 표정이 정겹다. 돈 많이 벌어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란 질문에 그는 "과학기술교육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답한다. 그 돈이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의 올곧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각박하기만 한 이 세상에 따뜻하고 정겨운 '하회탈 웃음'을 선사하며 튀지 않고 나서지 않는 봉사활동을 통해 주위를 작은 감동으로 물들이는 그는 분명 우리의 스타이다.

덧붙이는 글 | 한 때 방송에서 했던 칭찬릴레이를 인터넷신문에서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역 곳곳에 뉴스게릴라들이 있으므로 그 누군가가 이 바톤을 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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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음도 대답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다. 더 좋은 민주주의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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