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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치매 6년차인 엄마는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끔씩 손을 치켜들고는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 응석을 부리고는 한다. 그러던 엄마가 요즘은 짜증을 자주 내며 아예 나를 쥐어박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엄마가 근래 함께 살던 동생의 분가 등으로 변화된 환경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면서도 '어리광'이 지나쳐 짜증을 내는 것이 아예 습관화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혹은 치매환자의 폭력성의 시초가 아닌가 하여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잘못된 버릇이나 습관은 초기에 바로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엄마의 손이 자꾸 머리 위를 왔다 갔다 하며 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난 일부러 인상을 쓰며 화난 척을 하였다.

"엄마, 왜 자꾸 날 때리려 그래? 나 그럼 엄마랑 얘기 안 해!"
"어이쿠 겁난다. 니가 말 안하면 내가 무서워 할 줄 알고?"

엄마는 나의 불만이 기가 막힌다는 듯 코웃음을 친다. 나는 일부러 입을 딱 다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하며 엄마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내가 화난 듯 무표정으로 앉아 아는 체도 하지 않자 엄마의 부산스러운 행동이 시작된다. 혼자 보따리를 싸기 위해 이쪽저쪽 다니며 옷가지며 쇼핑백 그리고 보자기 등등을 찾아내 싸고 풀기를 반복한다.

다른 때 같으면 놀아주지 않는 나를 들볶으며 수없이 보챘을 엄마가 나의 '싸늘한 시선'을 느꼈던지 아무 말 없이 내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드디어 한 시간이 지나자 엄마가 많이 지친 모양이다. 그사이 딸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는 기죽은 아이 모습으로 침대 위에 오르려한다.

침대 위에 올라 눕는 것이 혼자서는 힘겹기만 한 엄마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난 꾹 참기로 했다. 엄마가 한쪽 발을 올리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데도 내가 아예 쳐다보지도 않자 우리의 '치매 엄마'는 무언가 사태가 심각해 졌음을 느낀 것 같다.

한참을 애 쓴 후에도 눕지 못하고 엉거주춤 침대에 엎드린 엄마가 나를 부른다. "언니, 언니"라며 어린애 마냥 애교 섞인 목소리다.

내가 "왜?"라며 자못 얼굴을 굳혀 화난 척,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만 하자 엄마는 다시 나를 부른다.

"언니, 언니, 내 얼굴 한번만 보고 얘기 해봐."
간절함이 담긴 엄마의 목소리에 난 자칫 웃음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왜"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언니, 난 요새 언니랑 내가 거리가 멀어진 거 같애."
틀니를 빼 갓난아이의 얼굴이 된 엄마는 발음마저 아기처럼 어눌해 영락없는 다섯 살배기 아이 그 자체였다. 그러나 얼굴은 자못 심각했다.

난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지를 못해 배를 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나의 웃음을 본 엄마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던지 내가 웃는 이유도 모르면서 나를 따라 웃기 시작한다.

나의 너무나 예쁜 엄마와 그렇게 한바탕 웃음을 웃었다. 한참을 웃은 후 엄마를 바로 뉘이며 침대에 걸터앉아 엄마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버릇은 고쳐야 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나 때리고 욕하지 마, 그럼 나 화 낼 거야."
"아니, 누가 언니를 때리고 욕을 해."

어떻게 동생이 언니를 때릴 수 있냐는 듯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을 한 엄마의 이 기막힌 대답에 혼자 데굴데굴 구르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아니, 이렇게 예쁜 엄마를 어찌 야단(?)칠 수 가 있을까?"

엄마는 약을 입에 물고 넘기지 않아 약 먹을 때마다 애를 태우고는 한다. 약을 입에 물고 20~30분씩 넘기지 않고 버티고 있는 엄마에게 '꿀꺽해봐' 라며 내 고개까지 뒤로 젖혀가며 수없이 말을 해도 약과 물을 하나 가득 물고 있는 엄마는 요지부동이다.

독한 약을 몇 십 분씩이나 입에 물고 있으니 나중엔 혓바늘이 돋고 입안이 허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엄마 약 물고 있으면 입이 헐어서 밥도 못 먹어. 자 꿀꺽 해봐. 꿀꺽"을 되뇌며 나는 고개 운동을 수 없이 하지만 엄마는 입에 물과 약을 물고 행여 물이 샐까 입만 옹그리고만 있다.

십여 분이상 엄마와 실랑이를 하다보면 슬슬 뒷골이 댕기기 시작하는데 이때쯤 엄마는 나를 따라 고개만 뒤로 젖히는 시늉만 계속 따라하기 시작한다. 귀여운 엄마의 행동에 나는 또 한바탕 웃음을 웃는다.

엄마는 차를 타고 외출을 하면 꼭 조수석에 타야 직성이 풀린다. 안전을 고려해 뒷좌석에 앉히고 싶지만 엄마가 나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든 조수석은 엄마의 지정석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서너 명이 함께 외출을 할 일이 생기면 자연 조수석에 엄마가 앉고 뒷좌석에 누군가가 타게 되는데 엄마는 차에 타고 있는 내내 뒷좌석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내가 뒷좌석의 사람과 얘기를 하고 있노라면 엄마는 몇 번씩이나 묻는다.
"뒤에 누가 있냐?"

차안에서 몇 번이나 반복된 엄마의 "뒤에 누가 있냐"는 물음에 웃음보가 터지는 것은 다반사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우리의 치매엄마, 눈이 동그래져 깜짝 놀란 얼굴로 결정적 한마디를 한다.

"아니 여기서 다 만나네!"
그리고 나를 향해 조용한 말로 묻는다.

"저 사람은 우리가 여기 온 걸 어떻게 알고 벌써 와 있을까?"

나와 함께 잠을 자는 엄마를 지켜보면 참으로 재밌는 표정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틀니를 빼고 주무시는 엄마가 이빨도 없는 입을 연신 옹그리고 씹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엄마는 꿈속에 맛난 것을 드시고 있는 것 같다.

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입에 넣는 듯 규칙적으로 입을 '아' 벌리고 한참을 우물우물 씹고 또 입을 '아' 벌리고 한참을 우물우물 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또 어떤 때는 꿈속에서 행복하고 좋은 일이 있나보다. 이빨 없는 입을 히죽이며 웃는 모습 또한 영락없는 갓난아기의 모습이다.

어? 이번엔 옹아리까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는데 이걸 옹아리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엄마의 잠자는 모습은 아기의 모습 그 자체이다. 가끔은 악몽을 꾸는지 경기하듯 몸을 뒤틀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여 꼭 안아주어야 진정을 하기도 한다.

숨소리 고르게 새근거리며 주무시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코를 드르렁거리며 코고는 모습도 예쁘기만 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나는 엄마의 몸이 굳어가지 않도록 엄마의 두 팔을 올리고 기지개를 시킨다.

"어이쿠 울 엄마 키자란다. 자- 쭉 뻗어 올려. 키 자란다. 쑥쑥 팔 올려"라며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린다. 엄마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기지개를 펴는 모습하며 집에 간다며 애를 업고 가야한다며 강아지나 베개를 업혀달라고 떼를 쓰며 조르는 모습 역시 아이들의 행동과 다름없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어느 날엔가는 아침 식사 중에 식탁 위 밥그릇에 코를 박고 조는 모습이 어찌나 재밌던지 사진을 찍어놓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낮 시간 큰언니가 오지 않기 시작한 이후, 그리고 함께 살던 동생도 분가한 이후, 엄마를 볼 사람이 없어 얼마간 엄마를 모시고 함께 출퇴근을 한 적이 있었다. 1주일 이상 병든 노인을 모시고 이곳저곳 일을 보고 새벽 한두 시까지 사무실에서 야근까지 하다보니 엄마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더 이상 모시고 다니다가는 큰일이라도 생길 듯하여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낮 시간에 헐레벌떡 들어온 적이 있었다.

방에 들어서니 혼자서는 침대에 눕는 것도 혼자 일어나 앉는 것도 힘겨운 엄마는 침대에 걸쳐 엉거주춤한 상태로 앉아 누우려고 버둥거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다가가 엄마를 부축했다. 엄마의 얼굴은 온통 구겨져 있다. 혼자 몇 시간을 외롭게 있었을 그녀의 얼굴은 울음이 곧 터질 듯한 얼굴이었다.

나를 보자 얼굴에 슬픔이 가득 찬 엄마는 "엄마, 난 엄마가 나 미워서 멀리 갔는 줄 알았어"라며 목이 메여 말한다.

난 엄마를 꼭 안았다.
"이렇게 예쁜 울 엄마를 누가 버리고 가? 엄마, 나 아무데도 안가. 걱정 마. 응? 엄마랑 나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

딸을 엄마로 또 언니로 착각하는 나의 딸, 나의 동생, 엄마...

그렇게 아기 같기만 엄마가 어느 날엔가 침대에 누워 있다 나를 부르며 손을 잡아끈다. "엄마, 왜 불렀어"라며 침대 끝에 가까이 다가가 앉자 나의 얼굴을 보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딸 얼굴 한번 만져보고 싶어서…"라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순간 나는 목이 메어 그리고 눈물이 나서 난 엄마를 얼굴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나의 엄마로 돌아온 모습에 난 불쑥 겁이 난다. '마지막 인사를 미리 하려는 건가?'

엄마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병, 치매'에 걸린 지 5년 3개월,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제는 갓난아이의 그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엄마를 보며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다.

엄마가 아주 조금만 무엇엔가 부딪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엄살을 떠는 것은 '아이처럼'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또 다른 표현인 것을 이제는 알기에 손을 쓸어 만져 주고 '많이 아펐지?'라며 관심을 표현할 줄도 알게 되었다.

늙고 힘없는 노인이 되어 병마저 든 나의 엄마에겐 자식의 관심과 사랑만이 가장 큰 행복인 것을 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늦게야 철든 못된 딸에게 엄마는 '너무나 예쁜 짓'으로 웃음과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나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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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오마이뉴스의 정신에 공감하여 시민 기자로 가입하였으며 이 사회에서 약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글로 고발함으로써 이 사회가 평등한 사회가 되는 날을 앞당기는 역할을 작게나마 하고 싶었습니다. 여성문제, 노인문제등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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