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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 목사
류상태 목사 ⓒ 이민우
추락 직전의 비행기. 당신은 그 결함투성이 비행기의 위태로운 비행을 바라보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 개신교가 마치 이 비행기와 같으며 이 비행기를 어서 빨리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이 절박한 외침은 목회자의 옷을 벗어버린 저자가 이를 수수방관해 온 수많은 기독교인들에게, 그리고 그 자신에게 온 몸으로 외치는 절규다.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이 책은 지난 한해 언론과 종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강의석군 사건'으로 인해 20여 년간의 목사직과 종교교사직을 반납한 류상태(49) 목사가 한국교회의 개혁을 촉구하면서 펴낸 그의 양심고백서다.

당시 대광고 3학년이었던 강군이 예배자유의 선택권을 위해 계속된 시위와 50여 일간의 단식, 소송을 치르는 동안 계속적인 중재 노력을 펴던 그가 갑작스레 목사직과 교사직을 반납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오십 줄을 바라보는 한 가정의 가장이, 그것도 교사라는 안정된 울타리와 목사라는 보호막 속에서 자신의 안위를 다지기에 급급할 시기에 그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린다니 그야말로 진짜 '투사'가 아니던가 하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인터뷰를 통해 그로부터 "목사직과 교사직을 반납하게 된 것은 내 스스로가 그런 생각을 처음부터 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자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오게 됐던 것"이라는 그의 솔직한 토로를 들으며 굳이 '투사라는 딱지'가 없어도 진짜 삶다운 삶을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 다시 말해 그가 펼치고자 하는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의 시작은 강의석 군 사건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강의석이라는 제자가 주장했던 '예배선택권의 자유'와 맞닥뜨리면서 지난 시간 기독교에 대해 가졌던 수많은 문제의식들-그러나 현실 속에서 내내 누르고 감춰야 했던-은 이내 심각하게 자신의 문제로 다가왔고 더 이상은 예전의 류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종교 자유의 문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학교에서의 종교자유 문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독교의식이 개혁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의 종교자유 문제도 풀린다고 봅니다. 저는 평생에 걸쳐 그 일을 하려고 해요."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186쪽/ 9,000원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186쪽/ 9,000원 ⓒ 삼인출판사
그가 말하는 의식개혁운동의 골자는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성 극복"이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그런 맥락에서 쓰여 졌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한국교회여, 문을 열어라'라는 제목을 가진 1부에서는 한국교회의 전반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안티기독교인들의 주장들과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의견을 타당성과 기독교 이기주의나 교회 세습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교회가 가야할 길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제시하고 있다.

2부 '성서의 진실을 찾아라'를 통해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인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를 지적하며 우리가 어떻게 성서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제시하고 있으며 제 3부 '깨어라, 기독청년이여!'에서는 한국교회의 독선과 배타성을 뛰어넘기 위해서 기독청년들의 깨임과 역할을 얼마나 중요한가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향한 진지한 문제제기, 그리고 더 이상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절박한 외침이 담겨 있는 이 책의 값진 내용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여러 책들을 통해서 소개된-여러 기독교비판서들-내용과 아주 큰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가치 있는 책임에 틀림없다. 한국교회 목사로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성'을 묵인해왔던 자신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또 스스로 그 안위를 내던지고 온 몸으로 그 책임을 다하려는 삶의 진정성을 담은 첫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양심고백서'라는 말은 더없이 적절한 듯하다.

류 목사는 지금 거리에 있다.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팔며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진정한 노동과 땀 흘림을 통해 먹고 살겠다고 그 곳에 서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진짜 삶을 시작한 류상태 목사. 그야말로 참으로 목회자답고, 기독교인답다고 느끼는 것은 기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 스스로는 이 미사여구조차도 거부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주간기독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류상태 지음, 삼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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