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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약한 것이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이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지표입니다."

묵향에 심취해 30여년째 외로운 도(道)의 길을 걷고 있는 서예가 솔뫼 정현식.

▲ 인사동 학고재
ⓒ 조선희
평소에 필자의 디자인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신 정현식 선생의 개인전 소식을 듣고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화랑 학고재를 방문했다.

이번 전시는 정현식 선생의 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학고재에서 열린다. 이어 일곱 번째 개인전이 6월 1일부터 7일까지 포항예술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학고재 전시에서는 전시장을 돋보이게 하는 원형과 사각의 실내등을 포함해 7~8m에 이르는 대작과 한글 민체 병풍에 이르기까지 총 180여 점이 선보이고 있었다.

▲ 전시장 내부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해준 조명등
ⓒ 조선희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화수미제(火水未濟)'다. '화수미제'는 주역의 64괘 가운데 마지막 괘를 뜻하는 것으로, 젊거나 어리다는 표현이 이 괘에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의 무한한 도전과 가능성이 현재의 자신과 같기에 이번 개인전의 주제로 잡았다.

ⓒ 조선희
ⓒ 조선희
솔뫼 정현식의 작품 정신은 '자유와 생명 정신'이다. 그것은 곧 모방을 거부한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과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과 영원히 살아 숨쉬며 그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독창성이 함께하는 작품을 의미한다.

"작품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본성에 자유로워야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교감할 수 있고 남의 마음 속에 향기로 다가설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보는 사람이 누구이든지 그들에게 자유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하지요. 만약 작품이 작위적인 논리 위에 감정과 이론이 진술된다면 그 작품은 논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은 그 틀 속에 갇혀 죽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것은 작품이 아니라 언젠가는 폐기 처분 될, 잊혀질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많은 이들로부터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 받고 있는 그지만 아직 스스로를 서예가(書藝家)가 아닌 서예인(書藝人)으로 칭한다.

▲ 노자 <도덕경>
ⓒ 조선희
그는 최근 민체의 해학성을 웃음보다는 그 질박성을 예술적으로 승화 시키는 것과 인간의 본성이 향기로 다가서는 작품 세계에 접근하고 있다. 진술과 묘사보다는 오랜 삶을 산 어른들의 지혜를 선(禪)적인 한 폭으로 이끌어 내어 여백과 공간도 같이 할 수 있는 작품이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 변함없는 저 산을 보게나, 四無, 이해인님의 시 중에서
ⓒ 조선희
얼마 전 그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폰트 '솔뫼민체'를 개발했다. 서예가의 필체를 바탕으로 한 한글 서체 개발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다. 지난 3월 발간된 솔뫼민체 교재에서 기자는 기존의 딱딱하고 고정된 이미지의 글꼴과는 다른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성이 뛰어난 글꼴을 접할 수 있었다.

ⓒ 조선희
특히 포항에서의 전시에서는 전원가공석과 담벽가공석을 응용한 작품 등 정현식의 독창성과 다양함을 한눈에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특히 비균제와 비균형이 지배하는 그의 자유분방하면서도 통제된 놀라운 장인적 숙련성으로 한결 아름우면서도 깊은 예술혼을 담은 작품들을 접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石壽萬年四時華開. 하늘로부터 받은 천명 영원히 변치 않는 천년만년 저 묵묵한 돌과 같고 두루 천지에는 시와 때 가리지 않고 꽃은 향기로 피어나고.
ⓒ 조선희
▲ 솔뫼 정현식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작품 앞에서 경북무형문화재 19호이신 임종복님과 함께.
ⓒ 조선희
솔뫼 정현식의 작품 중 글 하나를 옮겨 본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환한 얼굴로 착한 일을 해야지
마음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빛과 같이 신선하고 빛과 같이 밝은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다정한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고
내가 있음으로 주위가 좀 더 환해지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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