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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의 내신강화를 골자로 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 강남과 강북, 지방 도심과 농어촌, 특목고 등 지역에 따라 찬반 여론도 확연하게 갈라지고 있다. 내신등급제를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와는 달리 수도권의 사설학원은 밀려드는 고1 수강신청자들로 오히려 더 바빠졌다.

오마이뉴스는 교육부의 대학입시정책과 관련해 ① 내신등급제에 대한 고1 설문조사 ② 사설학원 강사 쟁점인터뷰 ③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부 정책담당, 교육담당기자 <솔직토크> 등 교육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 교육 당국의 3불 정책 천명에도 불구하고 본고사와 고교등급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고교등급제·본고사부활에 반대하는 교육 단체들의 집회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교육부가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로 인해 공교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내신등급을 높게 받기 위해 사교육 시장이 더 번성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최근 <오마이뉴스>가 서울 강남·북 및 지방의 고1학생 3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내신등급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늘릴 것'이라고 답한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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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정책기획①] 내신등급제, 지역별 온도차 심하다

언론은 연일 '누가 고1에게 저주를 내렸나' "반친구에게 필기 노트도 안 빌려준데요"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지면을 도배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반면 사교육 시장은 발빠르게 내신등급제에 대비하는 학원상품을 내놓았다.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지금, 사교육계는 최근의 교육 아노미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사설 학원 관계자를 만나 사교육이 바라보는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영어교육전문기업 ㈜쎄듀 대표이면서 인터넷 과외 시장의 스타 강사인 김기훈씨. 평일에는 6시간, 주말에는 12시간 정도 강의한다는 김씨는 작년에만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5억원 소득 신고를 한 사교육계의 대표적인 강사다.

"내신등급제, 사교육 가수요를 실수요로 만들었다"

▲ "개인적으로 이번 내신등급제 도입은 사교육에 대한 가수요를 실수요로 전환 시킬 거라고 본다." ㈜쎄듀어학원 김기훈 대표.
ⓒ 한세구
- 교육부의 내신등급제 발표 이후 교육계가 술렁인다. 학원에서 느끼는 '내신전쟁' 체감도는?
"언론에서 비추는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아 노트를 찢어가는 등의 좋지 않은 행동들이 일어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시험 범위가 있는 영어 시험은 시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신이야 학교에서 알아서 한다고 해도 영어는 그 실재 능력에 맞춰진 시험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1 학생들의 요청이 높아서 이번에 내신 시험에 맞춘 비디오 강의를 신설하긴 했다."

- 내신등급제가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 같나.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단기적으로 집중하는 효과야 있겠지만,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또 다른 통제의 논리를 들이댄다는 건 잘못이다. 기본적으로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민족사관고를 봐라. 과외 안하지 않느냐. 지금 공교육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정말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내신등급제는 또 한번 실패의 악수를 두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내신등급제가 사교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실제 매출의 변화는 있었나.
"개인적으로 이번 내신등급제 도입은 사교육에 대한 가수요를 실수요로 전환시킬 거라고 본다. 대형 입시 학원이야 타격이 예상되지만, 소규모의 보습학원 등에는 유리할 것이고, 전체 사교육 시장은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 일요일 오전에 학원 수업을 위해 한 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봉고차가 여러 대 있더라. 뭔가 해서 보니, 3만원씩 받고 애들이 농구와 줄넘기 이단 뛰기 과외를 받고 있었다. 이게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학원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사업 다각화의 기회일 수도 있다."

"교육 개혁 대상은 바로 교육부... 정부의 3불 정책 실패할 것"

▲ 지난 7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 참가한 학생들이 내신위주의 대입제도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부의 사교육 대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교육에 대한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후 취임위원회에 메일을 한통 보낸 적이 있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교사의 질을 높이라고 말이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적절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할 것이 아닌가? 학교 선생님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로 사교육의 수요를 줄이는 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교육 시장은 기형화하여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한국 교육의 최우선 개혁 대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꼭 적이 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교육개혁 대상은 교육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학원 강사가 아닌 교육계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교육부의 전횡적 정책이 우리나라 교육을 옭아매고 있다. 대학에는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제와 억압일 뿐이다."

- 정부의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불가) 정책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실패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본고사 불가는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제도에 상관없이 대학 스스로에게 선발권을 부여해야 한다. 대학은 내신을 믿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수능 역시 1999년 이후 쉬워지면서 그 기본 취지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사실 수능 영어 만점을 맞아도 대학 가서 원서 못 읽는다. 내신은 믿을 수가 없고, 수능은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본고사는 필연적 귀결이라고 본다.

교육부는 과거의 지배적 논리를 벗어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국공립대야 그렇다 쳐도, 사립대의 경우 보조금 좀 주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은 잘못된 거다. 고교등급제의 경우도 차차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보지 않는 한 내신에 대한 형평성 시비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사업과 교육의 비율을 6:4 정도로 맞추려고 한다"

- 사람들은 사교육을 필요악이라고 한다.
"나도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지만 이것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솔직히 요즘 학원에서 애들을 보면 너무 비인간적으로 산다. 여가와 문화를 즐길 틈이 없다. 사교육에만 의존하다 보니 사고의 폭이 좁고, 독립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전인교육이 될 수 없다. 이는 공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공교육의 부실은 사교육의 양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이 다시 전인교육을 실패하게 한다."

- 그렇다면 사설학원은 학교의 대체재인가, 아니면 보완재인가?
"학교와 사설학원은 보완재적인 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사교육과 공교육을 경쟁 관계로 본다. 개인적으로 여러 교수들도 만나고 현직 교사도 알고 지내고 동료 강사 중엔 학교 선생님 출신도 많다. 그들이 하는 얘기가 현재의 사회는 우수한 교사가 학교에 붙어있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 학원 위치를 강남과 목동에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솔직히 사교육의 수요가 가장 많고 새 트렌드를 형성하기 좋다. 타 지역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고급 영어 사교육을 받아줄 곳이 강남의 수요자들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장사가 잘 된다."

- 당신에게 사교육은 사업인가, 교육인가.
"두 가지 다 중요하다. 물론 수익성이 우선인 건 사실이다. 돈 안 되는데 누가 하려 하겠는가? 그래도 사업과 교육의 비율을 6:4 정도로 맞추려고 한다."

- 스스로를 '선생님'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지식 노동자'로 생각하는가?
"그때그때 역할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학생 개인 면담시에는 내가 생각하는 참스승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단 강사로서 학생들 앞에 서면 교육서비스업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가공하여 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의미에서는 지식 노동자라고도 할 수 있다. 학원 전체적인 입장에선 CEO로서 비즈니스맨이 된다. 작년 수능 이후엔 천통이 넘는 메일을 받았다. 어쩌면 기존 학교의 선생-학생의 관계보다 유대가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야 가기 싫어도 가야 하지만, 여긴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되는 거 아니냐."

- 학원에서는 너무 학생들 입맛대로, 성적 잘 나오는 대로 가르치는 것 같다.
"흔히들 전인교육이란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전인교육은 기본적으로 선생님들이 얼마나 학생들에게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이번 내신등급제 관련해서도 학원 학생들 사이에선 흔히 '누구누구 선생님 족보 10개만 구하면 답이 대충 보여요'라고 말한다."

"교사 되면 지금처럼 열심히 가르치지는 않을 듯"

▲ "교사 수급 시장도 교사평가제 등을 도입해 교원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만약 내가 학교 선생님이 된다 해도 지금처럼 열심히 애들을 가르치지는 않을 것 같다."
ⓒ 한세구
-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인기 학원 강사를 학교에 데려와서라도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역 제의가 들어온다면 일단 수락할 것 같다. 그러나 사교육과 공교육의 시스템은 다르다. 임용만 되면 평생 신분이 보장되는 교원 조직과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자산 가치를 계속 높여야 하는 사교육 강사 시장은 엄연히 다르다. 나이 드신 강사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40대 중반 이후면 사실상 한물가는 곳이 이곳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현재의 교사 수급 시장도 교원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만약 내가 학교 선생님이 된다 해도 지금처럼 열심히 애들을 가르치지는 않을 것 같다.

- 한국 교육의 폐해로 명문대를 중심으로 하는 학벌체계를 꼽기도 한다. 학원이 이런 학벌체계 공고화에 기여했다고 보지 않나? 인터넷·EBS 수능 강의가 그것을 깰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글쎄, 그건 고민을 안 해 봤다. 근데 내가 보기엔 학벌체계가 조금은 변하는 것 같다. 사실 일부 대기업 사장들 중엔 일류대 출신이 아닌 사람도 많아지지 않았나? 인터넷 강의에 대해서는 사교육 기회의 균등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현장 강의는 강남, 서초 학생들밖에 못 보지만 인터넷으로 하면 제주도에서 보는 학생도 있다."

- 만약 자식을 낳으면 어떤 식으로 교육할 생각인가.
"사실 그 문제 때문에 애를 낳지 않고 있다. 결혼 9년찬데, 아직 낳을 생각이 없다. 사교육에 몸담고 있지만,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원정 출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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