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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하루 8시간 노동, 유급휴일 보장, 최소한의 안전장비 지급, 중식 제공 및 식사장소 탈의·세면시설 제공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 확보를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플랜트 노동자들의 현실이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들의 요구는 사업주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야 마땅"할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사정을 제대로 보도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니터 분석에 의하면 "플랜트노조와 관련된 방송보도는 보도량 자체가 적었을 뿐 아니라 보도소재 역시 '과격시위'와 농성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니터 기간 동안 플랜트노조와 관련되어 방송3사에서 모두 13건(단신 6건 포함)이 보도되었고, 이 가운데 SBS가 6건(단신 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KBS는 4건(단신 2건)이었고, MBC는 3건(단신 1건)에 불과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이와 같이 나타난 보도량에 대해 "SBS가 방송3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고, 공영방송인 MBC와 KBS의 보도량은 그 절반에 그쳐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MBC에 대해서는 "플랜트 노동자들이 쇠파이프로 경찰의 진압에 대항하는 등 격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5월 6일에야 처음으로 이를 보도해 무관심의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혹평했다.

한편 방송3사의 보도는 시기적으로도 파업과 '과격시위' 이후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랜트노조가 파업 이전부터 단체교섭을 요구해 왔으나 이에 대한 보도가 한 건도 없었고, 파업 초기에도 방송보도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플랜트노조가 물리적으로 충돌한 4월 1일에야 SBS에서 23초의 단신이 처음으로 보도되었고 이후에도 방송3사는 모두 '시위'와 '농성'이 있을 때만 관련 보도를 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과격시위'에 집중하는 방송에 대해 "'폭력시위'라도 해야 그나마 플랜트 노동자들의 파업사실이 방송에 보도라도 되는 상황이 계속되어 온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폭력'이 방송과 무관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과격' 시위가 있을 때 집중되었던 보도는 내용에서도 "격렬한 시위 현장 전달에만 치중해 노동자들이 '왜 과격시위까지 나서게 되었나'라는 본질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플랜트 노동자들의 과격성이 집중된 반면 경찰은 노동자들의 '격렬한 시위'를 방어하는 수준에서 수동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것처럼 묘사"되기까지 했다는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경찰저지선 힘없이 무너져', '공장진입을 막느라 안간힘', '기동대 35개 중대가 동원됐지만 역부족' 등으로 표현했던 KBS의 보도로 "살수차와 고공물대포까지 동원해 강도높은 진압을 펼치고 확인되지 않은 약품까지 섞어 물대포를 쏘았던 경찰에 대해 대처가 부족했다는 듯이 보도하기까지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적은 보도량과 시위에 집중된 방송보도에 대해 "노동운동진영의 '비리'문제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진단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 균형성을 잃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부각한 방송보도 내용

SBS
"울산지역 건설 근로자들이 울산시청으로 난입해 2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이 갑자기 담을 넘기 시작…일부 조합원들이 의사당 내 민원실로 몰려가면서 현금지급기 등 일부 기물이 파손되고 2시간 가량 업무가 완전 중단…일부 노조원들이 시의회로 들어가 경찰과 대치", "도심 로터리를 점거하기도 했으며 비조합원 폭행과 차량파손 등 갈수록 과격양상을 띄고 있다"(4/8)
"정유탑을 점거한채 고공농성…정유탑은 1급 국가보안 시설…경찰이 농성해제를 유도했지만 이들은 거부", "서울 SK본사 앞에서는 건설플랜트 노조원 백여명이 건물 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5/1)
"건설플랜트 노조원들이 오늘 화염병까지 던지며 격렬한 시위", "정유공장앞에 쇠파이프와 각목이 난무…흥분한 일부 시위대들이 화염병을 투척하는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빚어져…경찰이 저지에 격렬히 저항하면서 이 일대가 아수라장이 돼…이들은 가투시위에 나서 경찰과 시가전이 벌어져…시위대가 지나간 노점 시장은 쑥대밭이 됐고 경찰 차량도 부서져…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불법시위를 벌인 것", "시내 도로가 2시간여 동안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5/6)

KBS
"일부 조합원이 울산시청 민원봉사실을 점거해 2시간 동안 업무가 마비됐다"(4/8)
"경찰과의 충돌에 화염병까지 등장", "노조원들이 철골울타리를 부수고 석유화학 공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막아서는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극렬한 충돌이 빚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위험천만하게도 화학공단 안에 화염병까지 등장…충돌은 시내 한복판까지 이어져 곳곳이 아수라장…길가에 주차돼 있던 경찰기동대 버스도 쇠파이프 공격에 파손", "당사자들끼리 해결하기에는 시위가 너무 격렬해지고 거칠어졌다"(5/6)
"플랜트노조가 경찰과 또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노조원들이 직접 만든 공격장비까지 등장했다", "공장 진입이 시도되면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노조원들이 리어카에 쇠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공격용 장비를 앞세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자 경찰저지선이 힘없이 무너져…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쏘며 공장 진입을 막느라 안간힘…기동대 36개 중대가 동원됐지만 역부족…전장을 방불케 하는 충돌", "또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혀 더 큰 충돌의 우려를 낳고 있다"(5/17)

MBC
"건설플랜트노조가 오늘은 위험하게도 화염병 시위까지 격렬하게 벌였다", " 위험물이 가득한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경찰과 건설플랜트 노조가 밀고 밀리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시위노조원들은 SK울산공장에 진입하기 위해 화염병을 던지고 공장철망도 뜯어내…격렬한 시위가 3시간여 동안 계속되면서 노조원과 경찰 100여 명이 다쳐", "파업이 50여 일째 이어지면서 노사 모두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고 시민들도 불편과 위험에 노출"(5/6)
"플랜트노조시위와 관련해서 폭력을 행사한 적극 가담자와 주동자를 가려내 사법처리하기로"(5/7)
"돌덩이와 물대포 또 쇠파이프가 동원돼 70명이 다쳤다", "노조원들이 정유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밀고 밀리는 공방전…SK울산공장 안으로 돌덩이가 날아들고 시설경호에 나선 경찰은 물대포로 저지…노조는 자체 제작한 지게차로 컨테이너박스를 들어내며 진입을 시도…노조원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에 경찰 30여 명이 중상…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 노동자 4000여 명이 가세", "27일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갖고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5/17)
/ 방송3사 보도 인용
열악한 건설플랜트 노동자의 현실은 외면

한편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부각하는데 급급했던 방송보도는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플랜트 노동자들의 요구는 양적으로도 적게 다뤄졌을 뿐 아니라 보도 내용도 단편적"이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SBS가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며 "비가와도 비를 피할 공간이 없고, 눈이 와도 아무리 추워도 추위를 피할 공간이 없다"는 플랜트노조 박해욱 위원장의 집회 연설 장면을 인용하고, MBC가 "화장실을 지어달라는 그런 단계의 요구안이 있다"는 박해욱 위원장의 인터뷰를 전달한 것을 제외하면 플랜트 노동자들의 '비참한 노동현실'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특히 KBS는 SBS와 MBC 수준의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다만 SBS에 대해 "타방송사들이 플랜트노조와 사측의 주장을 대비시켜 '중립'적으로 보도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며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밖에 방송보도는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와 개별교섭이 가능할 뿐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는 식의 하청업체들의 입장을 보도하면서도 정작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또 하청업체들에게 단체교섭을 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의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는 SK 등 '원청'업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던 것도 드러났다. 플랜트 노동자들이 SK공장 정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SK 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노동자들이 '왜 SK공장을 문제삼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이에 대해 "대기업에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방송들의 태도가 이번 플랜트노조의 파업에서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SBS '장기파업 왜?'가 그나마 체면치레?

하지만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모니터 기간 이후인 5월 18일 보도된 SBS '장기파업 왜?'에 대해서는 박해욱 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전달하고 그래픽까지 제시해 비교적 상세하게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배경을 설명했으며, 하청업체들이 요구하는 개별 교섭이 가지는 문제를 처음으로 짚어 "방송3사의 보도 가운데 가장 '심층'적인 보도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SK 등 원청업체의 연관성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그 동안의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 장면을 재편집해 보여주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이에 비해 MBC의 보도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18일 보도된 MBC '가담자 사법처리'는 "쇠파이프와 돌멩이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를 방패와 곤봉만을 든 경찰이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며 부상당한 경찰의 인터뷰를 담고, 기자가 직접 시위용품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영화에서나 등장할 만한 이런 쇠채찍이나 갈고리 같은 불법시위용품 1000여 점이 경찰에 압수됐다"고 보도하는 등 노동자들의 폭력성을 부각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플랜트노조가 파업과 격렬한 시위를 벌이게 된 과정은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후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며 "이를 다루는 방송보도 역시 구시대적 노동쟁의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는 방송의 태도변화를 요구하며 "플랜트노조의 파업이 해결될 수 있도록 방송이 제 역할을 해주길 강력하게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박진형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모니터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민언련 홈페이지(http://www.ccdm.or.kr)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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