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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유시민 의원 등이 16일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정보통신부 내 유비쿼터스 전시관을 들러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유시민 의원 등이 16일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정보통신부 내 유비쿼터스 전시관을 들러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의 말 한 마디가 누리꾼(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논란의 단초는 지난 16일 성년의 날을 맞아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20대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발생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 대학생이 유 의원을 지목해 "취업문제와 청년실업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 방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유 의원은 "방법이 있으면 왜 이렇게 해결이 안 되겠냐"며 "모든 산업국가에서는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하는 정치는 되도록 가치실현을 위한 것이지 누군가를 위한 정치는 안한다"며 "그래서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날인 17일 <문화일보>는 유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청년실업 각자가 해결하라"는 제목으로 뽑고, 유 의원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의 위태로운 답변으로 인해 행사 내내 아슬아슬한 분위기였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누가 취직시켜 달라고 했느냐", "정부도 이제 세금을 걷지 말고 알아서 해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유 의원측은 "<문화일보>가 발언을 거두절미하고 뜻을 왜곡했다"고 항변했다.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사자인 유시민 의원은 1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소 오해하려면 오해할 소지가 있는 발언"이라면서 "뉘앙스를 전달하지 않은 채 텍스트만 보고 문제를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자들도 정상적으로 국어 쓰기와 듣기 교육을 받았을텐데 기사를 그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이 황당하고 신기하다"며 "제목을 뽑은 데스크의 읽기, 쓰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학생과 유시민의 '청년실업' 일문일답 전문

다음은 유시민 의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영상에 실린 '청년실업' 관련 발언 전문이다.

고윤지(동덕여대) "지금 학생들의 취업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청년실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유시민 "제가 꼭 대답해야 하는 게 대학졸업자 청년실업 원인과 대책인데, 방법이 있으면 왜 이렇게 해결이 안되겠습니까.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산업국가에서 전부 다 고학력 청년실업이 큰 문제로 와 있다. 알다시피 교육투자는 투자 중에서도 리스크가 가장 높은 투자이다. 저도 정치를 하고 있지만 저는 누군가를 위한 정치는 안 하거든요. 제가 하는 정치는 되도록이면 원칙적으로 어떤 가치 실현을 위한 정치이지, 누군가를 위한 정치는 저는 안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그래서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겁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교육 투자를 할 때 장차 어떻게 전망된다, 상황이. 이런 점에서 정보 서비스를 하고 투자가 잘못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완충장치를 만드는 것, 이런 정도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정부가 특정한 대학생들을 어디에 취직시킬 가능성을 높여주는 일은 이것은 저는 현대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이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유시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 <문화일보> 보도가 나간 뒤 비판 여론이 거세던데.
"홈페이지에 동영상까지 다 있는데 황당하다. 기사를 그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이 황당하고 신기하다. 기자들 국어 교육을 어떻게 받나. 정상적으로 국어 쓰기와 듣기 교육을 받았을텐데 기자 되고 나서 듣기와 쓰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는데 언론에 워낙 많이 당해서 이제는 감각이 없다. 일상이다. 특히 문화일보는 지난번 당의장 선거 때도 당비 납부 때문에 골탕을 먹이더니 한마디로 황당하다. 데스크가 정보보고에 올라온 텍스트를 보고 제목 뽑아서 그렇게 쓴 것이라고 추측한다. 제목을 뽑은 데스크는 그 사람들은 읽기, 쓰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게 아닌가.
"질문한 대학생이 마치 '국가가 대학 졸업자 성년들의 취업 문제에 대해서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뉘앙스로 물어서 반어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청년 실업에 대해서 뜬금없이 그 말만 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고, '교육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학부모 학생들에게 필요한 노동시장 동향 관련 정보 서비스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들이 온갖 처방을 내렸지만 효과가 없지 않았나."

-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발언 아닌가.
"정치인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치 할 수 있는 것처럼 큰소리치는 것은 과잉기대를 불러와 나중에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 청년실업을 이야기할 때 정치권에게 '득표하려면 잘해라'는 식의 정치는 안 한다. 정치는 헌법이 명시한 이상적인 사회상태로 규정하는 가치들, 즉 정의, 자유, 평등 등의 가치를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올바른 정치란 좋은 가치를 실현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수혜자나 집단이 생기는 것이지, 정치인이 특정 집단을 위한 일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내가 듣기에 질문에 '당이 취업 문제에 대해서 특별한 무엇을 안하면 안 된다'는 뉘앙스가 들어서 그런 시각에서 정책에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뉘앙스가 텍스트에 전달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질문이 전반적으로 불쾌했다. 강금원씨 등 문제들에 대해 메이저 신문을 그대로 암송했다. 청년실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별로 기분 좋지 않았다. 보수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보수 아니냐. 그런데도 자칭 우리나라의 '보수신문'이 취업과 실업문제를 이야기할 때 국가의 책임으로 돌려서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보수신문은 싫어하는 정권을 욕하기 위해 자신들이 표방하는 가치도 쓰레기로 만들 수 있다. (그런 보수신문의 논리를) 대학생이 그대로 질문해서 마음에 안들었다."

- '취업은 각자의 책임'이라는 발언 때문에 누리꾼들이 맹비난을 퍼부었는데.
"취직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다. 누가 알아서 하나? 지금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청년 90%가 대학생이다. 고학력 실업문제가 아닌 그냥 청년실업문제다. 그리고 모두가 안정적 고용과 높은 급여가 보장되는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하면 취업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선망하는 일자리가 제한되어 있다면 눈높이를 낮춰야지.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 가거나 창업도 하지 않나. 그럼에도 취업하지 않는 청년들도 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모든 일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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