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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준뒤 축하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준뒤 축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세론은 없다. 있어서도 안되고 있으면 망한다."

'박근혜 대세론'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 홍준표 의원은 이같이 답했다. 이회창 대세론의 악몽이 더 이상 재연돼서는 안된다는 노파심 어린 답변이다.

4·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에 힘이 붙었다. 박 대표는 자만하지 않겠다고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호재'로 그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바짝 추격하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악재로 수세국면에 있고,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이해찬 총리와 맞붙어 판정승을 거뒀지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 대표의 자신감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박 대표는 대권 출마와 관련 "여자라서 왜 안되냐"며 의지를 보였다. 이전의 '좋은 후보가 나오면 밀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나아갔다.

'대선 후보로 다른 사람을 밀수도 있나'라는 질문에 박 대표는 "경선을 해서 안된 사람은 승복하고 힘을 합쳐서 한나라당 승리를 위해 노력하면 된다"며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 선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년 4대 법안 정국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등을 돌린 소장파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비관론이 더 위험하다"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소장파의 리더이자 당 서열 2위인 원희룡 의원을 향해서는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라고 비난하며 자신의 정치적 우군인 박사모의 편을 들었다.

"아직은 휘발성 대세론이지만..."

박 대표의 자신감이 상승작용을 하는 반면 재보선 승리에 '자만'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수세적인 단계다. 소장파를 대표하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박 대표를 피해 우회로인 박사모를 공격하고 있지만 팬클럽에 불과한 박사모와 전쟁을 벌여 대체 뭘 얻겠다는 거냐는 힐난도 나온다. 남 의원은 '박근혜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한나라당의 혁명적 변화를 주장했지만 "소장파가 주장하는 혁명은 뭐냐"는 냉소가 되돌아 왔다.

한나라당의 대선 연패를 경험한 한 당직자는 더럭 겁부터 냈다. 박근혜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가는 것에 대한 우려다.

"한나라당은 한 인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 대세론이 한나라당을 승하게도 했다가 망하게도 했다. 지금 한나라당 분위기는 마치 박 대표를 비판하면 '어디 감히…'라는 전류가 흐르고 있다. 문제는 견제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겹다. 또 두렵다. '창' 시절에 그토록 줄을 서지 않았나."

견제세력 부재는 소장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친박'과 '반박'이라고 해봤자 10명 안팎. 다수는 중도·관망하는 쪽이다. 재선, 3선이 이끌고 있는 소장파들이 왜 이들을 조직화하지 못하고 여전히 '미디어 정치'에만 의존하고 있냐는 지적이다. 박 대표를 향해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다고 비판하지만 자신들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시화된 박근혜 대세론은 감지되지 않는다. 기류의 수준이다. 중도그룹의 리더격인 한 의원은 "재보선 승리에 기반한 '휘발성 대세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조바심을 냈다. "앞으로 이렇다할 정치 일정이 없다"며 "이대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갈 수 있다"고 말해 대세론의 기정사실화를 우려했다.

'빅3'를 '빅4'의 단계로 확장시켜야 하는 강재섭 원내대표측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당 결속'이라는 명분으로 말을 아끼며 관망하고 있지만 활로를 찾지 못하는 데 대한 조바심이 감지된다.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원희룡 의원. 원 의원은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과거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내용으로 어떤 형식으로 사과를 했냐"며 "과거사에 대한 확고한 자기 인식이 있다면 수백번, 수천번이라도 반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원희룡 의원. 원 의원은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과거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내용으로 어떤 형식으로 사과를 했냐"며 "과거사에 대한 확고한 자기 인식이 있다면 수백번, 수천번이라도 반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과거사 정국을 어떻게 맞을텐가

반면 '박근혜 한계론'의 실체는 선명하다. 친박, 반박을 막론하고 박 대표의 콘텐츠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대동소이하다. 특히 실적 위주의 이명박 시장측에서 자신하는 대목이다. 이 시장측의 한 인사는 박 대표 지지의 핵심은 '감성'이라며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에 대한 향수, 독신여성에 대한 신비감, 부모의 비명횡사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지지율을 부축이고 있다"고 평했다. 모래성 같은 지지도라는 것.

단적으로 박 대표의 지지도는 선거국면을 제외하고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했다. 박 대표는 직무수행 평가는 작년 총선 이후 70%대로 치솟았다가 내리 하락세를 이어가던 중 재보선을 계기로 다시 60%대에 진입했다. 남경필 의원의 표현대로 선거국면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박 대표의 '재래시장정치'가 통하지만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평시에는 약하다는 결론이다. 남 의원은 이 점을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박 대표가 스스로 고민하고 생산한 선진화 전략이 뭔지 듣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결정적인 복병은 역시 과거사다. 소장파측에서는 당내 '과거사특위'를 꾸려 한나라당의 전신정당들과 유신 과오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공세적인 대응을 당 지도부에 주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자기를 버려야 얻을 수 있는데 박 대표는 자기를 지키려 한다"며 한계를 긋는 편에 섰다.

원희룡 의원은 5·18 기념일을 앞두고 KBS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 출연해 "박 대표는 과거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내용으로 어떤 형식으로 사과를 했냐"며 "과거사에 대한 확고한 자기 인식이 있다면 수백번, 수천번이라도 반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의 '핵'인 3공 과거사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아직 한발짝도 떼지 못했다. 부모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청와대 시절 한가로운 한때' 사진을 올리는 등 부친의 그림자는 아직 박 대표 주변을 맴돌고 있다. 측근들 역시 그런 박 대표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 당사에서 지도부가 나란히 4·30 재보선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도중 드라마 <제5공화국>이 나오자 김무성 사무총장은 황급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게 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한 당직자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 드라마 좀 본다고 하면 어떤가"라며 "만화 <박정희>까지 나오는 마당에 당의 대책은 전무한 형편"이라고 푸념했다.

박 대표는 5.18 기념식 참석에 이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다시 '외치'에 나선다. 정치 하한기, 박근혜 견제세력은 당 혁신위 작업이 마무리 되는 6월 중순 중간평가를 모종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된다' vs '이대로 가면 안된다' 즉, 정권 창출 낙관론과 비관론이 어떤 양상으로 맞붙게 될지 주목된다.

4.30 재보선을 사흘앞둔 지난달 27일 영천장터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불리하다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남경필 의원은 `선거국면에서는 박 대표의 '재래시장정치'가 통하지만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평시에는 약하다`고 꼬집었다.
4.30 재보선을 사흘앞둔 지난달 27일 영천장터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불리하다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남경필 의원은 `선거국면에서는 박 대표의 '재래시장정치'가 통하지만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평시에는 약하다`고 꼬집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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