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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고정미

"정상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철도공사(옛 철도청)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투자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의 박한철 3차장검사의 뼈있는 한마디다. 그가 이번 사건 수사를 착수한지 1개월이 지난 16일 오후 기자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검찰은 17일 현재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구속 수감 중)이 이번 유전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정황을 확인했다. 또 청와대와 산업자원부가 철도공사의 유전개발사업을 인지했다는 단서를 포착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면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대 관심사인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정치권 외압' 여부에 대해서는 일주일 가까이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구속된 김 전 차관이 계속해서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

이로 인해 검찰은 애초 이번 주중에 불러 조사하려고 했던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소환 시기를 1주일 가량 늦춰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일 수사의 "70%를 넘어섰다"고 선언했고, 지난주 "김세호는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천명한 뒤에도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결국 아직까지 정치권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검찰이 밝혀낸 의혹들은 무엇이며, 검찰이 감지하고 있는 '정상'에는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유전 비리' 수사 한달, 검찰이 걷어낸 의혹들은?

검찰은 지난 한달여 동안 감사원에서 수사 의뢰한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과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 김 전 차관 등을 구속 수사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안개에 쌓여 있던 유전개발사업의 의혹들이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왕 본부장이 지난해 8월 말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의 김경식 행정관에게 유전사업과 관련한 보고를 했고, 같은 해 9월 중순에는 당시 철도청장 직무대행이었던 신 전 사장과 김세호 당시 건교부 차관이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관련사안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번 사업이 대통령 러시아방문에 맞춰 추진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철도공사의 보고가 이뤄진 시점이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바로 전인 8월 말∼9월 중순경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 사업이 단순히 민간업자들에 의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제 검찰에겐 '왜 철도공사가 고유 업무영역이 아닌 유전사업에 참여했는지', '불과 2달여 만에 사업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지원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 정치권 인사는 누구인지' 또 '청와대와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파악했고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등을 밝혀내는 일만 남았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검찰,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 '입'에 주목... 그러나 김 전 차관은 '묵묵부답'

검찰은 이번 사건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광재 의원의 개입의혹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짙은 안개' 속에 빠졌다. 바로 구속된 김세호 전 차관이 입을 굳게 다물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

'정상'을 눈앞에 둔 검찰로서는 김 전 차관 주변에 둘러싸인 '안개'를 걷어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의 '외압'이나 '입김'이 철도공사에 전달됐다면 김 전 차관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검찰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김 전 차관이 지난해 8월 31일 왕 본부장에게 청와대 보고를 지시했고, 9월에는 이 산자부 장관에게 유전개발사업 관련 협조를 요청한 정황까지 파악한 상태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나는 유전사업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유전비리 정상' 이광재 의원 소환 조사 언제쯤?

검찰은 이광재 의원의 소환이 이번 주중에 이뤄질 것으로 시사해왔다. 그러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초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소환일정을 늦추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이르면 다음 주중에 이 의원을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검찰은 이 의원의 주변인사에 대한 수사에서 지아무개씨가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이 의원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단서를 발견하거나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이 의원이 전씨와 허씨(인도네시아 도피 중)를 만나게 해준 것 이상으로 이번 유전개발사업에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김 전 차관의 수사협조가 절실한 이유도 그가 이 의원에 대한 해결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검찰은 이와 함께 이 의원을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물증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박한철 차장검사는 김 전 차관의 수사와 관련해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일본 무사가 '때려서 이기려하지 말고 이겨서 때리라'고 했듯이 조잡한 기술을 이용하기보다 마음을 제압해 진술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는 이 의원의 소환을 늦추는 것과 관련해 "변명을 듣고자 부르는 것이 아니다"며 "(기초자료) 조사를 더 해보고 (소환시기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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