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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남쪽 출입사무소에서 출경수속을 밟고 있는 금강산 관광객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남쪽 출입사무소에서 출경수속을 밟고 있는 금강산 관광객들 ⓒ 석희열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교육문화공간 '향', 통일연대 학술특별위원회는 13일 오후 서울 정동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연 '우리민족의 진로와 금강산이 여는 길'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해방 60돌을 맞아 역사를 복원하는 일에 남북이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동해온 반공·친미주의에 의해 역사적 진실이 가려지고 왜곡돼 왔다"고 지적하고 "정확한 사료(史料)에 의한 역사적 사실을 민족이 공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영건 통일연대 학술특별위원장은 "우리는 그동안 외세의 개입과 분단이라는 특수한 정치상황에 놓여 역사에 대한 실증적 이해가 부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위원장은 "역사라는 것은 정확한 사료를 가지고 후세 사가들이 조사 탐구한 다음 평가해야지 기득권을 가진 지배계급의 잘못된 사관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며 "지난 반세기 동안 수구 기득권층의 반공논리에 의해 저질러온 역사적 진실 감추기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위원장은 해방후 50년 동안의 반공교육을 "역사의 암흑시대"라고 규정하고 "암흑시대를 넘어 역사의 진실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민족 내부에 기생하며 민족의 정체성에 주름을 배태하고 있는 사대주의를 말끔히 청소하는 일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남북이 금강산에서 만나 역사적 진실 복원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13일 오후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정확한 사료에 의한 실증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3일 오후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정확한 사료에 의한 실증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교육문화공간 '향'
이어 토론에 나선 박순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제국주의적이고 침략주의적인 근대화의 민족개념으로는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역사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외세와 반공권력에 의해 뒤틀린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민중의 시각에서 민족을 바라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명예교수는 "60년대 일부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캐피탈리즘(초국적 자본주의)으로 사상체계를 변질시켜 오면서 민중을 우민화했다"고 지적하고 "이들은 마침내 거대담론을 거부하는 민족해체론과 역사해체론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며 민족 회의론자들의 역사 허무주의를 경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사료의 부재에 따른 역사교육의 어려움에 대한 학교 현장 교사들의 생생한 증언들도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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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통일교육 학습장으로"

현원일 문래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외세가 어디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미국이라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당장 외세를 극복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며 "더욱이 현재의 북미 관계의 본질이 해방 이후부터 지속돼 왔던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 교사는 "지금의 외세는 미국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민족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을 극복할 실천적 과제를 고민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학교 현장 교사들이 이제는 미국에 대해 할말은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도 "우리나라 통일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다 보니 정확한 역사적 사실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보완하거나 보충설명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야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현실적으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교사들조차도 사료가 부족해 정확한 역사적 진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료를 찾아내는 일에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한편 역사교육 시간을 늘려 학교를 통해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산 별망초등학교 정인숙 교사는 "36년간 조선을 억압하고 지배해온 일본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이면서도 북에 대해서는 철천지 원수로 생각하는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그동안 사실을 왜곡하고 우리 교육을 질식시켜온 반공주의의 지나친 역사 허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시민단체 주최로 12월까지 매달 한차례씩 열리는 '민족의 진로와 금강산이 여는 길' 연속 토론회 5번째 일정은 오는 8월 18일부터 2박3일 동안 금강산에서 민족교육 토론기행 형식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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