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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불러왔고 이제는 서서히 잠도 밀려올 시간이었다. 이 때쯤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낮잠을 자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 안에 있던 어르신들은 고개를 떨구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더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눴고, 또 못 다한 노랫가락을 구수하게 뽑고 있었다. 여행이란 그래서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신나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가평을 지나 남이섬 주차장에 다다르고 나서야 그 신바람은 멈출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줄을 지어 배에 올라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남이섬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사람들 발길에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남이섬 둘레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모든 곳들을 둘러보기에는 어르신들 힘이 처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도우미로 따라 나섰던 젊은 분들이 중간 중간에 어르신들 팔을 붙잡고 뒤따라 걸어야 했다. 그래서 너른 잔디밭을 걷기도 했고, 또 배용준과 최지우가 사랑을 속삭였다던 그 길쭉한 소나무 숲길도 걸었다.
그 모든 곳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들풀도 잘 자라고 있었고 소나무들도 우거져 있었다. 기찻길도 나름대로 뜻 깊었고 멀리 보이는 수상 보트도 정말 시원했다. 그래도 가장 즐겁고 재미있던 시간은 그 너른 잔디밭에 둘러 앉아 춤사위를 날렸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모두들 차례로 돌아가며 한 곡 한 곡 뽑았는데, 오던 길에 불렀던 노래솜씨와는 또 달랐다.
그 가운데 칠순을 바라보는 두 부부가 손을 붙잡고 춤을 추는 모습은 가장 멋졌다. 할머니는 중풍을 맞아 절뚝절뚝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와 호흡을 맞추는 그 모습은 가히 새색시 같았다. 그게 시샘 났던지 도우미로 따라나섰던 오십대 젊은 부부 한 쌍도 멋진 블루스를 추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 나이 많은 어르신과 도우미 모두가 한 자리에 일어서서 어깨를 들썩였다. 모두들 노랫가락에 맞춰 춤사위를 올려댔던 것이다. 이미자 노래도 나오고 심수봉 노래도 나오고 또 육자배기 한 가락도 뽑아져 나왔다.
그토록 흥겨운 시간들은 오후 4시를 넘어서야 끝날 수 있었다. 더 지내고 싶었고,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그리고 밤까지 지새워가면서 아직도 청춘이고 싶었지만, 자식들 걱정에 모두들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목은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 같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 입에서 정말로 좋았다는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면, '겨울연가'로 널리 알려진 남이섬은 젊은 연인들만의 섬이 아니라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못다 한 청춘을 즐기기에는 얼마든지 충분한 섬인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