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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동체 FM 스튜디오
성서공동체 FM 스튜디오 ⓒ 허미옥
5월 9일 낮 12시. 89.1MHz, 이주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자치방송, 성서공동체 FM(이사장 정수경)에서 드디어 시험 전파를 쐈다. 대구광역시 달서구 신당동 성서빌딩 5층에 자리잡은 성서공동체 FM 관계자들은 '야호' 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보통 시험방송이라고 하면, 음악 위주로 출력 등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성서공동체 FM의 경우 벌써 몇몇 프로그램을 제작, 그 내용으로 시험방송을 하고 있었다.

2005년 6월 개국을 앞두고 마지막 마무리 준비가 한창인 성서공동체 FM을 9일 오후 2시에 찾았다.

스튜디오에서는 'DJ가 없는 음악방송-음악여행'을 위해 선곡 작업과 함께 컴퓨터 입력 작업을 하고 있었고, 라디오 채널을 89.1Mhz에 고정시킨 채 송출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편에서는 '야~ 3시다 신나는 라디오' 프로그램 담당 PD와 MC간에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여러 가지 문의사항 및 축하를 알리는 전화벨이 연신 울리고 있었다.

99% 여성으로 운영되는 '언니네 방송'

ⓒ 허미옥
성서공동체 FM은 100% 자원활동가들이 제작할 뿐만 아니라 기술국장 1인을 제외하고 전 구성원이 여성이다.

이에 대해 '신나는 라디오'를 담당하고 있는 최경화 PD는 "성서 공동체 FM은 흔히들 '언니네 방송'이라고 한다"라며 "여자들이 모여서 일을 하기 때문에 섬세한 것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방송국 운영과 관련된 모든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며 그 장점을 밝혔다.

한편 성서공동체 FM은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와 30만 성서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주파수를 맞추자'에는 ▲노동자 이야기 ▲내 친구 후세인 ▲노동자의 작은 권리 찾기 등이 편성되어 있다.

또한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방송인 '야! 3시다, 신나는 라디오'에는 ▲성서지역 모든 소식을 종합한 '성서 네트워크' ▲앗싸, 신나는 노래방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턱이 없는 세상' ▲성서공동체 칼럼 등으로 구성했고, 시민단체와 성서지역 6개 고등학교 방송반이 참석하는 프로그램, NGO 통신, 매체돋보기와 '날라리와 범생이' 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외에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는 '나도 DJ' 코너로, 방송진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이 두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성서공동체 FM에서 제작하는데 가장 땀을 많이 흘리는 코너는 '아시아 주간뉴스', '어떻게 하우?', '블랑카 한국말 잘해요' 등이다. 이 모든 내용은 매주 스리랑카,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언어로 바꾸어서 방송한다.

성서공동체 FM 정수경 이사장은 "지난 4월 14일 경북체신청으로부터 소출력 FM라디오 시범사업자로 허가를 받았다"라며 "30여명의 자원활동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6월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간에 의견이 조절되지 않아 방송국이 아니라 실용화 시험국으로 허가가 났지만, 지상파 방송으로 허가받는 절차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소출력 라디오방송은 FM 주파수(88~108㎒) 대역에서 1와트(5KM) 수준의 작은 출력을 이용하여 제한된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지역밀착형 동네방송으로 기존의 라디오와는 달리 비영리로 운영하게 된다.

현재는 실용화 시험국 즉 정규방송을 하기 전에 지정된 주파수에 대해 전파장애 여부를 시험하는 것으로, 일정기간 시험방송이 끝나면 방송국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성서공동체 FM 홈페이지 : http://www.scnfm.or.kr/)

"집 안의 크고 작은 일, 개인사가 모두 특종!!"
[인터뷰]'야! 3시다. 신나는 라디오' 최경화 PD

▲ 왼쪽이 최경화 PD
- 공중파방송에서 오랜 기간 작가 생활을 했는데, 공중파 방송과 성서공동체 FM의 차이점은?
"일단 성서공동체 FM의 자원활동가와 관계자 99%가 여성이다. 기술국장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방송국을 운영하는 데 큰 장점이다. 방송국 운영이나 아이템과 관련된 의견을 제안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편할 뿐만 아니라 매우 꼼꼼하게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조직 분위기가 권위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이다. 이사장님 본인이 스스로 '자원활동가'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작업환경이 매우 역동적일뿐만 아니라 추진력도 훨씬 강하다."

- 자원활동으로 매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힘들 텐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 그것은 '보람'이다. 일반적으로 후원이라고 하면 일정정도 회비를 내거나, 기부금을 제공하는 형식일 것이다. 하지만 성서공동체 FM에서 많은 자원활동가와 함께 하고, 성서주민들과 이주노동자, 한국인 노동자를 위해 방송을 제작한다고 하니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 '야! 3시다. 신나는 라디오'에는 어떤 코너들이 있나?
"공중파 방송에서 특종은 뭔가 큰 뉴스 소스를 생각하지만, 성서공동체 FM의 특종은 집안일이나 개인의 일상자체다. 일단 성서공동체를 탐방하는 코너와 장애인코너인 '턱이 없는 세상'이 있다. '턱이 없는 세상 에서는 매달 1회씩 장애인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함께 한다.

주민확대경에는 성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요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며, '날라리와 범생이' 코너에는 지역 6개 고등학교 방송반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그리고 지역에 있는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성서공동체 칼럼'도 마련되어 있다." / 허미옥 기자


"여고시절 꿈, 40대에 이루었습니다"
[인터뷰]'야! 3시다. 신나는 라디오' 구미경 MC

▲ 앞쪽이 구미경 MC
여고시절, 교내 방송반 꿈을 키웠던 구미경씨, 하지만 '공부도 못하면서 무슨 방송?'이라는 담당 교사의 한마디에 그 꿈을 접어야 했다. 40대 중반이 된 2005년에서야, 구미경씨의 꿈은 실현되었다.

- 억양이 대구사람 같지는 않은데?
"어린시절 서울에서 오래 살았다. 중3 때 영천으로 이사 왔고, 고등학교는 기차로 대구까지 통학했다."

- 고등학교 시절, 교내 방송에 지원했다고 하던데?
"서울에서 이사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친구도 없고 해서 학교생활 자체가 다소 무료했다. 어느 날 교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방송을 듣고 '나도 해봐야지'라면서 방송국을 찾았다. 당시 담당교사는 '공부도 못하면서…'라는 이야기를 했고, 그때부터 '방송이란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꿈을 접어야 했다."

- 스튜디오에서 음악이 나갈 때, 주로 무엇을 하는가?
"스튜디오에 'ON AIR'라는 붉은 불이 들어오면, 긴장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하지만 음악이 나갈 때는 그 리듬에 맞춰 춤도 추고, 스튜디오에 있는 각종 기계의 먼지도 닦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 연습기간 중 재미있는 일도 많았을 텐데?
"공동체 라디오와 관련해서 많은 방송국에서 촬영도 왔었고, 스튜디오 장면 등 여러 컷을 찍어갔다. 그런 날이면,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자랑한다. 언제 언제 방송에 나온다고….

하지만 1시간 가량 촬영한 화면에서 나의 위치는 '지나가는 행인 1' 정도만 나오더라. 그래서 남편은 'MC 한다더니, 계단 청소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책한다. 그래서 나의 별명은 '계단청소부 구미경'이다.(웃음)" / 허미옥 기자

덧붙이는 글 |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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