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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통화가 가능한 WCDMA폰으로 통화를 하는 모습.(SK텔레콤 제공)
화상통화가 가능한 WCDMA폰으로 통화를 하는 모습.(SK텔레콤 제공)
"WCDMA폰 찾는 사람 첨 봤네. 찾는 사람이 없어서 아직 물건도 안갖다 놨는데…"

서울 용산 민자역사에 위치한 전자전문 쇼핑몰 '스페이스9'의 한 휴대전화 매장. 비동기 아이엠티-2000(WCDMA) 방식의 휴대폰이 있느냐고 묻자 주인에게서는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WCDMA폰 찾는 사람 처음" 반응 싸늘

비단 이 매장 뿐이 아니었다. SK텔레콤이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가입자 유치를 시작했다는 'WCDMA 폰'은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이 각 매장 직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위성DMB폰은 좀 비싼데도 하루에 몇 개씩 파는데 WCDMA폰은 찾는 사람이 없어요. SK텔레콤이 광고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화상통화 말고는 기존 휴대폰하고 다른 점도 별로 없어서 주목 받을 이유가 없죠"

건너편 매장으로 가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WCDMA폰은 없다며 다른 휴대전화를 살 것을 강권했다.

"WCDMA폰 사봐야 상대방이 같은 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화상통화 못해. 60만원 넘게 주고 WCDMA폰 사느니 차라리 사양 좋은 휴대폰 하나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SK텔레콤이 80만원이 넘는 WCDMA폰에 2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급, 가격을 60만원대로 인하하고 통화요금을 할인해 주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시장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기만 했다.

WCDMA 2000년만 해도 '꿈의 이동통신'으로 기대

서울 용산 민자역사에 위치한 전자 전문 쇼핑몰 '스페이스9'에서 WCDMA폰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서울 용산 민자역사에 위치한 전자 전문 쇼핑몰 '스페이스9'에서 WCDMA폰은 찾아 볼 수 없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훈
WCDMA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다. 최대 380킬로비피에스(K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아 영화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 때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지난 2000년 사업자 선정 당시 치열한 경쟁 끝에 SK텔레콤과 KTF가 사업권을 따냈고 탈락한 LG텔레콤은 그때만 해도 큰 시련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1조3000억원의 출연금을 내고도 불투명한 시장전망 때문에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이 때부터 '꿈의 이동통신'은 서서히 '찬밥' 신세가 되어갔다.

정보통신부의 닦달이 이어지자 두 업체는 사업허가 조건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 통신망을 구축하고 2003년 말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긴 했다. 하지만 가입자를 모집하지는 않았다. 기존의 CDMA망과 WCDMA망 모두에서 끊김없이 통화를 할 수 있는 단말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현재 WCDMA 가입자는 양사 모두를 합쳐도 1000여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양사 직원을 뺀 순수 유료가입자는 두 자리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들 사업자는 정보통신부로부터 그동안의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기존의 시디엠에이(CDMA)망과 WCDMA망 모두에서 끊김없이 통화할 수 있는 단말기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기존 음성통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이동전화 매출의 성장세가 꺾이자 매출 비중이 날로 높아가는 데이터 통신 중심의 WCDMA 서비스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미 유럽,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도 WCDMA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2~3년내 각 통신사업자들의 주력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가입자 유치에 시동을 건 SK텔레콤은 하반기에는 단말기 종류를 3개까지 늘리고 올해 안에 20만 가입자를 모을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KTF도 다음달 WCDMA폰을 출시하고 연말까지 5만 가입자를 모으기로 했다.

SKT, KTF 25만 가입자 모일까

그러나 WCDMA가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WCDMA 서비스가 지금의 CDMA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하는 화상통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비싼 요금도 소비자들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스페이스9을 찾았다는 회사원 서건용(31)씨는 "화상통화는 인터넷 메신저나 인터넷 전화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비싼 요금 물어가면서 굳이 휴대전화로 화상통화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대학생 김석종(23)씨는 "화상통화를 하게되면 상대방에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뭐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지 않아도 들키게 돼 오히려 더 거부감이 든다"며 "이제는 휴대전화 통화 한통 하려고 '꽃단장' 해야하는 시대가 오느냐"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된 서비스 없어... WCDMA 꽃 피울까

빠른 전송속도를 바탕으로 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기존의 '준', '핌'과 비교해 크게 나은 점도 없다. 게다가 가장 핵심이 되는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

SK텔레콤 관계자는 "가장 강점이 되어야할 데이터 서비스가 아직은 기존 서비스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라 (WCDMA를)띄워 보려고 하는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KTF 관계자도 "화상통화만 가지고는 WCDMA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발굴이 사업자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특히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이미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이동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내년 상반기 상용 서비스가 예정돼 있는 '와이브로'(이동 중에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다. 소비자들의 통신비 지출이 무한히 늘어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서비스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서로의 수요를 잠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더구나 이동통신 기술의 진화가 예상보다 빨라져 3세대 서비스로 분류되는 WCDMA에 이어 3.5세대 서비스도 조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과연 WCDMA가 활짝 꽃피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내년 초쯤에는 화상통화는 물론 WCDMA보다 4~5배 가량 다운로드 속도가 빠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가, 내후년에는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는 HSUPA(고속상향패킷접속)가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동통신사들도 올해 HSDPA투자를 본격화 하고 있으며 휴대폰 제조사들도 시장성이 없는 WCDMA 휴대전화 개발보다는 HSDPA 휴대전화 개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내년 WCDMA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HSDPA가 등장한다면 WCDMA는 징검다리 역할에 그치고 짧은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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