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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감은사지에서 가졌던 달빛기행 중 작은음악회 모습. 유적에서의 음악회는 그 고즈넉함을 더해준다.
지난 4월 23일 감은사지에서 가졌던 달빛기행 중 작은음악회 모습. 유적에서의 음악회는 그 고즈넉함을 더해준다. ⓒ 권미강
달의 고장 경주에서 달빛기행을 한다는 것은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환한 보름달을 따라 한 발 한 발 걸음을 걷다보면 어느새 눈앞에 서 있는 유적들.

신라의 속살을 보는 것처럼 눈부시다. 그 눈부심은 어느새 신라인의 목소리가 되어 나긋나긋 유적의 유래를 설명해준다. 머리 위에서는 달 부스러기들이 반짝 반짝 윤을 내고 월명대사의 피리 소리가 귓가를 적신다.

신라의 달밤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기분들을 한 번쯤은 느꼈으리라.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즈넉이 달밤을 즐기는 일이란 진정 가슴 떨리는 경험이리라.

거기에 천년 세월의 신라를 만나고 신라인들이 복을 빌었을 절터를 걷고 석공의 혼이 담긴 탑을 본다는 것은 복잡했던 가슴을 쓸어내리는 삶의 카타르시스다. 경주에 가면 그 중심에서 신라이야기를 풀어주고 달빛기행의 의미를 심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신라마을' 사람들이다.

달빛기행은 경주의 새로운 문화관광의 묘미로 자리 잡힌 지 오래다. 경주지역의 많은 문화단체들이 각자의 노하우와 다른 모습으로 달빛기행의 묘미를 찾아 신라와 경주의 매력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신라마을'도 그 중의 하나다. 3대가 살지 않았다면 경주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경주에서 신라마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원주민인 경주토박이로 불린다.

바로 신라문화학교를 운영하는 이홍렬(40)씨와 ‘신라방’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손수협(40)씨씨. 이들은 동갑내기이자 어릴 때부터 신라문화에 푹 빠져 지낸 경주원주민들로 진정한 신라인인 고청(古靑) 윤경렬 선생(99년 타계)의 제자들이다.

이씨는 박물관 학교에서 손씨는 불교학생회를 통해 경주의 곳곳을 다니며 신라인으로서의 꿈을 키워왔지만 그 애정의 강도만큼은 서로에게 지지 않는다.

다양한 체험은 경주를 찾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다양한 체험은 경주를 찾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 신라마을 제공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건 1995년이었다. 이후 1998년 선배동료들과 함께 답사여행사격인 ‘신라사람들’을 만들어 본격적인 문화해설사로 나섰다.

손씨가 기획을 맡고 이씨가 가이드를 하면서 틀에 박힌 수학여행의 형식을 바꿔나갔다. 당시만 해도 경주에서의 수학여행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유적들만 ‘휭’ 하니 둘러보고 가는 정도에 불과해서 기념사진에서나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뿐 경주의 역사성 등을 알 수 있는 살아있는 수학여행이 아니었다.

이들은 경주토박이이자 신라인으로서 제대로 된 ‘경주알리기’에 주력했다. 문화감상법에 대한 강의와 체험학습, 테마답사 등의 프로그램으로 수학여행을 진행했으며 학생들이 우리 역사와 신라에 대해 이해를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유적지를 돌며 목이 쉴 때까지 설명했다.

2002년 ‘신라사람들’에서 독립해 지금의 자리에서 여전히 신라문화를 전하고 있는 이들이 올해 '신라마을'을 통해 다시 재결합한 것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 상설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다 풀어낼 생각이다.

기존의 그것들처럼 탁본과 궁도, 굴렁쇠, 투호, 제기 등 체험하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자신이 직접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발굴을 해보는 형태의 ‘토기발굴’ 체험프로그램을 새롭게 마련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할 계획이다.

땅을 파면서 깨진 토기를 발견할 때의 경험은 문화의 진화를 직접 체험한다는 기쁨을 안겨 주고 이런 것이 진정한 문화체험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다.

신라금관을 만들어보고 기뻐하는 어린이들(가운데가 손수협씨다)
신라금관을 만들어보고 기뻐하는 어린이들(가운데가 손수협씨다) ⓒ 신라마을 제공
이씨는 말한다. “역사는 모르면 죽는 것이며 자신이 알면 역사는 살아나는 것”이라고. 묻혀 있던 토기를 파냄으로써 역사를 살려낸 것이며 자신이 바로 그 역사가 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체험을 통해 심어주고 싶다는 '신라마을' 사람들은 매월 1회의 문화답사와 달빛기행을 통해 신라를 알고 경주를 찾는 모두에게 자신이 역사의 중심으로 바로 설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보다 신라적인 아름다움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달빛기행 중 대금소리를 듣고 기타와 신디사이저 음악을 조화시키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작은 음악회도 마련해 달밤의 추억까지 덤으로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 5월 초 문을 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안에서의 체험마당과 다음 달빛기행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5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 
달빛기행 문의는 신라마을 (054-777-7705)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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