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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문학사
17년간의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를 다룬 <하나님의 보트>.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이전에 보여주었던 사랑의 방식에서 좀더 열정적이면서도 순애보를 가미해 색다른 느낌을 실었다.

이 작품은 노란색 표지처럼 노란 빛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채화적인 문체와 아기자기한 맛은 여전히 작품 내에서 빛을 발하고 있지만 좀더 조용하면서도 은근한 광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기존 에쿠니에게 열광했던 다수 마니아 층이 서서히 식상하게 느끼게 될 쯤 이 책을 접한다면 그녀에 대한 사랑을 변함없이 간직할 듯.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충분히 독자들로 하여금 '아 저런 일이 있다니!' 하면서도 주인공과 오버랩을 시키며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것이다.

주인공은 단 둘. 엄마 요코와 그녀의 두 번째 보물인 딸 소코. 사랑의 광기라고 표현하는 감정에 사로잡혀 17년 가까이 일본의 이곳 저곳을 이사하며, 정착하지 못하고, 익숙해지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두 모녀의 이야기다.

두 모녀의 이야기가 차례로 번갈아 가면서 화자의 시점이 바뀌며 진행이 되는데, 이 소설에서 엄마는 자신의 나이 두 배는 되는 사람과 첫 결혼을 하고 우연히 만난 자기 또래의 유부남과 사랑을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라고 믿은 그 사랑의 결실이 바로… 딸.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이다. 엄마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이해할 수 없는 현실적인 딸과의 보이지 않는 마찰. 그러면서 결국 딸을 마냥 저버릴 수 없는 엄마.

"나는 그 사람이 없는 장소에는 익숙해질 수 없어. 하느님의 보트를 타버렸기 때문에..."옛날에 엄마는 뼈가 녹아버릴 듯한 사랑을 했고, 그 결과로 내가 태어났다. "나의 보물은 세가지. 피아노, 그사람, 그리고 너란다, 소코."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사라진 아빠를 기다리며 엄마와 나는 이사를 되풀이한다. 사랑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어머니 요코와 그 곁에서 성장해 가는 딸 소코의 끝없는 여행이야기.
-책표지에서


이야기의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시점이 교차되면서 서로의 입장과 생각들이 이야기로 전개되면서 좀 더 쉽게 독자들이 책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당신이 어디에 있든, 꼭 찾을거야'라는 아빠의 말을 믿고, 평생을 한 남자만을 수백번 수천번 떠올리며, 사랑하며, 정신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엄마. 질릴 법도 한데 매번 그곳에서 더 한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엄마 요코. 그런 엄마를 보며 나이보다 일찍 철이 들어버린 귀여운 딸 소코.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가 사랑하는 얼굴조차 모르는 아빠를 기억하려 애쓰는 딸 소코의 행동에서 두 모녀의 애틋한 정이 느껴지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훌륭한 교훈까지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조용한 이야기지만 광기(狂氣)를 다룬 작품이다. 지금까지 내가 쓴 작품 중에서 가장 위험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에쿠니는 정적이면서도 사랑에 대한 집착, 엄마와 딸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도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건 바로 에쿠니만의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 동시대에 많기 때문이며, 그것을 잘 잡아내고 있는 에쿠니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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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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