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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할머니 행복하세요" 정금 효(孝) 한마당 잔치
ⓒ 박도
오월은 '계절의 여왕'

오월은 만물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달이다. 일 년 중,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가장 활동하기에 좋은 달이다. 그래서 흔히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정의 달'로, 한 달 내내 숱한 행사들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모시는 글

잔디밭에서 앙금앙금
기어 다니던 봄바람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를 탑니다.

오월의 신록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처럼
눈부신 웃음이 켜켜이 기다립니다.

그 옛날 소년소녀로 돌아가
개나리처럼 노랗게
진달래처럼 발갛게 활짝 웃는 자리!

정금 효(孝) 한마당 잔치에 초대합니다.

2005. 5.
정금초등학교장 박연화


▲ 효 한마당 잔치가 벌이진 정금초등학교
ⓒ 박도
어제(5월 3일) 이웃마을인 우천면 정금초등학교에서 벌이는 효 한마당 잔치에 초대를 받고 달려갔다. 요즘은 시골에도 차들이 많아서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승용차로 오셨지만 더러는 걸어오시는 분도, 경운기를 타고 오시는 분도 있었다.

▲ 경운기를 타고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 박도
1934년에 개교한 정금초등학교는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지만, 이제는 전교생이 34명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학교다.

전교생 34명 가운데는 29명만 초등학생이고 나머지는 다섯 어린이는 유치부다.(1학년 6명, 2학년 9명, 3학년 3명, 4학년 5명, 5학년 6명, 6학년 없음)

이 학교 12회 졸업생이라는 이계범(68) 정금 민속보존회장은 지난날에는 전교생이 보통 300명 안팎이었고, 최대 700명에 이르기도 하였다는데, 급격한 이농 현상으로 이제는 전교생이 29명으로 줄어버렸다고 매우 가슴 아파하셨다.

흐뭇한 하루

이 날 34명의 어린 학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하여 준비한 효 잔치 한마당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축제였다. 이 날을 위해 전교 어린이들이 여러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한 달 남짓 준비하였다는데, 이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니까 주연 조연 단역이 따로 없는 학생 모두가 주연인 점이 특이했다.

▲ 전교생이 펼치는 사물놀이 한마당
ⓒ 박도
모두 16가지 프로그램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즐겁게 하였는데, 한 프로그램을 한 학년이 맡기도 하고, 2~3개 학년이 공동으로 맡기도 하고, 전교생이 모두 맡아서 전원이 출연하기도 하였다.

사물놀이, 무용, 줄넘기, 율동, 수화, 무언극, 포크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즐겁게 하였는데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것은 무언극 심청전으로, 심청이 왕비가 되어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는 장면이었다.

▲ 손자손녀들의 재롱에 함박웃음을 짓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 박도
이날 행사에는 지역사회의 1백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셔서 손자소녀들의 재롱에 넋을 잃고 하루를 즐겼는데, 그동안 자녀 키우는 노고를 한 순간에 다 씻은 듯이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셨다.

줄곧 사회를 본 송인경(5), 손동국(5) 두 어린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기뻐하시니까 더 없이 기분이 좋고 가슴 뿌듯하다면서, 내년에도 이와 같은 잔치를 마련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행사 뒤풀이로 정성껏 점심까지 마련하여 푸짐하게 오신 손님을 접대하기도 하였다.

▲ 박연화 정금초등학교장
ⓒ 박도
박연화(56) 교장은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길러주고 지역사회의 어른들을 공경하는 경로효친 사상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하였다"고 하시면서 "학생만 보내주시면 성심성의를 다하여 알뜰히 지도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

아울러 아직도 이농현상으로 점점 학생들이 줄어드는 오늘의 농촌 현실을 아파하면서 "훌륭하고 유능한 선생님들이 전교생을 한 가족으로 빈틈없는 지도를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이제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오히려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효 한마당 잔치가 끝난 뒤 학교를 두루 살펴보았다. 학생 감소와 학급 감축으로 드넓은 학교에는 과학실, 컴퓨터실, 예체능실, 급식실 등 넓은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1학년 교실에는 6명의 학생과 담임선생님이 함께 공부하는 모습이 더없이 정겹게 보였다.

더 없이 청명한 날씨보다 더 맑고 밝은, 흐뭇한 하루였다.

▲ 1학년 어린이들의 각시놀이
ⓒ 박도

▲ 2학년 어린이들의 "독도는 우리땅!"
ⓒ 박도

▲ 마지막으로 전교생이 부르는 "어머님 은혜"
ⓒ 박도

▲ 1학년 어린이 6명과 정희숙(46) 담임선생님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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