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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강한 생명감과 진한 동질감으로 다가오는 곡식 꽃, 그 중에도 완두콩 꽃에는 음양의 조화가 오묘하게 드러나 있다.
우리에게 강한 생명감과 진한 동질감으로 다가오는 곡식 꽃, 그 중에도 완두콩 꽃에는 음양의 조화가 오묘하게 드러나 있다. ⓒ 한석종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음양합일의 자태를 살포시 드러낸 자색의 완두콩 꽃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음양합일의 자태를 살포시 드러낸 자색의 완두콩 꽃 ⓒ 한석종
봄은 꽃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만발하는 계절이다. 산과 강, 들과 논밭에서도 어김없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나는 몇 해 전부터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는 곡식 꽃(콩, 들깨, 대파, 부추, 무, 배추 등)에 대하여 유심히 관찰해 오고 있다. 온실에서 사람의 손길속에 공주처럼 길러진 화사한 꽃이나 우리 산하를 금수강산으로 펼쳐 놓는 수 많은 들꽃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오묘함과 생동감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에게 강한 생명감과 진한 동질감으로 다가오는 곡식 꽃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알갱이는 잘 구분할 수 있을지언정 꽃을 확연히 구분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곡식 꽃은 교외로 조금 나가기만 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흔한 꽃이다.

그 중에서도 완두콩 꽃, 그 오묘함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단지 신비스러운 "음양의 완성"이라는 단 한마디 말 밖에.

일찍이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하여 예나 지금이나 우리 식탁에서 늘 가까이해 온 대표적 곡식이지만 그 꽃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오묘함까지를 음미해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모든 세상 만물은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산다"고 하는 음양오행사상이 완두콩 꽃에도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오월의 푸름 속에 휩쓸려 꽃이 피는 완두콩은 유럽의 지중해 연안과 아시아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맘 때 쯤 밭이랑에는 백색과 자색의 완두콩 꽃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훨훨 피어 있다. 마치 나비떼가 앉아있는 것처럼.

완두콩의 줄기 넝쿨은 지지대를 감고 올라가 넝쿨손 사이에 완두콩의 겉껍질인 꼬투리가 생기고 점점 단단해져 열매를 맺는데 이것이 밥상에서 우리 입맛을 돋우는 연둣빛 알갱이의 완두콩이다.

콩은 그 종류만 해도 5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흔히 쓰임새에 따라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담그는데 쓰는 장류 콩, 콩나물로 키워 먹는 콩나물 콩, 밥에 놓아먹는 밥밑콩 그리고 밭에서 갓 따낸 풋콩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완두콩은 크게 견협종, 그린피스, 스냅완두, 대협종 네 종류로 구분되는데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견협종으로 어린 꼬투리를 일찍 채취하여 속의 풋콩만을 먹는다. 통조림이나 냉동품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그린피스인데, 역시 오뉴월이 제철이다.

스냅완두는 미국산 신품종으로 꼬투리가 두껍고 부드러우며 달고 풍미가 있어 소금물에 데치거나 버터로 볶아 꼬투리와 씨를 모두 먹을 수 있다.

예로부터 완두콩은 독성이 없어 위를 이롭게 하고 오장의 활동을 원활히 한다고 하여 많이 복용되어 왔으며, 특히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완두를 삶아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민간요법으로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완두는 고대 이집트 왕인 투탄카멘의 왕릉을 발굴했을 때 그 부장품 속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요즈음에는 특히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영양소가 풍부하여 비타민C는 토마토의 3배, 카로틴이나 당질을 많이 함유한 녹황색 채소로 글루타민산이 대단히 많은 것이 특징인데, 채소 중에서 많기로 알려진 토마토의 6배에 이른다고 한다.

완두는 밥에 넣어 먹어도 좋지만 꼬투리 째 삶아서 까먹는 맛이 별미 중 별미이다. 특히 완두콩은 다른 콩에 비해 껍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아이들 이유식으로 제격이다. 감자와 완두콩을 삶아 곱게 으깨고 우유를 넣어 섞거나 죽을 만들어 먹이면 좋다.

하지만 완두콩은 제철 기간이 짧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사서 깨끗이 손질한 다음 냉동 저장해 두고 수시로 꺼내어 쓰면 일 년 내내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좋은 품질의 완두는 꼬투리가 짙은 녹색을 띠고 윤기가 있으며 비틀면 딱 소리가 나며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꼬투리를 열어보아 콩이 끝에서 끝까지 꽉 차게 들어 있고 알갱이가 고른 것이 좋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밭이랑마다 백색과 자색의 완두콩 꽃이 훨훨 피어 있다. 마치 나비떼가  앉아 있는 것 처럼,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밭이랑마다 백색과 자색의 완두콩 꽃이 훨훨 피어 있다. 마치 나비떼가 앉아 있는 것 처럼, ⓒ 한석종

하룻밤 사이에 더욱 부풀어 오른 꽃 망울.
하룻밤 사이에 더욱 부풀어 오른 꽃 망울. ⓒ 한석종

오월의 신록에 더욱더 선명한 자색의 꽃빛
오월의 신록에 더욱더 선명한 자색의 꽃빛 ⓒ 한석종

완두콩 꽃은 초록빛 바다에서 더욱더 선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완두콩 꽃은 초록빛 바다에서 더욱더 선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 한석종

부드러운 아침햇살에 잠시 부끄러움도 잊고 속살을 훤히 드러내 놓고 있다.
부드러운 아침햇살에 잠시 부끄러움도 잊고 속살을 훤히 드러내 놓고 있다. ⓒ 한석종

오월의 신록을 찬양하는 꽃들의 합창, 이 꽃이 지고 나면 꼬투리속에 별나게 윤기나는 연둣빛 알갱이가 주렁주렁 열린다 .
오월의 신록을 찬양하는 꽃들의 합창, 이 꽃이 지고 나면 꼬투리속에 별나게 윤기나는 연둣빛 알갱이가 주렁주렁 열린다 . ⓒ 한석종

날개를 활짝 펼쳐 나비처럼 훨훨 나를 것만 같다.
날개를 활짝 펼쳐 나비처럼 훨훨 나를 것만 같다. ⓒ 한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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