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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검찰? 검찰이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28일부터 검찰청 별로 전체 평검사 등의 내부 의견을 모으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김종빈(가운데)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개인적으로는 검찰이 조금 미리 평검사 등등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내부 의견을 모았어야 했다. 우리(사개추위) 입장에서는 공청회도 하고 내부토론회도 하고 착착 수순을 밟고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솔직히 검찰의 (최근) 반응은 좀 이해하기가 힘들다."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검찰이 사개추위에서 추진중인 형사소송법 개정 등의 논의안에 맞서 강경한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으로 맞대응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50년 동안 계속되어온 사법 제도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기에 필요한 진통"이라며 "사개추위 내부의 사람들 모두가 굉장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사실상 '초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사개추위 초안대로 개정될 경우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바뀌고, 결국 검찰 수사권의 폐지나 제한·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7일 대검 수뇌부와 수도권 지역 검사장들을 긴급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28일부터 일선 검찰청 별로 전체 평검사 등의 내부 의견을 모으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개추위 "현행 수사실무 관행 변화 초래... 검찰 수사권 폐지·대폭 축소 아니다"

사개추위는 이와 같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2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판중심주의적 법정심리절차 강화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혹은 대폭 제한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현행 수사실무 관행의 변화를 초래하나 이것이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개추위는 "공판중심주의 강화는 자백위주의 수사와 조서재판의 폐해를 극복하고 형사사법의 원칙인 구두주의, 직접주의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으로 형사절차의 선진화 방안"이라며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일반적인 경향이고, 최근 우리의 대법원도 이런 경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개추위는 "피고인이 동의하는 경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있으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 대해 조사자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진술함으로써 이를 현출할 수 있는 보완책이 있다"며 "피고인 신문은 공판준비절차와 모두 절차의 강화로 재판 초기에 사건의 쟁점과 피고인의 자백을 다룰 필요성이 감소하므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사개추위 한 민간위원도 "재판이라는 것이 기존의 자백중심의 신문조서나 피의자 조서 중심에서부터 공판 중심으로 가야한다. 이것은 너무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법학계에서 이런 (검찰의) 반발을 들으면 황당해 할 것"이라며 "(검찰의 반발은) 우리나라 수사관행 등을 개혁하지 말자는 것으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한편 사개추위는 30일(토) 오전 10시부터 실무추진단 대부분과 법원·검찰·변호사·학계 등 관계자 및 전문가 등 30여명이 참석하는 내부 합동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형소법 개정안 초안을 놓고 열띤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사개추위는 다음달 9일 열리는 차관급 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을 의결하고, 안건이 의결되면 일주일 뒤인 16일 장관급 전체회의에 넘겨지게 된다. 여기서 안건이 통과되면 법안은 법무부로 이송된 뒤 국회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검찰 "사개추위 초안대로 개정될 경우 검찰의 피의자 진술조서 '휴지조각' 된다"

검찰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어보이지 않는다. 우선 검찰은 30일 열리는 사개추위 합동토론회가 앞으로 형소법 개정안의 향배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앞서 밝혔듯이 검찰은 전국 일선 검찰청 평검사들의 모임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미 대검찰청은 사개추위의 형소법 개정 초안을 이메일 등을 통해 전국 검찰청에 발송했으며, 내부 의견을 정리해 사개추위 합동토론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검찰이 가장 반발하고 있는 사개추위 형소법 개정안 부분은 ▲피고인 부동의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불인정, 법정 제시 및 낭독 불허 ▲참고인진술조서 법정제시 불허, 참고인의 법정진술만이 증거 활용 ▲공판 시 검찰의 피고인 신문제도 폐지 등이 핵심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사법개혁에 공감하고 있고 공판중심주의적 재판운영 강화에 적극 찬성하면서 검사작성 조서의 증거능력 문제 때문에 (사개추위 논의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개정안의 문제점은 조서든 진술이든 어떤 형태든 수사절차에서의 진술이 증거로 되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고, 이런 입법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서를 조서자체로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배제하지만, 대신에 수사단계에서의 진술내용을 피고인의 공판정 진술이나 증인의 증언의 형태로 공판에 현출해 증거로 사용하자는 것은 배제하지 않는다"며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공판중심주의적 제도와 거리가 멀고 오히려 형사사법제도를 파탄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사개추위 초안대로 개정될 경우 검찰의 피의자 진술조서가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감이 검찰내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검찰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사개추위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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