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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겉그림 ⓒ 현암사
공부방에 오는 1학년 아이들도 불량식품을 달고 산다. 200원, 500원 받은 돈으로 100원짜리 설탕 덩어리인 사탕을 사들고 흔들거리면서 뛰어온다. 가장 최악의 불량식품은 먹으면 드라큘라처럼 입 주변과 혀가 새파래지는 사탕인데 아이들은 놀이마냥 이 사탕 먹기를 즐긴다. 그리고 시퍼래진 입을 보면서 서로 웃는다.

하루 한 번 과자 사먹는 것을 허락하는데 이게 사실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 아이가 과자나 사탕을 사면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가게에 달려간다.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그럴 때면 속수무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밥을 먹을 때면 김치를 먼저 찾는 아이들이어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본다. 특히 1학년 아이들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대해 참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생기는 일이 많은데 이런 아이들에게 다그치기보다 같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보고 서로 이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이빨이 썪으면 어떻게 되는지 얘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안나 러셀만이 쓴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를 보면 단 음식들을 먹었을 때 이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해야 이빨이 안 썪는지 알 수 있다.

책 첫머리에는 "왜 날마다 이를 닦아야만 하는지 잘 모르는 어린이와 자기 입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어서 이 닦는 일을 귀찮아 하는 어른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그 첫머리를 보고는 '뜨끔'했다. 조카들과 우리 공부방 아이들에게 "손 씻어라" "이 닦아라" 잔소리하지만 정작 나 또한 피곤할 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잠속에 빠져들 때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책 속의 주인공 달달이와 콤콤이는 너무 작아 현미경으로 확대해야 볼 수 있는 친구들이다. 달달이와 콤콤이는 이웃에 사는 친구들인데 이 친구들은 젖니 마을에 방을 내어 살고 있다.

달달이는 집을 짓는 것이 취미라 다른 젖니에도 계속해서 집을 짓는다. 콤콤이는 목이 마를 때면 젖니 천장에 뚫린 관을 통해 '콜라카오'를 자주 마신다. 이빨 사이에 고여 있는 콜라와 카카오를 관을 통해 집까지 끌고 오는 것인데 콤콤이는 이 '콜라카오'를 아주 아껴먹는다.

달달이와 콤콤이는 젖니 마을에 거센 바람이 불면 긴장하는데 이것은 음식물이 새로 입 안으로 들어온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거센 바람과 함께 초콜릿과 침이 섞여 마을로 들어오고, 두 친구는 초콜릿 덩어리를 자신의 방에 있는 음식창고에 차곡차곡 쌓는다.

달달이는 어김없이 집짓기에 바쁘다. 달달이의 꿈은 젖니마을에 아파트를 지어 세를 놓고 충치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어금니에 수영장을 내고 자신의 사무실도 따로 마련할 계획에 달달이는 행복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커다란 솔 하나가 젖니 마을에 들어와 솔 위에 타고 있던 녹색 모자를 쓴 경찰관들이 등장한 것이다. 경찰관들은 젖니 마을 구석구석에 있는 초콜릿, 과자, 생선, 밥알들을 문지르고 긁어냈다.

달달이와 콤콤이는 상심해, 다음부터는 음식을 저장해 놓는 창고를 아무도 모르게 더 깊숙히 파서 저장하기로 한다. 그러나 창고를 팔 때 젖니 안의 신경을 건드려서 일은 더 커진다.

젖니 마을에 커다란 램프가 들어오고 갈고리가 들어와 달달이의 소파를 들어올리고 그 공간에 하얀 반죽 덩이를 꽉 메웠다. 달달이와 콤콤이는 화가 나서 거세게 항의를 하다가 갈고리에 붙들려 쫓겨난다. 그 뒤로 젖니마을은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달달이와 콤콤이는 치과 의사 선생님이 하수도에 버려 송도 해수욕장까지 흘러가 그곳에서 편안한 생활을 즐긴다.

입안을 젖니 마을로 표현에 그 속에 사는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이야기를 이끌어낸 것은 아이들에게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3, 4살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까지 키득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친근감이 가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주고 나서 "네 이빨에도 달달이와 콤콤이가 살고 있니?"라고 묻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글·그림 안나 러셀만 / 옮긴이 박희준 / 현암사 / 6500원

이선미 기자는 춘천에서 <꾸러기어린이도서관>과 <꾸러기공부방>에서 일하고 있다.


충치 도깨비 달달이와 콤콤이

안나 러셀만 지음, 현암사(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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