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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개구리
참개구리 ⓒ 손상호
개구리를 떠올리기 쉬운 계절은 아무래도 봄이다. 봄의 여러 절기 중에서도 경칩은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들이 깨어난다'고 해서 개구리와 연관된 절기이다. 그렇다면 이른 봄인 경칩에 볼 수 있는 개구리들은 어떤 종류일까? 두꺼비를 제외하고 이맘때 볼 수 있는 개구리는 모습이 비슷한 개구리 세 종류 이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 손상호

북방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 손상호

한국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 손상호
이 가운데 특히 북방산개구리와 계곡산개구리는 한겨울에 많이 잡아먹는 개구리 종류다. 이들은 모두 물속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사람들은 개울 바닥을 들춰내어서 잡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들 종류들도 법으로 보호받게 되었다.

이제 개구리 울음 소리에 대해 살펴보자. 대개 사람들은 '개구리가 `개굴개굴'하고 운다'고 생각할 것이다. 개구리들은 종류에 따라서 제각각 다른 소리를 낸다. 그러면 '개굴개굴'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는 개구리는 어떤 종류일까? 그것은 바로 '청개구리'다. 청개구리는 모습이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소리로는 이렇듯 개구리 무리를 대표한다. '개구리' 라는 이름 역시 '개굴개굴'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청개구리
청개구리 ⓒ 손상호
결국 '개구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대체로 이렇다. 모습으로는 참개구리를, 봄이라는 계절과 연관 짓고 겨울에 잡아먹고 봄에 알까지 먹는 개구리로는 북방산개구리와 계곡산개구리를, 그리고 소리로는 청개구리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소리를 내며 다른 처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2.
오늘 현재 우리나라에 사는 개구리를 대표하는 종류가 무엇일까. 답은 황소개구리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지난 해 내가 논에서 큰 소리를 내며 우는 맹꽁이를 살펴보고 있을 때 일이다. 내 등 뒤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황소개구리가 있는가 보다고 했다. 나는 그냥 그 사람들만 그런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내가 녹음한 맹꽁이 소리를 들은 몇몇 사람들도 같은 대답을 했으니까.

올해 두꺼비를 보고도 황소개구리가 아닌가 하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어느 개인 그물집(웹싸이트)에서 두꺼비 올챙이를 보고도 황소개구리 올챙이니까 잡아 없애자고 제안했던 분이 있음을 알았다. 다행히 잘못 알았음을 확인한 다음 일주일 후에 이 제안을 번복하는 글을 올리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미 올챙이를 건져서 물가에 버려둔 사진까지 올려놓은 것을 보면 당시에 올챙이를 잡아 없애려는 행동을 한 사람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다가 아니다. 몇 해 전에 황소개구리가 크게 문제 되었을 때 설문조사에서 당시 어린이들은 그 해에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환경 관련된 일로 '황소개구리' 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요즘은 황소개구리가 줄어들어서 다행이라는 기사가 고작이지만 그때는 황소개구리와 관련된 일이 여러 가지로 사회적인 관심을 일으켜서 기사화되던 때였다.

두꺼비 수컷들이 황소개구리를 암컷으로 잘못 알고 올라탄 일도 '황소개구리 천적'이 나타났다며 소동을 벌였다. 그런가 하면 황소개구리를 잡자고 나선 사람들이 참개구리까지 황소개구리로 잘못 알고 잡아낸 일이 있었다. 황소개구리 퇴치를 위해서 행사를 벌이고, 행사는 크게 벌였지만 행사에서 잡은 황소개구리는 몇 마리 되지 않았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봐도 개구리 때문에 벌어진 일 가운데 당시 황소개구리 관련된 일이 사회적인 파장을 가장 크게 일으켰던 것 같다.

황소개구리
황소개구리 ⓒ 손상호
황소개구리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것은 식용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어린이잡지에 실린 식용개구리 아니 황소개구리 사진은 그 자체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게 큰 개구리는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습이 가장 크고, 덩치 못지않게 소리도 참 크고, 먹기 위해서 들여왔으니 식용으로도 훌륭한 황소개구리다. 토종들이 각각 가졌던 대표적인 특징들을 황소개구리 한 종류가 모두 갖고 있다. 이러니 현재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의 개구리를 대표한다고 내세우는 것이 내게는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데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황소개구리를 잘 모른다. 모르니까 두꺼비도 맹꽁이도 참개구리도 모두 황소개구리로 오해하고 있다. 덩치 큰 황소개구리라고 하지만 황소개구리도 처음부터 그렇게 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몇이나 알고 있을까? 그러면서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온갖 원성을 도맡아 듣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어느 누구도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구리'이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러면 누구를 내세울 것인가? 참개구리도 좋다. 청개구리도 좋다. 북방산개구리면 또 어떠랴. 하지만 이들 가운데 어느 것이든 대표 종으로 내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 개구리를 보고 종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소리로도 구분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뭐가 뭔지 모르면서 그냥 황소개구리의 문제만이 지나가는 바람처럼 문제가 되고 또 줄어들어서 문제가 없어졌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황소개구리에 대한 지나친 오해와 편견 역시 버려야할 것이다. 쉽지는 않다. 황소개구리가 실제로 끼친 악영향 보다 언론을 통해서 일그러진 오해와 편견의 골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오래 황소개구리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아온 탓에 정작 이 종류를 들여온 것이 정부였고, 이를 뒷받침한 전문가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희미하다. 이제는 냉정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 사는 개구리 각 종류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마땅하며 자원으로 들여온 황소개구리와 같은 외래종 생물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부작용을 줄일 것인지 실제적인 방법들을 궁리해 갈 때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 내가 운영하는 그물집 물살이(http://mulsari.com)에는 개구리 소리들을 올려놓았습니다. 음질은 좋지 않지만 아쉬운대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물살이(http://mulsari.com)에도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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