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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명랑한 강마을 아이들
밝고 명랑한 강마을 아이들 ⓒ 이선애

"샘예, 선생님들은 참 좋겠십니더. 맨날 수학여행을 그냥 따라갈 것 아입니꺼?"

"내가 여행을 가니? 선생님은 너희 데리고 출장 가는 것이다."

"우리가 뭐 알라들입니꺼? 샘도 재미있다 아닙니꺼?"

수민이는 계속 배가 아픈 듯이 따라다니면서 저희 때문에 수학여행을 가니, 한 턱을 내야 한다고 졸라댑니다.

"샘예, 그라모, 딱 잘라서 통닭을 3마리만 사면 안 됩니꺼."

수학여행을 가는 즐거움으로 선생 주위를 빙빙 돌면서 커다란 녀석이 응석을 부린다. 그래서 생각해 보냐고 했더니, "앗싸!" 이러면서 달려갑니다.

이러다 수학여행 가서 녀석들에게 바가지를 왕창 쓰고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호호!

강마을은 이제 늦봄을 지나 초여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푸른 보리 물결이 너무나 싱그럽고, 노오란 배추꽃이 밭머리마다 무성합니다. 학교 뒤쪽 울타리엔 탱자나무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그 너머를 보니 또 꽃이 있습니다. 자잘한 꽃이 뭉쳐서 둥근 공 모양으로 보이는 파꽃입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더니, 전 들과 산에 가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꽃입니다. 어느 나무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궁금해서 못 견디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꽃 피우지 않는 나무와 풀이 없고, 꽃은 어여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강마을 중학교는 이제 조용합니다. 신바람 나게 뛰어나간 교실엔 아직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메아리처럼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선애 기자는 경남 의령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칩니다.

조인스/ 까페/ 사이버독자위원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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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의 전교생 삼십 명 내외의 시골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이선애입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 눈 속에 내가 걸어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나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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